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너선 슬리먼 미국 국립야생동물보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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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사람의 건강은 보건복지부가, 가축의 건강은 농림축산식품부가 담당하고 있는데요, 야생동물의 건강과 질병은 환경부의 몫이지만 아직까지 국내 야생동물의 보건관리는 개선할 점이 많이 있습니다.

이에 환경부는 오는 2019년까지 야생동물의 건강과 질병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국립야생동물보건연구원’을 설립할 계획인데요, 그 모델로 삼은 곳이 미국야생동물보건센터(NWHC)입니다.

내년 1월까지 한국에 머물며 ‘국립야생동물보건연구원’ 설립을 자문하고 있는 조너선 슬리먼(Jonathan Sleeman) NWHC 센터장을 데일리벳에서 만났습니다.

(인터뷰에 도움을 주신 경상대학교 김준민, 주진아 학생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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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슬리먼 미국국립야생동물보건센터장

Q. 개인적인 질문이지만, 야생동물 수의사가 된 것은 우연한 계기였나

나는 어린 시절을 나비도 잡고 낚시도 하면서 자연과 함께 보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야생동물에 대한 열정이 생겼다.

대학에서 전공 공부를 하면서 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야생동물과 의학을 둘다 할 수 있는 분야가 야생동물 수의사라고 생각되어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Q. NWHC(National Wildlife Health Center)에 대해 소개해달라.

NWHC는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속한 정부 지원 연구센터로 야생동물 질병 및 건강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NWHC의 역할은 크게 3가지로 말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역학에 관한 부분이다. 질병 발생(outbreak)과 병독성(virulence)을 조사하고 데이터를 축적하며 정보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두 번째는 세균학자, 병리학자 등 여러 과학자들과 함께 질병을 분석하고 진단한다. 마지막으로 백신 개발, 질병 모델 개발과 관련한 연구를 담당한다.

NWHC의 이러한 서비스들은 미국 50개 주에 제공되며 미국 질병관리본부(CDC)와 연계되어 있다.

Q. 야생동물을 직접 구조하거나 치료하지는 않는가?

야생동물의 직접적인 치료와 구조 업무는 이를 담당하는 센터가 따로 있으며, NWHC에서는 하지 않는다.

우리는 연구를 통해 건강한 개체집단을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둔다.

Q. NWHC에서 수의사는 몇 명이나 일하고 있나?

전체 직원은 120명 정도 되는데 수의사는 15-20명 정도다.

수의사들은 역학조사, 병리학적 진단, 연구 등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Q. NWHC에서 최근 집중하고 있는 분야가 있다면?

두 가지 사례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야생 조류에서 나타나는 고병원성 AI를 조기에 발견하고 추적, 관찰하여 그 가치와 중요성을 외부에 알리고 있다. 이는 조기 경고 같은 것이다. 감염이 널리 퍼지는 것을 예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두 번째는 아직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백신 개발이다. 현재 백신 개발이 진행 중인데 이것이 야생동물에게 성공한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편리하게 사용될 수 있는 기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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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조너선 슬리먼 NWHC센터장, 이항 서울대 교수, 연성찬 경상대 교수

Q. 야생동물보건연구원 설립자문을 맡은 계기는 무엇인가?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이항 교수가 한국에도 미국의 NWHC와 같은 기관을 하나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미국으로 온 이항 교수에게 우리의 시설을 먼저 보여주었고, 작년 9월쯤 한국으로 초대받아 가게 되었다. 국회에서 열린 야생동물 질병관리 정책세미나에 참석해 미국의 야생동물 질병관리제도를 소개했다.

당시 세미나에서 한국의 야생동물보건연구원 건립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보고 그 계획을 발전시키기 위해 여러가지로 조언했다.

Q. 국립야생동물보건연구원 설립을 위해 어떤 부분을 돕고 있는가?

지금 추진하는 것은 ‘질병 위험 분석’이다. 한국에서 지금까지 어떠한 질병이 발생했는지, 현재는 어떠한 질병이 발생하고 있는지 분석함으로써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미국과 한국은 서로 가지고 있는 정보에서 차이(gap)가 있다. 이 차이를 채우기 위해서는 연구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어떠한 주요 질병을 추적해야 하는지, 한국이 야생동물 질병을 보다 잘 관리하기 위해서 NWHC가 어떤 부분에서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오는 11월에는 관련 워크샵을 개최해 한국의 야생동물 전문가들이 질병위험분석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또한 환경부에 (야생동물 프로그램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하고 이에 대해 환경부와 논의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나는 한국이 이런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고무되어 있다. 이 프로그램을 한국에서 만든다는 것은 매우 혁신적인 일이고, 한국이 세계 야생동물 건강에 관한 분야에서 리더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Q. 앞으로 바라는 목표가 있다면?

세계적으로 야생동물을 연구하는 기관들은 많지만 서로 연계가 잘 되어 있지 않다. 때때로 중복된 자료를 가지고 있고 때로는 빠진 부분도 있다.

NWHC는 전세계의 기관들이 더 많이 교류해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우리가 더욱 더 전문성을 가질 수 있는 길이라고도 생각한다. 나의 목표이기도 하다.

수의사와 야생동물기관의 힘을 길러 정부 관계기관과 함께 야생동물 보건문제를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수의사의 중요한 임무라는 점을 상기시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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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너선 슬리먼 미국 국립야생동물보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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