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리티지로펌] 보호자가 사전 동의하면 수의사 책임 면제될까?

수술동의서와 관련한 법률적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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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동의서와 관련한 법률적 이슈> 변호사·수의사 김성철

지난 1월 4일자로 개정된 수의사법은 수의사에게 수술과 같은 중대진료 시 동물 소유자 또는 관리자에게 이를 설명하고 동의를 받을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개정 수의사법이 오는 7월 5일자로 시행에 들어가게 되는데, 시행에 즈음하여 현업에 계신 많은 수의사분과 말씀을 나눠보면 그와 같은 제도의 시행에 환영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를 내시는 분들도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일부 수의사분들은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하십니다.

“A라는 수술에 전형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진 B부작용이 있다고 가정할 때, B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수의사가 고지하고 동물 보호자가 동의했다면, 혹시라도 환축에 B부작용이 실제로 발생하더라도 수의사가 그에 대한 배상 자체를 하지 않아도 되며, 보호자도 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 없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현업에 종사하는 수의사분들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의문이라고 판단됩니다.

이에 대한 해답을 위해서는 수의료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수의사가 부담하게 되는 책임에 대해서 살펴보아야 합니다.

이는 혹시라도 동물 보호자가 수의사를 상대로 제기할 수 있는 수의료소송에 있어서 수의사가 지게 되는 손해배상책임과도 직결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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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료사고가 발생하였을 시에 동물 보호자가 수의사에게 물을 수 있는 책임은 크게 ①수의료행위상 주의의무 위반에 따른 책임②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책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선 ①수의료행위상 주의의무 위반에 따른 책임은 수의사가 수의료행위 중에 마땅히 취했어야 할 최선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음을 이유로, 즉 ‘과실(過失)’을 범했다는 이유로 부담하게 되는 책임입니다.

여기서 ‘수의료사고에 있어 수의사에게 과실이 있다’는 말은 수의사가 부작용·후유증과 같은 ‘악결과’의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악결과 발생을 예견하지 못했거나 또는 그 악결과 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회피하지 못했다는 것을 뜻합니다.

즉, 수의료소송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①수의료행위상 주의의무 위반에 따른 책임은 수의료행위를 행하는 수의사에게 잘못(과실)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물을 수 있는 책임입니다.

수의사에게 그러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동물 보호자 측에서 악결과가 수의사의 과실에 의한 것이고, 과실과 악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을 것까지 입증하여야 합니다.

그렇다면, 수의사가 수술 등의 수의료행위에 앞서 동물 보호자로부터 수술동의서를 받았는지 여부는 수의사의 수의료행위상 주의의무 위반에 따른 책임의 인정 여부와 관련이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선 질문과 같이, 수의사가 환축에 A수술을 행하기에 앞서 B부작용이 A수술에 전형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동물 보호자에게 고지하고 동의까지 받았다는 사실이 있다고 합시다.

하지만 수술 후 실제로 환축에 B부작용이 발현됐다 하더라도 A수술을 집도한 수의사에게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비로소 수의사는 수의료행위상의 과실책임으로 손해배상을 하게 됩니다.

그 수의사가 문제가 된 수술 전 수술동의서를 받았는지 여부는 전혀 고려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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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동의서를 받았는지 여부는 오히려 수의사의 다른 책임인 ②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책임과 관련성이 높습니다.

‘설명의무’는 동물 보호자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존중의 차원에서 수의사가 환축에 대한 침습행위를 하는데 있어, 동물 보호자가 그 선택 여부를 결정하는 데 필요한 정보로서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그 위험성 등을 동물 보호자에게 설명하여야 할 의무를 말합니다.

그와 같이 수의사가 부담하는 설명의무는 2022. 7. 5. 자로 시행되는 수의사법 개정 이전부터 이미 인정되어 온 의무이기도 합니다.

수의료소송에서 동물 보호자 측에서는 ‘수술을 시행한 수의사로부터 수술 등에 대해서 설명을 전혀 들은 바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자기결정권의 침해를 이유로 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입증책임과 관련하여, 원칙적으로는 동물 보호자가 설명이 없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하지만 부존재의 입증에 대한 어려움, 수의사로서는 설명의무의 이행을 문서화(예: 수술동의서)하여 입증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수의사가 충분한 설명을 이행하였다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을 부담한다고 보는 것이 판례의 일관된 태도입니다.

이번 개정 수의사법의 시행으로 인하여 수의사분들에게는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어질 것이라는 순기능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쯤에서 앞서 일부 수의사분들이 던진 의문에 대한 해답을 정리해볼까요?

A라는 수술에 전형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진 B부작용이 있다고 가정할 때 B부작용의 발생 가능성에 관하여 수의사가 충분한 설명을 통하여 고지하고 동물 보호자가 그에 동의하였다면, 그 수의사는 혹시라도 있을 수의료소송에서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여지는 없게 될 것입니다.

다만 앞서 언급한 대로 수술상의 과실이 있다고 입증되는 경우에 한하여 B부작용이라는 악결과의 발생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정리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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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수의사분들께서는 수술 등 중대진료에 앞서 그와 같은 수술 등의 필요성, 방법 및 내용뿐만이 아니라 전형적으로 발생이 예상되는 후유증 또는 부작용까지 동물 보호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적극적으로 수술동의서를 받아야 합니다.

이를 통해 수술 등 중대진료에 관한 동물 보호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나아가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의료분쟁에서 설명의무의 다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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