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가 말하는 수의사, 그 10년 후⑧] 홍민기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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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출판된 [수의사가 말하는 수의사](도서출판 부키)는 반려동물 임상, 산업동물 임상, 검역, 수의 축산 정책, 공중 보건, 동물약품 개발, 전염병 연구, 야생동물 진료, 수의장교, 미국 수의사 등 각 분야에 종사하는 22명의 수의사들의 이야기를 담아 ‘수의사라는 직업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책’이라고 평가 받는 책입니다.

많은 수의사 및 수의대 학생들도 이 책을 읽었을 텐데요, 이 책이 출판된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이에 데일리벳 학생기자단에서 당시 책에서 소개된 22명 수의사분들을 다시 인터뷰하여 10년 후 모습을 살펴보는 ‘수의사가 말하는 수의사(이하 수말수) 그 10년 후’ 프로젝트 시리즈를 진행합니다.

 

그 여덟 번째 주인공은 홍민기 수의사입니다. 

수말수 집필 당시 ‘임상수의학의 새로운 경향-침, 뜸, 향기 요법까지…대체 의학 바람이 분다’편에 참여했던 홍민기 수의사는 집필 당시와 마찬가지로 마음을나누는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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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요즘 근황 및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처음 ‘수의사가 말하는 수의사’ 집필에 참여했을 때는 막 개원을 한 직후였는데, 이제는 11년째 ‘마음을나누는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중년의 수의사가 되어버렸다.

현재 홀리스틱 수의학을 이용해 신경계 질환과 난치성 피부병 치료분야를 특화하여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홀리스틱 수의학 관점에서의 알러지성 피부염 치료를 다룬 ‘개 피부병의 모든 것’이란 책을 번역 발간했으며, 현재는 고양이 관련 서적 번역 출간을 준비 중이다.

Q. ‘수의사가 말하는 수의사’ 책과 관련하여 다시 인터뷰하는 것에 대해 어떤 소감이 드는지 궁금하다.

앞서 말씀드렸듯 초보 원장 시절에 참여하였는데 이제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견병원의 원장이 되었다. 지난 10년간 수의사들의 위상이나 여건 등에 있어 많은 변화와 사건들이 있었음에 다시금 시간을 느끼게 된다.

Q. 집필 이후 10년간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에피소드라기보다 예전에는 같은 수의사들에게도 한방 수의학이나 대체 수의학이 사이비 의학처럼 여겨지곤 했는데 이제 수의사들 사이에서도 인식이 많이 달라졌음에 놀라곤 한다.

Q. 책 출판 이후 좋았던 점은?

같은 수의사로서 수의학도들에게 다양한 수의사의 진로를 이야기해줄 수 있어 보람 있었다.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도 간접적인 경험이 됐을거라고 생각한다. 

Q. 10년 전과 비교하여 생각과 가치관에 달라진 점이 있나?

다행히 하루하루 동물들을 진료하며 힘들고 지칠 때도 많지만 수의사로의 초심은 잃지 않고 있다. 다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수의사의 길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어려운 일이라는 점을 새삼 느끼게 된다. 

생명을 다룬다는 점과 얼굴을 맞대고 사람을 상대한다는 점 모두 상황에 따라 변수가 많아 어려운 일인 것 같다.

Q. 대체수의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대체수의학은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다만 쉽사리 접근하는 것은 자칫 범람하고 있는 자가진료를 오히려 활성화시키는 악수가 될 수 있어 사려 깊음이 필요하다. 

Q. 전체 진료 중 한방수의진료가 차지하는 범위는?

우리 동물병원은 병원 명을 한방동물병원이라 개명하지는 않았으나 현재 전체 진료의 40% 정도가 한방 진료로 이워진다. 수익 역시 비슷한 비율을 차지한고 있다.

우리 병원은 현재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문을 열고, 일요일은 휴무를 실시하고 있다. 생각 외로 오픈시간과 관련하여 보호자로부터 불만을 듣는 일은 거의 없다. 또한, 모든 진료를 예약제로 실시하고 있음에도 큰 저항이 없다. 단기적인 아닌 단기적인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의사들의 삶의 질을 고려한 생활양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어떤 분야에 한방수의학을 적용할 수 있나?

본원에서는 뇌나 척추 등의 신경계 질환과 난치성 알러지 등에 적용하고 있으나, 현재 응급한 외과적 수술을 필요로 하는 경우를 제외한 다양한 분야에서 한방 수의학과 대체 수의학이 적용되고 효과를 보이고 있다. 나는 특히 양방과 한방을 모두 다루는 홀리스틱 수의사라서 한방 수의학을 치료과정의 하나의 옵션으로 생각한다. 보호자께 치료를 위한 여러 방법 중 하나로 한방치료를 추천해드리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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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한방수의학에 대한 수의과대학 교육이 아직은 부족한 것 같다. 한방진료에 관심있는 수의사들은 어떻게 공부할 수 있을까?

현재 한방수의학회에서 개설한 심화과정 등이 있으며, 보통은 한방진료를 보는 병원의 진료수의사로 취업하여 배우고 경험을 쌓는 게 일반적이다.

Q. 학부생시절에 생각했던 미래와 현재를 비교해본다면?

학부생 시절의 수의사와 동물병원에 비해 현재의 수의사는 보다 쉽게 접할 수 있고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직업군이 되었고 그 위상도 높아졌다. 하지만, 그 실상은 과도한 수의사 공급과 여러 분야에서 수의사 고유영역을 침범 받아 실리적인 면들은 나날이 감소하고 있어 어려운 현실이다. 학부생 후배들은 이런 현실을 잘 대비해서 수의사란 멋진 직업인으로서 만족스럽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길 바란다.

Q. 인생에서 아쉬웠던 부분이 있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좀 더 적극적으로 도전해보았었더라면… 하고 생각되는 인생의 순간들이 있다. 당시에는 잃을 것이 많아 보여 섣불리 용기를 내지 못하였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겁내며 지키려했던 것들이 별거 아닌 작은 것들이었단 생각이 자주 들곤 한다.

Q. 수의사의 전망은 어떻게 보나?

반려동물 산업은 앞으로도 더 성장할 것으로 보이며 문제는 수의사들이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당하지 않고 견고하게 지키고 성장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제도적인 뒷받침과 수의사로서의 노력이 함께 한다면 임상 수의사의 전망은 여전히 밝다고 생각한다.

Q. 후배들이 진로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무엇보다 자신의 적성과 흥미에 맞는 분야여야 오래, 그리고 즐겁게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경제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즐겁게 일할 수 있어야 성공 확률도 더 높다.

Q. 끝으로, 이 인터뷰를 읽을 수의사 후배 및 수의대 학부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사회가 수의사들에게 호락호락하지 않고, 반려동물 시장 또한 타직업군들이 호시탐탐 이권을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젊은 수의사들이 당장의 이익에 급급하지 말고 단결하여 장기적으로 수의사란 직업의 안정적인 토대를 이루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수의사가 말하는 수의사, 그 10년 후⑧] 홍민기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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