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축전염병 병성감정 탈을 쓴 불법진료행위는 없다|김원일

등록 : 2021.06.21 05:16:53   수정 : 2021.06.18 17:55:14 데일리벳 관리자

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 김원일

최근 대한수의사회 농장동물진료권쟁취특별위원회(이하 특위)가 동물병원 개업수의사의 진료권 보장을 위해 불법 처방전 발행 및 불법진료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을 보고 많은 부분 동의를 하고 지지도 보내는 바이다.

하지만 특위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주장하고 있는 ‘국가 및 민간 병성감정기관이 가축전염병 병성감정 탈을 쓴 불법진료행위를 하고 있다’는 의견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 

더욱 아쉬운 부분은 실제 병성감정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운영주체와 충분히 논의도 하지 않은 채 ‘특위 자체 법리검토가 완료되었다’며 병성감정기관을 불법기관으로 일방적으로 낙인 찍고 병성감정기관의 적법한 활동에 제제를 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실제 2021년 4월부터 검사의뢰가 급격하게 감소하여 현재까지 진단공백이 발생하고 있으며 많은 개업수의사들도 피해를 보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동안 일부 병성감정기관들에서 법리 검토가 진행되었고 특위가 주장하는 병성감정기관의 불법요소들은 모두 사실이 아니거나 법적으로 다투어 봐야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위의 병성감정기관 불법진료근절이라는 소통 없는 일방적인 주장을 본 기고에서 바로잡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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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위가 현재 병성감정기관의 활동을 불법진료행위로 주장한 주요 내용을 아래에 나열하고 각각의 주장이 올바르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고자 한다.

 

(특위 주장 1) 약품업체는 민간병성감정기관과 계약을 맺고 ‘병성감정’을 의뢰한다. 약품업체의 고객인 농장에서 질병문제가 의심되면, 약품업체의 직원인 수의사가 현장을 방문하고 가검물을 채취해 병성감정기관에 검사를 의뢰하는데 명백한 불법진료이다.

동물병원 개업수의사가 모든 진료과정을 총괄한다는 조건 하에, 업체에 속한 수의사가 진료과정 중 어디까지 보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구성원들 사이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며 구성원들 간의 전반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특위 주장 2) 진단 수수료는 약품업체가 민간병성감정기관에게 지불한다. 이는 농장이 약품업체의 약을 구입해주는 대가로 제공되는 서비스 성격이 짙으며 약품업체가 민간병성감정기관에게 지급하는 진단수수료는 특정 약품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담합이나 불법 리베이트에 해당한다.

약사법이나 동물용의약품등 취급규칙 어디에서도 진료 수혜자 또는 농장에게 정밀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

물론 농장에서 직접 검사 수수료를 지불하는 것은 너무나 바람직하지만 현재나 가까운 미래에 그런 상황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개업수의사의 정확한 처방 및 치료를 위해서 진단은 필수적이므로 업체의 검사 수수료 지원은 농장의 검사 수수료 지급 부담에 따른 진단의뢰 회피에 의하여 진단 공백이 생기는 것을 막아주는 선순환 기능을 하고 있다.

최근 특위활동에 의해 이러한 업체의 검사 수수료 지원이 중단되었으며 이는 실제 동물병원 개업수의사들에게도 진단 공백이 발생하여 정밀검사 없이 처방과 치료를 하고 있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또한 병성감정기관은 진단서나 처방전을 발급할 수 있는 권한이 없고 개업수의사에게 검사 결과를 통보하는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므로 약품을 처방하거나 판촉하는 일에는 관여할 수 없는 구조다.

따라서 특위가 주장하는 병성감정기관과 약품업계 사이의 담합이나 불법 리베이트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특위 주장 3) 병성감정기관이 가축전염병예방법에 규정된 질병발생 신고의무를 하지 않는 불법을 자행하고 있으며 무늬만 병성감정일 뿐 일상적인 질병진단을 수행하여 동물병원의 진료권을 침해하고 있다.

아울러 병성감정기관도 동물병원이어야 하지만 국내 병성감정기관 대부분은 동물병원이 아니다. 수의과대학의 병성감정기관조차 동물병원과 별개로 운영되고 있다.

