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리티지로펌] 동물병원에서 헌법재판소까지‥사실적시 명예훼손죄

등록 : 2021.08.25 06:17:45   수정 : 2021.08.24 16:19:42 데일리벳 관리자

<동물병원에서 헌법재판소까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헌법에 위반될까>

변호사 최재천

수의사에 대한 형법상 명예훼손 사건을 두고 헌법재판소까지 간 일이 있다.

헌법재판 청구인이 2017년 8월 반려견의 치료를 받게 되었는데, 당시 부당한 진료로 반려견이 불필요한 수술을 하고 실명 위기까지 겪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화가 난 청구인은 책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반려견의 치료를 담당하였던 수의사의 실명과 잘못된 진료행위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해 널리 알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변호사 친구를 통해 알아보니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형법 제307조 제1항으로 인해 도리어 청구인이 형사처벌을 받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아니 내가 겪은 일을 과장하지 않고 그대로 사실을 적어서 인터넷에 올리고 책을 쓰겠다는데 뭐가 문제지? 헌법이 그토록 자랑하는 표현의 자유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사실을 사실이라고 말할 수 없다면 도대체 이 나라 법률은 어떻게 된 거야?’

청구인은 형법 제307조 제1항이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 법률이라며 2017년 10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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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오랜 심리 끝에 2021년 2월 25일 형법 제 307조 제1항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헌재 2021. 2. 25. 2017헌마1113 등 형법 제307조 제1항 위헌확인 등).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반론도 상당했다. 헌법재판관 9인 중 5명이 합헌, 4명은 일부 위헌(제307조 제1항 중 ‘진실한 것으로서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하지 아니한’ 사실 적시에 관한 부분은 헌법 위반)을 주장했을 정도로 팽팽했던 것이다.

간단히 이유를 정리해보자. 먼저 합헌이라는 입장을 보자.

첫째, 표현의 자유가 절대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오늘날 매체의 특성상 명예훼손적 표현의 전파속도와 파급효과가 광범위해지고 있고 일단 명예가 훼손되면 완전한 회복이 어렵다는 점.

둘째, 영미법계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통해 민사적으로도 형벌적 효과를 달성할 수 있으나, 우리는 그런 방법이 없기 때문에 여전히 형사처벌의 필요성이 존재한다는 점.

셋째, 형법 제310조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처벌하지 아니’하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에 빠져나갈 구멍이 충분하며, 공공기관이나 공적인물에 대한 비판은 거의 면책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

넷째, 만약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를 고려하여 형법 제307조 제1항을 전부위헌으로 결정한다면 진실에 부합하더라도 개인이 숨기고 싶은 병력ㆍ성적 지향ㆍ가정사 등 사생활의 비밀이 침해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다음은 위헌을 주장했던 쪽의 논리이다.

첫째, 표현의 자유는 우리 헌법상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핵심적 기본권이므로, 이를 제한했을 때는 공직자 등에 대한 국민의 감시와 비판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점.

둘째, 피해자는 형사처벌이 아니라 정정보도와 반론보도 청구, 손해배상 청구와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 등을 통해 충분히 구제받을 수 있다는 점.

셋째, 제310조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 하나, 수사나 재판절차에 회부될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위축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넷째, ‘적시된 사실이 진실인 경우’에는 허위 사실을 바탕으로 형성된 개인의 명예보다 표현의 자유 보장에 중점을 둘 필요성이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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