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학 A to Z] Z:Zoo 서울동물원 정소영 수의사

등록 : 2022.01.25 06:35:56   수정 : 2022.01.25 10:45:25 김민서 기자 alstj9678@hanmail.net

수의학의 다양한 분야 및 이슈에 대한 수의대생들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데일리벳 학생기자단 8기가 “수의학 A to Z”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수의학이라는 큰 틀 안에서 미리 학생들로부터 공모 받은 알파벳에 따른 키워드를 정해 취재를 진행했습니다.

마지막 키워드 알파벳 ZZOO(동물원)입니다.

동물원을 생각했을 때 떠올리는 이미지엔 큰 대비가 존재합니다. 콘크리트 속 고통을 받는 동물들의 부정적인 모습과 멸종위기의 동물들을 보호하고 연구하는 긍정적인 모습입니다.

물론 항상 모든 일에 개선의 여지는 존재합니다. 종극에는 동물과 인간 모두 혜택을 받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인간의 무의미한 즐거움과 유희만을 위해 존재하는 동물원이 아니라, 인간과 동물 모두의 공존을 위해 노력하는 진정한 동물원을 찾아가 동물원의 ‘순기능’에 대해 알아보고자 아시아에서 최초로 AZA를 획득한 ‘서울대공원 동물원’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1909년 11월 1일 우리나라 최초 동물원으로서 창경원에서 시작된 서울대공원은 1984년 경기도 과천에 새로운 터를 잡았습니다.

2000년부터 환경부와 함께 멸종위기종에 대한 종보전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멸종위기종 종보전연구를 하고 있는 정소영 수의사님을 만났습니다.

종보전연구가 시작되던 2000년에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입사하여 현재까지 수많은 동물들의 종 보전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서울대공원 종보전연구실에 근무하는 수의연구사 정소영입니다. 수의연구사는 수의사이면서 동물에 대한 연구를 담당하는 직렬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이곳에서 근무한지는 21년 8개월이 되었네요.

 

Q. 서울대공원 종보전연구실에서 어떤 업무를 맡고 있나요?

2000~2006년까지는 야생동물의 진료와 교육을 담당했어요. 2006년부터 현재까지는 환경부와 함께 멸종위기 야생동물에 대한 종보전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주업무는 멸종위기종의 번식주기 및 임신진단연구, 연구시설 환경개선공사, 예산회계, 멸종위기종 혈통관리, 관련서적 번역, 똥박사의 하루 등 SNS홍보 및 유튜브 제작, 야생동물종보전 연구성과를 활용한 시민교육 및 성과발표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Q. 서울대공원에서 일하기로 결심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수의과대학 3학년때 어떤 직장을 선택할지를 알아보라면서 학교 조교선생님이 저희를 현장으로 보냈습니다. 실험동물을 사용하는 생명과학연구소와 검역을 담당하는 검역원, 젖소 등 대형동물을 관리하는 우유회사 등에서 일해 봤어요.

개인적으로는 마우스 등 설치류를 무서워해서 실험동물을 선택하지 않았고 다소 경직된 분위기의 검역원은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체격이 작아서 대형동물을 다루는 일도 맞지 않았고요.

그래서 서울시 공무원으로 서울대공원을 선택했습니다. 첫 직장이지만 이 곳에서 석·박사 학위를 마쳤습니다. 결혼과 육아에도 좋은 일터라고 생각해요. 일의 양이 적정하다고 할까요?

결혼 전에는 평일 휴무를 사격이나 여행 같은 취미나 대학원 공부를 위해 썼어요. 현재는 아이들 학교와 병원 업무에 사용하는 것이 약간 다른 점입니다.

 

Q. 종보전 연구실에서의 근무가 임상과 연구의 경계가 모호한 직종인 것 같아요.

동물원에는 임상과 연구의 모든 분야가 섞여 있어요. 그만큼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어야 하고 다양한 업무를 해야 합니다.

지금 제가 주로 하는 일은 야생동물의 분변에서 성호르몬을 추출해 번식 주기를 파악하고 임신을 진단하는 연구인데요, 해당 종의 산과질환·진료내역·혈통관리 등 임상과도 겹치는 부분이 많아요.

그 둘을 나누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동물원에 있는 수의사 모두가 임상가이면서 연구자인 셈이죠. 동물원에서의 수의사의 업무는 일반적인 진료, 부검, 병리, 분석뿐만 아니라 사육, 교육, 생태 연구 등을 모두 포함합니다.

 

Q. 종보전사업을 벌이는 동물은 환경부나 문화재청이 정해주나요?

국내외 멸종위기 야생동물은 환경부에서 관리하는데요, 그 중 천연기념물은 문화재청 소관이기도 합니다.

가령 남생이는 국내 멸종위기 야생동물이면서 천연기념물이라 문화재청과 환경부의 허가가 필요해요. 반면 사자는 해외 멸종위기종이므로 환경부에서 관리합니다.

두 기관은 국내외 야생동물을 멸종위기 순위에 따라 중점관리 대상종을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동물원에서는 보유하고 있는 동물의 중요성, 복원가능성을 고려하여 연구대상종을 선정하죠.

서울대공원은 환경부 지정 국내 1호 서식지외보전기관으로 지정되었어요. 야생동물 종보전사업 대상종은 시베리아호랑이 등 22종과 유전적 근연관계에 있는 종입니다.

 

Q. 종보전 연구하는 근무지의 분위기도 궁금합니다.

종보전연구실에는 진료, 병리, 부검, 미생물, 호르몬, 유전자, 체세포, 생태, 사육, 혈통관리 등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진들이 모여 있습니다. 연구사업에 필요한 행정인력도 있죠.

