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대와 우려` 펫보험 전문 보험사 생길까 / 심준원

소액단기보험사 제도 시행과 반려동물보험 시장 전망

등록 : 2021.05.12 13:39:56   수정 : 2021.07.28 09:08:48 데일리벳 관리자

1. 소액단기보험사 제도 시행과 취지

오는 6월 9일부터 개정 보험업법에 따른 소액단기보험사 제도가 시행된다. 보험업을 하기 위한 자본금 규정이 종합보험사인 경우 300억원(1종목만 취급해도 50억원)이상이던 것이 소액단기보험사 설립시에는 20억원으로 완화된다.

여기서 말하는 ’단기‘는 보험기간 1년 이하, ’소액‘은 (고객이 보험사에 지불하는 보험료가 아닌, 사고로 인해 보험사가 고객에게 지불하는) 보험금 기준 5,000만원 이하를 의미한다.

금융위원회는 소액단기보험사 제도가 신규사업자의 진입을 낮춰 일상생활의 다양한 리스크 보장을 원하는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4차산업 산업과의 결합이 용이한 ‘일반보험’이 소액단기보험사의 주종목이 될 것임은 자명하다.

 

2. 소액단기보험사에 취급가능한 보험 종목들

생명보험(인보험)영역에서는 연금이나 퇴직보험을 제외한 종목들이 신청가능하다. 손해보험영역에서는 일반보험에서 전부 다루어지고 있는 책임·도난·유리·동물·비용·날씨보험, 제3보험영역에서는 질병과 상해보험이 가능하다.

이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단연 ’동물보험(펫보험)‘ 종목이다.

필자는 법률시행 직후 2~3개의 펫보험 전문 소액단기보험사가 나올 것이고 이후에도 1~2개 회사가 더 출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업신청자는 생명보험사에서 자회사 형태로 1~2군데, 스타트업이나 기타 분야에서 1~2군데 정도로 추측한다.

 

3. 쉽지 않은 반려동물 시장, 만만하지 않은 (펫)보험업

반려동물 시장에는 이해관계자가 많다. 반려인(보호자), 반려동물, 수의사, 보험사, 정부, 관련업계, 동물보호단체 등을 모두 고려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반려동물 산업에 관심을 보이는 (예비)사업자들이 반려동물 시장을 너무 모르는 상태에서 자기만의 ‘뇌피셜’로 사업을 하려는 경우가 많아 우려스럽다.

외국기업을 벤치마킹하여 영리법인 대형 동물병원을 짓겠다는 자산가, 시장조사나 업계의 네트워킹조차 없이 수 억원의 장비를 들여와 반려동물 전문 장례업체를 시작하면 금방 성공할 것처럼 말하는 다단계업체, 보험사 영업직원과 친분이 있다며 이제는 현실과 동떨어진 10년전 펫보험시장 현황에 대해 자신있게 강조하던 업계 임원이 있는가 하면, 1년 남짓 시장조사후 일본 아니콤손해보험사(이하 아니콤)를 벤치마킹하여 펫보험 전문 소액단기보험사 설립하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기업도 있다.

동물병원은 이미 2013년부터 영리법인 개원이 금지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장례시장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파악은 한 것인지, 아니콤이 일본 펫보험시장을 점유했던 시대상황과 국내 펫보험 시장의 차이를 설명하기에 앞서 답답함을 느낀다.

보험사업의 수익구조는 3가지로서 사업비차익(비차익), 손해율차익(사차익), 이자율차익(이차익)의 관리가 관건이며 외부적 요소에 의해서도 많이 좌우된다.

또한 보험기간이 종료되어도 보험금청구권 소멸시효 3년이 지나야만 최종 원가와 손익이 확정된다는 ‘원가의 사후확정성’은 보험업만의 특징이다.

따라서 새로이 보험사업을 시작하려면 전문인력·시설 확보와 더불어 최소한 4~5년 이상의 중장기계획과 충분한 자금이 뒷받침되어야 시장안착이 가능하다. 그것도 제대로 된 전략과 전술에 따라 진행됐다는 가정하에서 말이다.

필자는 2017년 농림부의 ‘반려동물 산업 활성화를 위한 소비자 진료비 부담 완화방안’ 연구용역에 참여했다. 이 보고서의 목적은 외국의 반려동물 시장 현황과 제도를 조사하여 국내에 적용가능한 정책을 제안하는 목적이었다.

보고서에도 언급되었지만 아니콤이 일본 최초의 펫보험 취급 단종보험사로 시장 1위를 선점하고 있다 보니, 국내에서 많은 관심기업들이 아니콤을 방문하는 것이 당연시되어 버린 듯하다.

연구용역 수행 당시 아니콤을 방문했던 연구원은 “아니콤 직원이 ‘한국에서 이제 그만 왔으면 좋겠다’라는 농담을 했다”고 한다.

“한국인들은 일본인들이 모범적인 시민이라 보험사기를 치지 않는 줄 아는데, 일본인도 똑같이 보험 사기를 벌이기에 이것을 통제하는 게 중요하다”는 조언도 있었다.

10여년 전부터 펫보험 전문 소액단기보험사에 관심 있는 많은 기업이 수시로 방문해 똑같은 내용을 반복적으로 질문하니 그럴 만하다는 생각도 든다.

