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마이크로칩 이식은 수의사가 해야 할까

이상민 변호사·수의사 /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등록 : 2021.12.20 11:43:47   수정 : 2021.12.20 11:43:49 데일리벳 관리자

유기견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동물등록제가 시행되고 있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반려 목적의 2개월 이상인 개는 등록대상동물이 되어 무선전자개체식별장치(마이크로칩)를 이식받아야 한다. 마이크로칩은 반려견의 피하에 주사침을 통해 이식된다.

그렇다면 마이크로칩 이식은 수의사가 해야 하는 진료행위에 속할까. 대부분의 반려인과 수의사들은 당연히 ‘그렇다’고 생각할 만한 이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판단한 대법원 판결이 있어 이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 대법원 판결의 내용과 비판적 검토

수의사 면허 소지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개의 체내에 마이크로칩을 주입하는 무면허 진료행위를 하여 수의사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피고인에 대해 1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사건이 있었다.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고, 검사가 상고했지만 대법원까지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의 결론이 옳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이 제시한 이유는 아래와 같다.

위와 같은 이유로 대법원은 “피고인이 마이크로칩 주입기를 이용하여 개의 체내에 마이크로칩을 주입한 행위가 개의 건강 내지 안전에 위해를 미칠 수 있는 행위라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이유만으로 마이크로칩을 주입하는 행위가 수의사법이 정하는 진료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다”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였다(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7도6394 판결).

하지만 판결내용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대법원은 개의 체내에 마이크로칩을 주입한 행위가 ‘개의 건강 내지 안전에 위해를 미칠 수 있는 행위’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수의사가 해야 할 ‘진료’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마이크로칩은 주사침을 통해 이식되므로 대법원은 결국 ‘동물의 건강과 안전에 위해를 미칠 수 있는 주사행위’를 수의사에 의해 이뤄져야 할 진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여기서 동물을 사람으로 치환해보자. 과연 ‘사람의 건강과 안전에 위해를 미칠 수 있는 주사행위’가 의료인에 의해 이루어져야 할 진료행위가 아니라는 판결이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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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이유를 살펴보자.

대법원은 우선 수의사법 제10조에 의해 수의사가 아닌 자에게 금지된 ‘동물의 진료’ 행위를 ‘동물을 진료하거나 동물의 질병을 예방하는 행위’를 의미한다고 정의한 후 “여기서 ‘동물의 진료 또는 예방’이라 함은 ‘수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검안·처방·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라고 해석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하였다.

줄여보면 ‘동물의 진료 또는 예방이라 함은 …(중략)…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라고 해석된다는 것이다. 순환논법이다.

순환논법이 아니라고 보더라도 최소한 ‘동물의 진료’의 의미를 동물의 치료행위만으로 국한시킨 판시가 되는데, 동의하기 어렵다.

동물에게도 미용 수술 등 질병의 치료 목적이 아닌 많은 종류의 수술과 시술이 시행된다. 윤리적인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미용 목적의 단미(斷尾), 단이(斷耳) 수술도 행해지고 공동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짖는 소리를 줄이기 위해 성대제거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

별다른 질병이 발생하거나 예방이 필요한 수준이 아니더라도 이상행동을 교정할 목적으로 여러 시술이 행해지기도 한다.

동물 진료의 의미를 단지 치료에만 국한시킨다면, 이처럼 당연히 수의사가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되는 수술이나 시술들도 치료 목적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동물의 진료’가 아닌 것이 된다. 수의사면허가 없는 자에 의해 행해져도 무방하다는 결론이 도출되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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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대법원은 “수의사법 제1조가 그 입법목적으로 ‘동물의 생명과 안전 등’을 규정하지 않고 단지 ‘축산업의 발전과 공중위생의 향상에 기여’만을 규정하고 있는 점”과 “‘동물의 생명과 안전 등’에 관하여는 수의사법과는 별도로 동물보호법에서 이를 규율하고 있는 점”을 무죄판결의 근거로 들기도 하였다.

형법상으로는 상해(동물의 경우는 손괴)로 평가될 수 있는 침습적인 행위를 비롯하여 생명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행위를 할 수 있는 자격을 일정 교육을 거친 자에게 부여하여 면책되도록 하는 것이 면허제도의 의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어느 법에나 존재하고 그 법의 취지나 대강의 내용을 설명할 뿐 구체적으로 규범성을 가진다고 볼 수는 없는 제1조의 목적조항에 ‘동물의 생명과 안전’이 기재되어 있지 않다거나 이에 관하여는 별도로 동물보호법에 규율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동물의 생명이나 안전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행위가 수의사에게 독점적으로 면허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거나 수의사법의 규율대상이 아니라는 듯이 판시한 부분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 대법원 판결 이후 상황의 변화

이상과 같이 대법원은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논리로 수의사면허 없이 개의 체내에 마이크로칩 주입행위를 한 피고인에 대해 무면허 진료행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위 판결로 인해 문제가 제기되어 이후 수의사법 제1조 목적조항에 ‘동물의 건강증진’이 포함되는 개정이 이루어졌다.

또한 ‘자기가 사육하는 동물에 대한 진료행위’는 수의사면허 외의 행위로 하고 있던 시행령 조항이 개정되어 반려동물에 대한 자가진료가 금지됐다.

