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리티지로펌] 계약서 도장 찍기 전에 잠깐, 이건 들어가 있나요?

동물병원 운영 관련 계약 체결 시 유의사항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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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 운영 관련 계약 체결 시 유의사항> 변호사·수의사 김성철

우리는 살면서 일상적으로 알게 모르게 법적인 효과를 발생시키는 행위, 이른바 ‘법률행위’를 하고 있습니다.

친구나 지인에게 돈을 빌려주거나 빌릴 때, 취업할 때, 아파트 분양계약을 체결할 때, 빌라나 오피스텔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때 등에서 법률적 의미가 있는 행위를 하게 됩니다.

이와 같은 ‘계약’의 체결이 대표적인 법률행위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법률행위를 통해 권리·의무의 발생, 변경, 소멸과 같은 구체적인 법률효과가 발생하게 됩니다. 즉, 타인과의 관계에서 의무를 부과하고 반대로 권리가 발생하는 것은 십중팔구 계약을 체결하였기 때문이라고 하여도 과장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와 같이 중요한 법률행위인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조건을 명확히 하고 넘어가지 않아 추후에 분쟁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일반적으로 계약은 ‘계약서’라는 문서를 작성함으로써 성립합니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생각으로, 가까운 사람일수록 시시콜콜하게 따지는 것은 미덕이 아니라는 관념 때문인지 계약서 자체를 세부적으로 자세하게 작성하지 않는다거나, 계약서 내용을 대충 훑어보고 서명 날인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필자가 변호사로서 소송대리 및 법률자문 등을 하면서 가장 흔히 접하게 되는 문제는 ‘계약을 체결한 당사자 간에 계약서의 문구를 두고 각기 달리 해석을 하면서 다투는 경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때로는 피할 수 없는 불가피한 법적 분쟁들도 있으나 대부분의 법적 분쟁은 사전에 약간의 노력만으로 피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계약서의 작성 등 법률행위 시에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들이죠.

그래서 향후 분쟁을 초래하지 않도록 명확한 계약서를 작성하는 방법을 이번 시간에는 함께 알아보고자 합니다.

특히 동물병원 운영과 같이 개인 사업을 하거나, 관련 회사를 설립해 사업하시는 분들은 거래처 등과 계약서를 작성할 일들이 많습니다.

필자는 앞으로 5회에 걸쳐 계약서 체결 시에 숙지하여야 하는 일반적인 유의사항을 우선 살펴보고, 동물병원의 운영과 관련하여 체결하는 대표적인 계약서인 근로계약서, 금전소비대차계약서, 임대차계약서, 장비렌탈계약서 등을 하나씩 살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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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계약서를 작성해야만 계약이 체결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쉬운데, 계약은 계약서를 서면으로 작성하지 않고, 의사의 합치가 있어 구두로만 체결하여도 얼마든지 유효하게 성립합니다.

다만, 당사자들 사이에서 구두로 맺은 계약의 경우에는 그 내용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힘들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따름입니다.

두 당사자 중 누군가가 거짓말을 하거나 서로 기억하고 있는 내용이 다를 경우 분쟁이 발생하기 쉽죠.

그러므로 계약은 서면으로 ‘계약서’라는 명칭의 문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체결하는 것이 좋습니다.

계약서에 정형화된 틀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당사자 간에 자유로이 정할 수 있죠. 다만 계약당사자 간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을 담고 있는 일반적인 계약서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필수적인 요소들이 들어가야만 계약서로서 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아래로 계약서의 필수 항목 중 5가지를 하나씩 살펴보며, 각 항목을 규정함에 있어서 유의하여야 할 사항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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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의 첫 번째 필수 항목은 계약당사자입니다.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그 권리, 의무의 주체가 누구인지 반드시 명확하게 구분하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계약에 따라 의무를 이행하는 자는 계약의 당사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 의무이행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는 자가 해당 계약의 또 다른 당사자가 되어야 함은 당연합니다.

특히, 회사와의 계약에 있어서 유의하여야 할 점은 법률적으로 법인과 대표이사는 전혀 별개의 인격이라는 점입니다.

법인(法人)은 법률이 인정한 ‘사람(人)’에 해당하여, 대표이사 개인으로서 서명한 경우에는 법인에 의무이행이나 대금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법인의 대표이사로 기재하고 법인인감을 날인한 경우에 비로소 회사에 청구할 수 있게 되고,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대표이사 개인에게 청구할 수 없게 됩니다.

만일 회사가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에 대표이사 개인에게 보증책임을 묻고자 한다면, 회사뿐만 아니라 대표이사 개인도 추가로 계약당사자로 넣어야 합니다. 계약당사자가 되어야 비로소 계약상의 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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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의 두 번째 필수 항목은 계약 기간과 만료에 관한 규정입니다.

일반적으로 계약서에 계약의 시작일과 종료일을 명시적으로 규정하여야 합니다. 계약의 시작 시점을 규정하지 않은 경우라면, 계약의 체결일을 꼭 기재하여야 합니다.

계약서에 체결일을 기재하는 이유는 계약서 본문에서 별도의 계약효력 발생일을 정하지 아니하는 한 계약체결일에 계약의 성립과 동시에 효력이 발생한다고 간주되기 때문입니다.

한편, 계약서에는 이른바 ‘자동연장’ 조항을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동연장’ 조항이란 예를 들어, 계약 기간 만료 전 1개월 이내에 계약의 해지 통보를 하지 않는 한 같은 조건으로 1년씩 연장된다는 식의 규정을 일컫습니다.

