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방역 너머 안전한 축산물로` 농장동물 수의사 진료권부터

대한수의사회 농장동물진료권쟁취특별위원회 최종영 위원장을 만나다

등록 : 2021.02.23 10:26:28   수정 : 2021.02.23 17:51:04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동물 소유주의 자가진료는 반려동물에서 2017년 법적으로 금지됐지만 농장동물에서는 여전히 허용되고 있습니다.

농장이 약을 주문해 마음껏 사용하고, 동물병원을 거치지 않아도 정밀검사를 의뢰해 병원체를 알아낼 수 있는 상황에서 수의사가 설 자리는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수의사처방제도 요식행위로 흐른 불법 처방전 문제를 잡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한수의사회는 최근 농장동물진료권쟁취특별위원회(이하 특위)를 구성하기로 하고 양돈수의사인 최종영 도담동물병원장을 위원장으로 위촉했습니다.

최종영 위원장(사진)을 데일리벳이 만나 농장동물 진료권 관련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Q. 그동안 동물방역 관련 기구는 수의사회 내부에도 있었지만, 농장동물 진료권 쟁취를 표어로 내건 기구는 특위가 처음인 것 같다

이제껏 농장동물을 바라보는 시각의 중심에는 ‘방역’이 자리잡고 있다. ASF, AI가 창궐하면서 농장의 관심사는 살아남기 위한 방어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도 가축전염병 방역에만 관심이 있다.

과거 축산업이 양적으로 성장하는 시기에는 축산물 공급량을 확보하기 위한 가축방역이 과제였다면 이제는 큰 틀이 바뀌어야 한다.

농장동물은 소비자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축산물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축산물 안전을 위해서는 구제역, ASF, 고병원성 AI 외에도 농장동물이 걸리는 다양한 질병에 대응하고, 동물약품 사용을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최전선에서 이를 책임져야 할 수의사의 진료권은 훼손되고 있다. 여기에 특위가 신설된 이유가 있다.

 

Q. 농장의 자가진료가 합법인 상황에서 수의사의 농장동물 진료권을 다루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다

특위는 누가 봐도 불법인 문제부터 먼저 대응할 것이다. 동물병원을 개원하지 않고 행하는 불법진료 문제가 우선이다.

관련 업체 직원이 농장에 와서 부검을 하거나 가검물을 의뢰하는 일은 아직도 비일비재하다. 동물병원도 아닌 대학 교수나 민간 연구소들이 진단·검사를 일삼는다.

민간병성감정기관들이 지정 받은 검사항목 외에 일반적인 진단행위를 하는 것도 문제다. 약품업체가 농장 서비스의 일환으로 시도하기까지 한다.

응당 동물병원이 해야 할 진료권을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불법 진료로 인해 동물약품 오남용이 증가하고 진료시장은 위축되고 있다.

동물 진료는 크게 4가지 단계로 진행된다. 임상증상 관찰, 검사와 진단, 수술·처치·처방, 예후관찰 순이다. 병성감정기관이나 가검물 문제는 두 번째, 수의사처방제 불법 처방전 문제는 세 번째 부분과 직결된다.

이 두 문제를 같은 선상에 놓고 봐야 한다. 내부 자정작용이 필요하다. 자정 없이는 진료권을 쟁취할 수 없다.

 

Q. 악성 가축전염병 방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농장 상황을 진단하고, 발병농장을 처분하고, 예방수칙을 처방하고..방역당국이 스스로를 동물병원으로 여기는 것 같다

가축전염병 예찰을 명목으로 공무원이나 비(非)수의사들이 진료행위를 일삼는다. 그로 인해 농장동물 수의사의 진료권은 더욱 제한되고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현실을 정부가 인정해야 한다.

질병이 터지면 평소 농장을 다니던 임상수의사는 꼼짝할 수 없다. 발병농장과 연루되는 순간 이동제한으로 생업이 마비되기 때문이다. 대신 임상수의사보다 농장을 잘 알지 못하는 공무원이나 예찰 요원이 ‘모니터링’을 한다.

