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반려묘와 사람 오가는 인플루엔자..현재까진 팬데믹 위험 ‘제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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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동물과 사람을 오가는 주요 접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직은 지속적으로 인수공통 감염되는 전파 경로가 없어 팬데믹 위험은 제한적이지만, 생식이나 동물병원 등 고위험 접점들(high-risk interfaces)을 우선적으로 감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대 송대섭, 원광대 유광수 교수팀은 반려동물에 감염되는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포유류 적응과 인수공통감염 위험을 조명해 최근 대한수의학회 국제학술지 Journal of Veterinary Science(JVS)에 발표했다.

반려동물의 A형 인플루엔자는 2000년대 들어 말에서 H3N8형 인플루엔자, 개에서 H3N2형 인플루엔자가 주로 문제가 됐다. 특히 H3N2형 인플루엔자는 개 숙주에 적응해 동아시아의 풍토병이 됐고, 2015년에는 미국에 유입돼 다수의 사육장에서 감염을 일으키기도 했다.

반려동물의 인플루엔자 위협은 최근 전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2.3.4.4b clade의 H5N1형 고병원성 AI 바이러스로 다시금 떠올랐다. 2022년 이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북미, 유럽 등 전세계적으로 고양이에서 치명적인 H5N1형 고병원성 AI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연구진은 “인간-동물 접점에서 고유한 위치를 차지한 반려동물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진화와 전파에 전례 없는 기회를 창출한다”고 지목했다. 반려동물에서 인간과 동물 유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재조합되면서 팬데믹 잠재력을 가진 새로운 균주를 생성할 수 있는 ‘mixing vessel’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반려동물에서의 인플루엔자 전파는 양방향이다. 고양이에서 유래한 H7N2형 인플루엔자가 사람에게 전파되기도 하고, 2009년 H1N1 팬데믹 기간 동안 감염된 보호자가 반려동물로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역인수공통감염병(reverse zoonosis)’이 발생하기도 했다.

연구진은 인플루엔자 인수공통감염에서 반려동물의 위험성을 평가하기 위해 2004년부터 2025년초까지 발표된 관련 연구들을 모아 검토했다.

고양이에서는 소화기계 경로의 노출이 주된 위험으로 지목됐다. 폴란드와 한국에서 발생한 고양이 H5N1형 고병원성 AI 감염 사례에서는 각각 신선한 닭고기와 오리고기 유래 사료 제품에서 H5N1형 AI의 유전자가 검출됐다.

미국 낙농장에서 유행하고 있는 H5N1형 고병원성 AI가 비살균 우유를 매개로 주변 고양이에게 전염돼 집단 폐사를 일으킨 사례도 마찬가지다.

바이러스 노출은 야외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프랑스에서 야외 고양이를 대상으로 H5형 인플루엔자에 대한 혈청예찰을 수행한 결과 야외 고양이의 2.6%가 항체 양성 반응을 보였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고양이가 바이러스에 오염된 환경에 노출되거나 감염조류를 먹는 경로를 상정할 수 있다.

녹색선은 환경, 적색선은 소화기, 청색선은 호흡기·직접접촉으로 인한 전파를 나타낸다.
선의 굵기는 현재까지의 증거에 기반한 전파경로의 상대적 중요성을 반영한다. 점선은 관련 데이터나 예찰이 불충분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자료 : Lee K, Song D, Lyoo KS. Mammalian adaptation and zoonotic risk of influenza A viruses in companion animals. J Vet Sci. 2025 Nov;26(6):e80.)

연구진은 H3N2형, H5N1형 인플루엔자가 개와 고양이 숙주에 점점 더 적응한다는 점을 시사하는 다양한 유전자 돌연변이를 조명했다. 포유류 세포 내에서의 복제 효율을 증가하거나 면역을 회피하는 식으로 작용한다.

특히 개와 고양이에서 분리된 바이러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돌연변이들에도 주목했다. 동물병원이나 동물보호소 등 두 종이 밀접하게 접촉하는 환경에서 종간 전파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포유류 적응을 시사하는) 다양한 분자적 증거에도 불구하고, 현재 반려동물에서의 팬데믹 위험은 제한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 가장 우려되는 바이러스인 H5N1형 고병원성 AI조차 개나 고양이에서 ‘지속적인 전파’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바이러스의) 분자적 적응만으로는 효율적인 종간 전파를 보장하지 않는다”며 분자 마커뿐만 아니라 여러 요인을 통합적으로 고려해 팬데믹 위험을 평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반려동물에서의 인플루엔자 불현성 감염의 빈도와 기간을 확립하고, 일상에서 반려동물 간의 전파 효율을 판명하는 등의 연구를 우선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생식 펫푸드 공급망, 동물병원, 사람이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반려가구 등 위험성이 판명된 접점에 대한 모니터링을 우선해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연구진은 “반려동물은 A형 인플루엔자 생태계의 중요한 요소이지만, 아직까지는 제한적인 참여자”라며 바이러스 진화에 대한 과대평가를 피하면서도 잠재적 위험성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려견·반려묘와 사람 오가는 인플루엔자..현재까진 팬데믹 위험 ‘제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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