특위는 “진료행위에 해당하는 일반적인 질병진단”과 “가축전염병 병성감정”을 구분하고 병성감정이라면 가축전염병예방법상 법정 전염병의 발생을 신고해야한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거의 모든 축산동물질병이 법정전염병에 포함되어 있는 실정이기 때문에 신고가 필요하지 않은 일반적인 질병진단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따라서 동물병원에서 일반 질병진단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관할 시도에 신고의 의무가 있으므로 동물병원은 질병발생 신고의 의무가 없다는 특위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따라서 3종 법정전염병은 발생 신고가 되더라도 이동제한을 하지 않도록 관련 법령을 개선하거나 PRRS 등 양성율이 높은 질병의 발생에는 실제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이동제한을 하지 않도록 시도 담당 공무원의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동물병원도 현재의 전염병 발생 신고 문제를 피해갈 수 없다.

실제적인 질병관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 빈번한 농장 이동제한 조치는 농장의 검사의뢰 회피로 귀결될 수 있으므로 적절한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국가 및 민간 병성감정기관은 가축의 전염성 질병이 발생하거나 퍼지는 것을 막고 신변종 병원체의 출현과 변이 동향을 정밀하게 추적하여 축산업의 발전과 공중위생의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가축전염병예방법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기관이다. 수의사법에 의해 관리되는 동물병원과는 설립단계부터 목적이 다르다.

특위의 주장과 달리 병성감정기관은 진료기관이 아니라 전문적인 정밀 검사를 수행하는 검사기관이고 개업수의사의 의뢰에 따라 개업수의사에게 검사 결과를 통보해주고 개업수의사의 진단활동을 보조하는 기관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병성감정기관의 활동을 불법진료행위로 규정하는 특위의 주장은 개업수의사가 참여하지 않은 채로 이루어지는 일부 검사활동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되나, 이는 개업수의사가 모든 진단활동을 총괄하도록 체계를 개선해나가면 되는 것이지 병성감정기관 고유의 업무를 부정하고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올바른 접근법이라 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특위에서 주장하는 동물병원 개업수의사 진료의 정의에 대해서도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일반적인 농장동물 진료의 범위는 농장방문, 가검물 채취 및 부검, 검사의뢰 및 진단, 처방 및 치료와 컨설팅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한수의사회 특위는 이 모든 활동을 개업의만이 실제로 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조금만 생각해 보면 개업의의 진료활동 효율을 떨어뜨리고 각 부분적 활동에 필수적인 전문성 부족과 정도관리 실패의 결과로 이어지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저자는 개업수의사가 진료를 포함한 농장의 방역, 사양, 환경까지 아우르는 모든 활동을 총괄하되 간단한 가검물 채취, 검사의뢰 등 개업수의사의 진료 효율을 높이는 활동을 농장 및 업체 수의사로부터 지원을 받는다거나, 정밀검사 등 전문성이 필요한 부분은 병성감정기관의 지원을 활용하는 것이 오히려 개업수의사의 진료 부담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이렇게 개업수의사를 위한 보조 활동을 허용하더라도 업체 소속 수의사나 병성감정기관은 진단서나 처방전 발급 권한이 없으므로 개업수의사를 통하지 않고는 독립적으로 진료 활동할 수 없도록 제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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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수의사회 특위가 추진하고 있는 “동물병원 진료권의 쟁취”에 적극 찬성하는 바이나 동물병원 개업수의사들이 잘 활용할 수 있고 동물병원의 안정적인 운영에 도움이 되는 현재의 좋은 부분까지 불법으로 몰아 없애버리는 것이 과연 동물병원 개업수의사들의 활동에 유익한 것인지 심사숙고가 필요하다.

현 특위가 이해 당사자들과의 사전 협의 없이 너무 일방적으로 급박하게 추진하고 있는 일부 주장들은 구성원끼리의 불필요한 극단의 대립을 초래하고, 우리 모두가 그렇게도 바라는 진료권 쟁취의 중요한 해결책이 될 수 있는 농장 전담수의사(주치의)제도 신설, 자가진료 금지, 전염병 신고 규정 개선 등 대한수의사회를 중심으로 모든 수의사들이 협력하여 추진해야할 중요한 정책들에 대한 추진 동력을 소멸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무척 걱정이 된다.

부디 대한수의사회는 다양한 구성원이 현 특위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소통의 기회를 제공하고 지금의 노력들을 고질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집중하여 보다 많은 구성원들의 동의와 참여를 이끌어 내주시길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