종합병원 수준의 동물병원과 BL1, BL2수준의 정밀실험실, 경영 및 홍보, 종에 적합한 대규모의 사육시설이 연계된 연구소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근무분위기는 역동적이며 일반 가축, 실험동물, 반려동물에서 얻어진 기술들을 상황에 따라 적용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직원들이 열린 마인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Q. 동물원 수의사가 되기 위해 대학에서 따로 노력하신 점이 있나요?

대학 1학년때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렇듯 아무 생각 없이 승마, 검도 등을 하며 놀았습니다. 그리고 2학년부터 동물의 진료, 부검, 실험분야를 공부했죠.

3학년에는 동물과 관련된 직업군 조사를 위하여 서울대공원, 서울우유, 농림축산검역본부 등에서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현장 실습을 나갔습니다.

이 때 동물원 관련 분야에 들어가려면 영어 등 관련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으로 알게 되어 그 이후 모든 취미 생활을 정리하고 입사시험을 보기 전까지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Q. 동물원 근무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요?

동물원에서의 근무는 모든 부분이 동전의 양면입니다. 장점이 단점이 되고 단점이 장점이 됩니다.

야생동물과 함께 지내며 연구하면서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것은 재미있어요. 반면 모든 걸 하나하나 해결하고, 기존의 기술을 창의적으로 재해석해 적용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습니다.

서울시와 환경부의 예산 지원 덕분에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는데 경제적 어려움은 크지 않아요. 무엇보다 우리가 하는 연구들이 국내외에서 처음으로 하는 것이라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직업을 선택할 때는 업무 외에도 근무형태나 복지, 교육지원 등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동물원은 365일 근무하는 곳이어서 주말과 공휴일에 순번에 따라 근무를 하고 평일에 쉬는 형태입니다. 이렇게 얻어지는 평일휴무를 활용하면, 일반 직장인이 하기 어려운 평일 낮 시간 취미생활도 할 수 있죠.

하지만 단점으로는 연휴을 몰아 장기간 여행을 가기 어렵고, 명절에 일가친척들과 모이기 힘들다는 점이 있네요. 덕분에(?) 명절 갈등이 없고, 성수기가 아닐 때 움직이니 여행비용이 적어지는 장점도 있습니다.

 

Q. 근무를 하시면서 성취감, 뿌듯함을 느낀 적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입사초기 동물 진료를 맡았을 때 동물원에 처음으로 마모셋이라는 아주 작은 동물이 들어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무 이유 없이 아프고 사료를 잘 먹지 않았어요.

관련 서적을 찾아 번역하던 중 비타민D 요구량이 높다는 걸 알아냈고, 마모셋이 잘 먹을 수 있도록 시럽용 비타민D를 공급하니 건강하게 뛰어 놀기 시작했죠.

그러면서 동물원에서의 번식까지 성공했을 때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현재 맡은 업무 중에서는 동물원 시설 리모델링 공사도 보람이 있었습니다. 체세포, 유전자, 미생물, 방송실 등을 새로 지으면서 연구실 내부가 종합적이고 전문적인 시설로 거듭났죠.

Q. 동물원은 인간과 동물 중 누구를 위해서 존재하는 걸까요?

무척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동물원의 기원은 고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사냥하거나 사육하는 동물들을 잘 사육하고 전시하는 기능에서 시작했다고 해요. 1차적으로 인간을 위한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인간은 자신의 능력을 다른 동물들을 위하고 보호하는 것에 적용할 수 있다고 걸 깨달았어요. 지금 현재의 동물원은 인간의 휴식·만족과 함께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을 위한 노아의 방주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동물원의 기능은 시대에 따라 다르지만 오늘날의 동물원은 인간과 동물 모두가 공존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Q. 수의사님이 생각하는 동물원의 ‘순기능’이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한동안 자연주의가 순수한 정의라고 생각하는 흐름이 있었습니다. 과거의 방식이 옳고 현재의 방식은 소모적이며 인위적이라는 거죠.

하지만 과거에는 항생제가 없어 간단한 질병에도 쉽게 죽을 수 있었어요. 쌀이나 밀도 품종개량이 제대로 되지 못했죠. 그 시대 사람들의 평균 수명은 35세 정도에 그쳤습니다.

현대 문명은 사람의 수명과 삶의 질을 개선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동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가령 우리나라에 있는 삵은 야생에서 4~5년을 삽니다. 하지만 동물에서 안정적인 영양공급과 치료를 받으면 12세까지도 살아요. 새끼 폐사율도 낮습니다. 자연 상태라면 멸종할 수 있는 종들도 다시 복원할 수 있게 됩니다.

저는 이게 동물원의 순기능이라고 생각해요. 그대로 두면 더이상 볼 수 없게 될 동물들이 우리 후손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수의대생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동물원에 2000년 1월에 들어왔으니 만 22년이 됐습니다. 직장은 우리 인생에서 가정만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니, 개개인이 하고 싶은 일과 꿈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생계 문제나 신체 조건에 따라 가고자 하는 길을 조정해야 할 때도 있어요.

저는 체격이 작고, 선천적으로 술도 못 마시고, 금방 숨이 차서 오래 달리지도 못해요. 고양이과 동물의 털이나 진드기에 알러지도 심해서 수의사로서 직장을 선택할 때 고민이 많았습니다.

지금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가며 살고 있지만, 어떤 경우에도 본인이 최선을 다해 노력한 선택은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고 결실도 있었습니다.

여러분들이 가고자 하는 길이 있다면 그 꿈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길 바랍니다. 불가피하게 다른 길을 선택하게 되더라도 그것 역시 우리 인생에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갔으면 합니다.

김민서 기자 alstj967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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