사람 및 동물의 건강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거나 수의사의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동물용 의약품 등 이른바 ‘처방대상 동물용 의약품’을 수의사의 처방전 없이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약사법과 수의사법의 개정도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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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관련법의 개정이 이루어진 상황에서는 수의사법에 ‘동물의 생명과 안전 등’에 관한 문구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수의사면허 미소지자의 주사행위를 수의사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한 위 판결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위 판결 이후 법제적인 상황이 변화한 것과 상관없이 그 전부터도 당연히 동물의 건강 내지 안전에 위해를 미칠 수 있는 행위는 수의사의 진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법령의 개정은 동물의 건강 내지 안전에 위해를 미칠 수 있는 행위가 수의사에게만 면허된 진료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더욱 ‘공고히’ 하는 정도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그와 같이 개정되었기 때문에 예전에는 동물의 진료행위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던 것들이 이제는 포함되게 된 것이라 해석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 ‘동물의 진료’의 의미

그렇다면 수의사에게 면허된 ‘동물의 진료’의 의미는 어떻게 정의하는 것이 타당할까.

여기에는 의료법에 따른 ‘의료행위’의 의미와 무면허 의료행위에 관한 판례를 참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수의사법과 마찬가지로 의료법은 직접적으로 ‘의료행위’의 의미나 포섭범위를 정의하고 있지는 않다. 판례를 통해 어느 정도 의미가 구체화되어 있을 뿐이다.

대법원에서는 의료행위란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료,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및 그 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4도3405 판결 등).

다만, 위와 같은 정의 역시 언어의 근본적인 한계로 인해 어느 정도는 추상성을 띨 수밖에 없다.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위의 정의에 해당하여 반드시 면허가 필요한 행위가 되는지는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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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술이 고도화, 전문화, 다양화되고 산업의 발달로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법원이 의료행위에 포섭시키는 행위의 범위는 점차 확장되는 추세에 있다.

이에 법원은 전통적인 의미의 의료행위라고 볼 수 있는 질병 치료와 예방에 해당하지는 않는 미용성형술의 경우도 “그 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의료인에 의해서만 행해져야 하는 의료행위라고 판시하고 있다.

일례로 대법원은 속눈썹 또는 모발의 이식술(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5도8317 판결), 필링기를 사용하여 얼굴의 각질을 제거하는 피부박피술(대법원 2003. 9. 5. 선고 2003도2903 판결) 등도 질병의 예방 및 치료와는 관계가 없으나 사람의 생명, 신체나 공중위생에 위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고 보아 의료행위에 포함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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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은 ‘의료행위’에 대한 판결의 취지나 경향이 수의사법 상 ‘동물의 진료’의 의미와 범위에 대한 판단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전통적인 의미의 진료행위라고 볼 수 있는 ‘동물의 질병 치료 또는 예방’ 행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수의학적 전문지식이 있는 수의사면허 소지자가 행하지 아니하면 동물의 생명, 신체나 공중위생에 위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행위도 ‘동물의 진료’에 해당하고, 이러한 행위를 수의사가 아닌 자가 행하면 무면허 진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의료행위’에 대한 판례상 정의를 차용해보면, 동물의 질병 예방 또는 치료행위뿐만 아니라 ‘그 밖에 수의사가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까지 ‘동물의 진료’의 범위에 포함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단순 예방이나 치료뿐 아니라 동물에게 행해지는 미용 수술 등 수의학적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다른 행위까지도 ‘동물의 진료’에 포섭할 수 있고, 면허 미소지자의 무분별한 행위를 막아 동물의 건강증진과 공중위생의 향상에 기여한다는 수의사법의 목적을 충실하게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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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위의 대법원 판결로 돌아가보자. 위 판결은 ‘동물의 진료’의 의미를 “동물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라고만 보았다.

의료행위와 마찬가지로 ‘수의사가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까지 동물의 진료행위에 포함시켰다면 과연 같은 판결이 나올 수 있었을까.

마이크로칩을 개의 피하에 주사하는 행위는 침습적인 행위로서 개의 신체에 위해를 일으킬 수 있는 행위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주사침이 장착된 주입기를 사용하고, 주사 전 주입부위에 대한 소독이 필요하며, 감염을 방지할 수 있도록 위생상태가 양호한 장소에서 시행되어야 하고, 주사 후 주사부위에 부종이 발생하거나 심한 경우 외부 감염으로 인한 2차 질병에 이환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에 대비하기 위해 경과관찰이 사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일반적인 주사에 의한 투약행위와 같은 절차와 방법에 의해 이루어질 뿐 아니라 거의 동일한 위험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이러한 행위를 면허 미소지자가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수의사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결한 것은 타당한가.

통상 의료법 상으로도 주사행위와 같은 침습적인 행위는 의학적 전문지식을 가진 의료인에 의해 행해져야 하는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해 큰 이견이 없다.

따라서 마이크로칩을 동물의 체내에 이식하는 행위는 수의사에 의해 행해져야 하는 동물의 진료행위에 해당하고, 수의사면허 미소지자가 마이크로칩 이식행위를 한다면 이는 무면허 진료행위가 되어 수의사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세상에서 양자(兩者)의 보건위생은 서로 분리되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는 위와 같은 판결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희망한다.

이상민 변호사·수의사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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