[김태환 수의사 칼럼 ②] 싸이코 패스의 시작, 동물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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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고양이
지난 1월 용인에서 발생한 ‘불붙은 고양이’사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따르면 누군가 등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을 것으로 추정됐다.

일명 ‘불붙은 개’가 있었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차량 정비소에 갑자기 온몸에 불이 붙은 동물이 뛰어들어 건물에 화재가 발생했다. 동물은 불에 타 죽었다. 유전자 검사와 정밀 감식 결과 동물은 고양이로 밝혀졌고 온 몸 여기저기 등유가 발견이 되었다. 경찰은 누군가가 일부러 몸에 등유를 뿌리고 불을 붙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하다 보면 종종 이런 비슷한 일로 길 가던 시민들이 길고양이나 집 잃은 개들을 발견하여 데리고 온다. 사실 우리 주변 길거리에서도 아무 이유 없이 그들에게 장난삼아 돌멩이를 던지거나 이유 없이 걷어차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개를 차에 매달고 달리던 ‘악마 에쿠스’, ‘악마 트럭’이나 고양이를 잔인하게 폭행하고 고층에서 집어 던진 ‘은비사건’들과 같이 동물학대사건은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개를 불법으로 도살하거나 ‘은비사건’처럼 잔인하게 동물을 죽이는 경우 언론에 알려져 간혹 사회적인 공분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으나 이마저도 사람 생명이 아닌 이상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당사자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넘어가고 사회적인 제제도 그다지 심하지 않다.

하물며 장난 삼아 동물을 약간 괴롭히는 정도는 그냥 넘어가기 일쑤이다. 하지만 사소한 동물학대는 점차 심한 동물학대로 발전하고 급기야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로 발전한다.

피터쿠르텐
19세기말 독일의 연쇄살인범 피터 쿠르텐은 연쇄살인을 저지르기 전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죽이면서 수간을 일삼았다고 한다.

뉴질랜드 출신 정신과 의사 맥도널드의 3합 이론에 따르면 동물학대나 방화, 야뇨증 등 세 가지를 경험했다면 연쇄살인과 같은 극단적인 반사회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폴 롤랜드는 특히 자신에게 굴욕감을 준 상대에게 보복하지 못할 경우 자신보다 상대적으로 약자인 동물에게 욕구불만을 드러내고 이것은 동물학대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대개 이것으로만 만족하지 못하고 점차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되어 학대의 대상을 사람으로 이동한다. 그 중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여성이나 어린이를 대상으로 변태적이고 과도한 성욕을 충족시키고 가장 극단적인 학대인 연쇄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그들은 약자의 고통에 둔감하고, 오히려 이것을 즐기기까지 한다.

한 때 우리사회를 공포로 몰았던 유모, 강모, 정모 같은 연쇄 살인범도 평범한 외모 뒤에 동물학대나 방화의 경험을 하였다고 한다. 인간보다 연약한 동물에 대한 학대에 너그러운 사회일수록 인간에 대한 사소한 범죄에 둔감해지고 결국 성폭행, 연쇄 살인 등의 잔인한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최근만 보더라도 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듣기에도 끔찍한 사건들을 많이 접하였다. 오원춘, 조두순 사건을 비롯해 나주 초등학생 납치 후 성폭행, 통영에서 초등학생 납치 성폭행 후 살인, 유치원생 엄마를 성폭행하고 살해 하는 사건 등이 연달아 발생했다.

이들은 아이의 엄마나 초등학교 여학생 등 대상을 가리지 않고 범죄를 저질렀는데, 그들의 행동 속에는 인격체로서의 어린이나 여성은 없고 자신들이 아무렇게나 짓밟아도 상관없는 대상 밖에 없었다. 범인들은 대개 그 사건을 일으키기 전부터 절도나 폭력, 성범죄 등을 저질렀다. 그런 범죄 후에 더 강력한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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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SNS상에서 논란이 된 길고양이 학대 영상 캡쳐. 자신이 기르는 풍산개로 하여금 길고양이를 물어죽이게 한 40대 남성은 결국 동물학대죄로 기소됐다.

이런 끔찍한 범죄가 늘어나는 것과 ‘불붙은 개’, ‘악마 에쿠스’, ‘악마 트럭’과 같은 동물학대, 길고양이를 돌보아주는 캣맘 폭행 사건 등이 늘어나는 것은 결코 무관하지 않다. 다른 동물을 폭력적으로 대하는 사람의 마음속에서, 그리고 그것을 허용하는 사회 속에서 싸이코패스의 싹은 자라난다. 주변에 그럴 낌새가 있는 사람이 있다면 조기에 발견해서 학대를 차단하고 더 큰 범죄로 발전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또한 사회적으로 동물을 사소하게 괴롭히는 일부터 시작되는 동물학대를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동물과 함께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은 동물뿐만 아니라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이나 생명체를 소중히 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따라서 동물사랑은 우리사회에서 극단적인 범죄를 줄이는 또 하나의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동물을 다정하게 대하는 것은 동물 구원을 통해 인간, 우리 자신을 구원하는 ‘피에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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