간혹 계약을 종료하고 싶은데도 자동연장 조항에 정한 기간 내에 통보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계약관계가 계속되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그와 같은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자동연장 조항의 세부 요건에 대해서 유의하여 계약을 체결하여야 할 것입니다.

(참고로 계약을 장기간에 걸쳐 존속시키고자 하는 당사자는 가급적 자동연장이 쉽도록 규정된 계약서가 작성되기를 바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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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의 세 번째 필수 항목은 ‘권리와 의무에 관한 규정’입니다. 계약서 체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필수적인 항목이죠.

계약의 핵심은 계약당사자 서로가 그 계약을 통하여 상대방에게 무엇을 요구할 수 있고 그 대가로 무엇을 해주기로 약속하는가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본 항목은 가능한 한 자세히 그리고 명확하게 기재해 두어야 사후 분쟁을 줄일 수 있습니다.

계약의 대상이 되는 목적물, 당사자의 권리 및 의무내용, 이행 시기와 방법, 대가로서의 대금 등이 계약에 따른 당사자의 권리와 의무에 관한 주요 내용에 포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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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계약서의 네 번째 필수 항목은 ‘계약의 해제 및 해지에 관한 규정’입니다.

일반적으로 해제와 해지에 대해서 혼용하여 쓰는 경우가 많은데, 엄밀하게 법적으로는 차이가 있습니다.

‘해제’란 일단 유효하게 성립한 계약을 과거 체결 시점으로 소급하여 소멸시키는 것을 말하고, ‘해지’는 계약을 장래에 향하여 소멸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쉽게 표현하면, ‘해제’는 계약을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한다는 의미이고, 해지는 지금부터 계약을 미래를 향하여 효력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미입니다.

한편, 계약을 체결한 이후 계약서의 내용대로 이행이 되면 좋겠지만, 일방당사자의 계약위반 또는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계약 내용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여 계약을 소멸시켜 계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미리 마련하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계약 기간 중 특정 날짜가 지나거나 특정 조건이 충족되는 순간 계약이 자동으로 해제(해지)된다는 식으로 계약의 해제(해지) 요건을 명시하지 않으면, 계약 존속의 필요성이 없음에도 불합리하게 계약이 소멸하지 않게 되어, 계약의 일방 당사자는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와 같이 계약의 일방당사자가 책임과 의무가 다하지 않아 분쟁 상황에 처하게 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계약서상으로 해제(해지) 방법을 미리 정해 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향후에 문제가 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굳이 소송까지 가지 않고 분쟁을 쉽게 해결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반면 혹시라도 계약상대방이 언제라도 임의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거나, ‘계약이 달성될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 상대방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해지사유가 규정되어 있다면, 그와 같은 계약관계는 불안정하다고 여겨지게 됩니다. 따라서 그러한 조항의 삽입은 가능한 지양하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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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계약서의 다섯 번째 필수 항목은 ‘계약위반의 방지와 구제(救濟)에 관한 규정’입니다.

계약에 있어서 상대방의 의무이행을 강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손해배상 규정을 두는 것입니다.

그러나 계약상대방이 계약 내용을 지키지 않아 막대한 손해가 발생한 것은 맞는데, 막상 소송을 진행해 보면 손해배상 액수를 명백한 증거를 가지고 증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계약서 내용에 포괄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만 규정하여서는 안 되고, 손해배상금액을 명확히 규정하는 이른바,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조항을 두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손해배상액의 예정금액이 너무 과다한 경우에는 사후적으로 소송으로 진행되어 법원의 판단을 받을 때 판사에 의하여 감액될 소지는 있습니다.

그래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후적으로 발생할 상황이죠. 일단 계약서를 작성할 때에는 상대방에게 의무이행을 구하고 계약위반을 방지하고자 하는 당사자의 입장에서 가급적 높은 금액으로 설정하여야 할 것입니다.

한편, 본 항목에서는 중재 및 재판 등 분쟁상황의 해결방법에 관한 내용도 규정하게 되는데, 일반적으로는 계약당사자 중 일방의 관할지방법원에서 재판을 통하여 해결하도록 규정하게 됩니다. 여기에서 관할지방법원은 소송의 제1심 법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계약당사자 간의 협의로 정할 사항입니다.

가장 일반적인 분쟁 해결방법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법원에서의 소송일 것이지만, 최근에는 신속하고 저렴한 ‘대체적 분쟁해결제도(ADR)’ 중의 하나인 ‘중재’가 많이 활용됩니다. 대한상사중재원을 통한 ‘중재’가 대표적인 예가 됩니다.

이러한 중재는 3심까지 가는 소송과 달리 한 번의 중재판정을 통하여 종국적으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으며, 법원의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게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단 한 번의 판단으로 분쟁이 종결된다는 점에 유의하여 중재를 분쟁의 해결방법으로 계약서에 규정할 때 신중하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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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 이상 살펴본 5가지의 계약서 필수 항목에 대하여 만이라도 꼼꼼히 살펴보고 계약을 체결한다면 예상치 못한 불이익으로 경제적 손실을 보는 일은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중요한 계약 작성 시에는 사정이 허락한다면 법률전문가의 조언을 듣거나 검토를 받는 과정을 거쳐 계약을 체결하실 것을 조언해 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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