정부는 농장동물 수의사의 진료 전문성을 인정하고 방역 업무에 적극적으로 참여시켜야 한다. 국가가 행하는 진단 행위의 많은 부분을 민간 수의사의 진료 행위로 이행해야 한다.

 

Q. 정부가 농장으로 의약품을 바로 공급하는 관납체계도 문제다.

국가에서 동물용의약품이나 백신을 일괄적으로 지급하는 관납제도는 농장의 질병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진료를 획일화하는 식이다. 결과를 보장할 수 없는 자가진료를 권장하는 셈이다.

관행화 된 동물용의약품의 관납제도를 철폐해야 한다.

 

Q. 수의사처방제는 농장동물 수의사의 진료 수요를 높여줄 것으로 기대됐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처방전 전문 수의사들이 농장 주문에 맞춰 처방전을 만들어주는 요식행위로 전락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하루 10건 이상의 전자처방전을 발행한 동물병원이 30개소 이상이었다. 돼지나 가금농장은 하루에 여러 곳을 다니기 어렵다. 그런데도 대량의 처방전이 발행됐다면, 면허 대여나 직접 진료 없는 불법 처방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10건의 불법 처방전을 발행하는 행위는) 농장 방문진료로 받을 수 있는 진료비를 10분의 1로 낮추는 셈이다. 진료시장을 오히려 없애는 꼴이다.

이처럼 농장동물 수의사는 법으로 보장받은 진료시장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다. 배달의 민족은 없던 배달비 시장도 만들어냈는데, 수의사처방제는 거꾸로 가고 있다.

실력 없는 수의사를 배출하는 구조가 된다는 점도 문제다. 농장동물 진료를 하나도 몰라도 불법 처방전이나 발급하면서 월급을 받는다. 이는 일선 임상수의사가 설 자리를 없애고 진료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수의사들조차도 문제의식이 부족하다. 직접 진료 없는 처방전 발급은 엄연히 불법임에도 ‘원래 잘 아는 농장이다. 일주일 전에 갔다 왔는데 또 가란 말이냐’며 불편함을 호소한다.

그렇다면 최소한 농장이 매월 1~2회만 처방전을 요청할 수 있도록 유도하려는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다.

 

Q. 안전한 축산물 먹거리 생산의 최대 현안은 항생제 관리라고 볼 수 있다. 처방제 도입의 계기도 항생제 내성 문제였다. 하지만 수의사처방제 도입 후 동물용 항생제 사용량은 오히려 늘었다.

수의계 내부에서야 처방제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아서 그렇다고 치지만, 외부에서 볼 때는 ‘항생제는 수의사 처방이 있어야만 쓰게 됐다는데, 항생제 사용량이 늘면 수의사가 많이 써서 그런거 아니냐’는 시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맞는 지적이다.

모든 동물용 항생제가 수의사 처방대상에 포함되는 것은 내년 말부터지만, 어차피 농장에서 주로 쓰는 항생제는 이미 처방대상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들 항생제 대부분은 동물용의약품도매상에서 구입하는데, (직접 진료 후 처방이든 불법 처방이든) 수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판매될 수 있지 않나.

결국 항생제 사용량이 늘어난 것에 수의사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누군가는 처방전을 써줬다.

지난해 충북대 이완규 교수팀이 보고한 바에 따르면, 배합사료 항생제 첨가 금지(2011)와 수의사처방제 도입(2013)에도 불구하고 양돈농장의 항생제 내성 문제는 점차 심각해졌다. 다제내성균의 비율이 늘고 콜리스틴 내성도 증가했다.

이처럼 항생제 사용이 늘어나면 내성문제는 커질 수밖에 없다. 축산물 안전성은 물론 국민보건을 훼손하는 일이다. 수의사가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다.

 

Q. 농장에서 실질적으로 항생제를 줄이기가 어려운가

우리나라에서 지육 1kg을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항생제 사용량은 덴마크의 10배라고 한다. 그런데도 생산성은 훨씬 낮은 수준이다. 항생제 사용량을 줄여도 생산성적을 오히려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덴마크가 증명한 셈이다.