4. 펫보험 전문 소액단기보험사 설립 전 고려해야할 것들

만약 펫보험 전문 소액단기보험사 설립을 준비하는 기업이 있다면 다음의 요소들도 반드시 고려해 볼 것을 권한다.

 

첫째, 일본의 아니콤 설립 당시와 지금의 한국은 너무 다르다.

2006년 일본의 손해보험 1위사인 동경해상에 근무 중이던 ’코카야시 노부야키‘는 4마리의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었다. 반려동물이 아팠을 때 병원비를 지원하는 보험이 없어 본인이 직접 공제회를 설립했다. ’애니컴클럽‘이라는 펫공제상품을 만들어 판매했다가 2007년 12월 손해보험 업무 허가를 취득했다.

즉, 당시의 불모지에서 보험사업을 최초로 시작하였기에 오늘날까지 업계 1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2000년 동양화재(현 메리츠화재)가 최초로 상품을 출시한 이후 여러 보험사가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노하우를 쌓아오고 있다. 이러한 차이점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많은 손해·생명보험사들이 인구감소와 저금리로 소멸성·보장성 보험에 집중하며 반려동물보험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때문에 이들과의 치열한 상품경쟁과 채널경쟁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과거 국내의 단종보험사들(현대하이카, 교보악사다이렉트, 다스법률보험 등)과 단종보험대리점(간단손해보험대리점)이 지나온 길을 되짚어보아도 조금은 추론할 수 있으리라 본다.

 

둘째, 시장의 정착 과정과 시대상황이다.

일본의 아니콤이 출현할 당시 모바일 시대는 아니었다. 또한 앞서 아니콤 직원의 말대로 일본의 보험사 또한 ’보험사기 통제‘가 가장 큰 이슈였다. 전체 직원의 2/3이 손해사정사로 구성됐고, 사업 초기에는 영업직보다 3배 이상 많았다 한다.

수의사까지 다수 포함된 보상조직에서 엄격한 심사를 벌여 ’보험사기가 통하지 않는다‘라는 인식을 심어주기까지 4~5년이 걸렸다고 하니 참고해야 할 내용이다.

 

셋째, ’질병코드‘의 유무이다.

아니콤은 시장을 주도하면서 보험금청구 데이터를 통해 질병코드를 정착시켰다. 이후 일본의 농림수산성이 이를 국가 표준으로 삼았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현재 질병코드가 표준화되어 있지 않아 보험사에서 청구 심사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도 하루빨리 ‘질병코드 표준화’가 정착시켰으면 한다.

 

넷째, 병원비와 보험료에 대한 보호자들의 편견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반려인들 다수가 병원비와 보험료가 비싸다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1년 소멸성 보험료를 수십만원 지불한다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

잠시만 건강보험료와 비교해서 계산해보자. 국민건강보험료는 내 소득의 약 6.86%이다. 내가 3.43%, 회사가 3.43% 부담하니 만약 내 월급이 300만원이면 월10만원 가량을 내가 부담하는 셈이다. 1년이면 123만원, 회사 분까지 더하면 246만 원이라는 돈이 내 손에 오기도 전에 빠져나간다.

이와 비교하면 펫보험 1년 일시납 보험료 50만 원(월 41,670원 수준)은 비싸다고 할 수 없다.

 

다섯째, 펫샵에서 판매하는 ’유사보험‘도 경쟁의 대상이다.

펫샵에서는 막 분양해가는 고객들에게 ’멤버십(Membership)‘을 권유하여 가입시키고 지정병원을 이용하게 한다. 심지어 대놓고 1장짜리 ’보험계약서‘를 들이미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펫샵에서의 고객 ’입도선매(立稻先賣)‘에 대해서도 ’보험업법‘ 위반 여부와 더불어 경쟁상대로 인식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단종보험대리점‘으로의 활용을 이야기하고도 하나 ’멤버십‘으로 얻는 이익이 더 크기에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

 

여섯째, 시장의 규모다.

일본의 인구는 1억 2천만명으로서 ’미니보험‘을 위한 규모의 경제가 가능했을지 몰라도 우리나라의 인구 규모에서는 아직 미지수다.

전형적인 ’역선택(Reverse Selection)’ 시장을 어떻게 비용대비 합리적으로 통제할지도 고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최근의 관심사인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경영에 부합하는가 여부도 고려대상이다.

처음부터 투자금 회수(exit)를 목적으로 소액단기보험사를 설립한 후, 전통적 보험사들은 하지 않는 ‘공격적’ 상품을 ‘불완전판매’하여 ‘단기간’에 기업 가치상승에만 집중하는 시장 교란행위는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5. 마무리하며

그 동안의 보험업계 경험으로 볼 때 ‘의무가입’ 없이 펫보험이 민간영역에 머물러 있을 경우 가입률은 최대 10~15% 전후가 될 것이다(일본은 현재 9%). 이 안에서 보험사별로 시장이 분할될 것으로 전망한다.

보험은 반려동물 의료시장도 확대할 것이다. 이번 소액단기보험사 시행을 계기로 다양한 보험상품 출시와 더불어, 보험에서 해결할 수 없는 특화서비스들도 확대되어 건전한 반려동물 문화 형성에 도움이 되길 기대해 본다.

㈜펫핀스 대표 심준원(겸, 반려동물보험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