개인적으로 진료 나가는 농장에서 최대한 약을 쓰지 않으려고 한다. 항생제를 안 쓰면 돼지들이 당장 다 죽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예상보다 심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만큼 습관적으로 쓰는 부분이 있다는 얘기다.

또한 수의사가 농장에서 ‘진료비’를 받을 수 없는 환경도 약품 사용량 증가에 일조하고 있다.

 

Q. 농장동물 진료비를 따로 받지 못하고 약품 거래 계약으로 대신하는 관행 말인가

그렇다. 수의사의 진료비가 농장에서 나와야 하는데, 지금은 약품비에서 나온다.

아예 도매상에 고용돼 진료를 보거나 불법 처방전을 발행하는 ‘사무장병원’ 말고도, 도매상에서 진료비를 받고 해당 도매상 거래처 농장을 무료로 진료해주는 ‘협업병원’ 형태도 있다. 아예 도매상을 따로 차리거나 도매상에 지분을 가진 동물병원들도 있다.

이런 수의사들은 결국 약을 많이 쓰는 방향으로 흐르기 쉽다.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항생제도 마찬가지다. 많이 쓰게 되고 내성도 커진다.

물론 필요한 약은 써야 한다. 하지만 오용·과용하지 않도록 안내하는 것이 수의사의 역할이다. 약으로 매출을 올리는 형태는 지양해야 한다.

쓰던 약을 줄이면서도 생산성적을 올려주는 것에서 수의사의 진료비가 나와야 한다. 수의사에게 진료비를 주는 대신 농장이 더 큰 이익을 볼 수 있으면 된다.

장기적으로는 동물용의약품도매상이 약품 도매와 소매(농장 직접판매)를 겸하는 유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도매상은 도매를 하고 진료의 접점에 있는 동물병원이 농장에게 의약품을 전달해야 오남용을 줄일 수 있다.

 

Q. 수의사처방제 정상화를 포함해 항생제 사용관리가 어떻게 개선되어야 하나

축산물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농장별 전자처방기록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농장별로, 처방을 내린 수의사별로 항생제 사용량을 파악하고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매우 중요한 항생제를 사용할 경우에는 감수성 검사를 의무화하는 등 신중한 사용의 가이드라인이 확립되어야 한다. 처방전 발행 횟수와 약품 사용량을 줄이는 등의 활동을 수의사 단체 차원에서 지속해야 한다.

 

Q. 특위가 쟁취하려는 농장동물 진료권의 형태도 결국 수의사가 농장에 가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농장주도 정기진료를 좋아한다. 수의사의 실력이 좋고 나쁘고에 달려 있다기 보다, 농장에게 제3의 시각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제가 보기엔 이렇습니다’라고 의견을 얘기해주는 사람을 찾기 힘든데 그나마 수의사를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다 보니, 우리의 진료시장을 빼앗기고 있다.

수의사처방제의 처방전 유효기간은 최대 한 달이다. 최소한 매월 1회씩 수의사가 농장을 방문해 필요한 처방전을 내리는 형태가 이상적이다.

수의사가 하루에 직접 농장을 방문해 진료한 후 내릴 수 있는 처방전 개수의 상한을 정하고, 수의사들이 다 같이 처방제를 제대로 운영하려고 한다면 진료환경도 개선될 것이다.

불법 가검물 문제도 함께 개선될 수 있다. 수의사가 농장에 간다면 불법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진단검사를 맡길 이유도 없다.

 

Q. 특위는 향후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가

면허 대여, 비대면 상담 후 불법 처방이나 약품 판매 등 수의사의 불법진료 행위가 진료시장 자체를 위축시키고 있다. 항생제 사용량을 줄이지 못해 내성 문제가 악화되는 주 원인이기도 하다.

수의사회 스스로 자정작용이 필요하다. 실제로 자정작용이 가능하도록 법제도를 보완하고 의법조치에 적극 나서야 한다.

특위 위원으로는 소, 돼지, 가금 분야의 현장 수의사를 각 지역별로 두루 포함시킬 계획이다.

지금은 관련 법률 검토를 포함해 여러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안정화되면 대면회의를 통해 의견을 모으고 불법 행위에 대한 대응방침을 밝히겠다. 실제 형사고발도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