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CAID 2026 참관기] 반려동물 감염병의 최신 흐름과 항생제 스튜어드십 : 김소현

김소현 해마루반려동물의료재단 이사장/대한수의사회 원헬스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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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반려동물감염병학회(International Society for Companion Animal Infectious Diseases, ISCAID)의 제9회 국제심포지엄이 9월 15일부터 17일까지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개최되었다. ISCAID는 2년마다 세계 각국의 수의사와 연구자들이 모여 반려동물 감염병과 항생제 내성에 관한 최신 연구와 임상적 과제를 공유하는 학회다. 올해는 ISCAID 창립 20주년이 되는 해로, 이번 심포지엄에는 16개국에서 약 170명이 참석했다.

2024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제8회 심포지엄에 처음 참석했을 때, 반려동물 감염병이라는 한 분야를 며칠 동안 집중적으로 다루는 학회라는 점이 무척 흥미로웠다. 그래서 직항이 없어 거의 하루가 걸리는 힘든 여정이었지만, 2년 만에 다시 ISCAID를 찾았다. 규모가 큰 학회는 아니지만, 반려동물 감염병과 항생제 내성이라는 주제를 놓고 여러 나라의 수의사와 연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비슷한 고민을 나누는 분위기가 이 학회의 매력인 것 같다.

학회 시작 전인 14일에는 이번 학회의 메인 스폰서 중 하나인 조에티스가 참가자들을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더블린에서 버스로 약 1시간여를 이동해 Tullamore에 위치한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방문했다.

이곳에서는 사이토포인트, 리브렐라를 비롯한 반려동물 치료에 사용되는 단클론항체(monoclonal antibody)를 생산하고 있었다. 대형 bioreactor를 이용한 단클론항체 생산과정과 멸균 생산구역, 정제수와 clean steam 등 생산공정을 지원하는 여러 시설을 둘러볼 수 있었다.

최근 수의학에서도 단클론항체 치료제의 활용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더 관심 있게 보게 되었다. 멸균 생산시설 특성상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은 제한적이었지만, 임상에서 사용하는 바이오의약품이 실제로 어떻게 생산되는지를 직접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었다.

학회 첫날 Plenary lecture에서는 항진균제 내성을 One Health 관점에서 다루었다. 기후변화와 면역억제 환자의 증가 등으로 진균감염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특히 농업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azole계 살진균제가 환경의 Aspergillus fumigatus에 선택압으로 작용해 내성 균주가 선택될 수 있다는 문제가 다뤄졌다. 이렇게 환경에서 내성을 획득한 균은 항진균제를 사용한 적이 없는 사람이나 동물에게도 감염을 일으킬 수 있으며, 내성 포자와 식물·토양의 이동을 통해 국경을 넘어 확산될 수 있다. 실제로 네덜란드에서 수입된 튤립 구근을 통해 pan-azole-resistant A. fumigatus가 아일랜드로 유입된 사례도 소개되었다.

문제는 새로운 항진균제가 개발된 이후에도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Olorofim과 fosmanogepix 같은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지만, 이들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표적을 갖는 농업용 살진균제도 개발·허가되고 있다. 의료와 농업 모두 새로운 약제가 필요하지만, 각 분야가 서로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의사결정을 한다면 azole에서 경험한 내성 문제가 새로운 약제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 UC Davis의 Jane Sykes 교수는 이러한 의사결정이 그동안 서로 분리된 ‘silo’에서 이루어져 왔음을 지적했다.

강의를 들으며 One Health는 단순히 사람·동물·환경이 연결되어 있다는 개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 분야의 결정이 다른 분야에 미칠 영향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2024년과 마찬가지로 별도로 운영되었던 항생제 스튜어드십(Antimicrobial Stewardship, AMS) 세션에서는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이 논의되었다. 이번 학회에서는 특히 항생제를 ‘잘 사용해야 한다’는 원칙 자체보다, 실제 반려동물 진료현장에서 항생제를 ‘어떻게’ 하면 더 적절하게 사용하도록 만들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들이 논의되었다. 항생제 사용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 가이드라인을 실제 진료와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항생제 감수성검사 결과를 어떻게 제공해야 적절한 항생제 선택에 도움이 되는지, 수의사의 항생제 처방행태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등이 다뤄졌다.

우선 제대로 사용하려면 현재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미국의 CAVSNET(Companion Animal Veterinary Surveillance Network)은 미국 내 1,200개 이상의 동물병원에서 생성되는 전자진료기록을 이용하고 있다. 이번 학회에서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개와 고양이에서 이루어진 약 795만 건의 전신 항생제 처방을 분석한 결과가 발표됐다. 참여 병원에서 사용되는 전자진료기록 시스템만 28개에 달했고, 서로 다른 형태의 데이터를 연결하고 표준화하는 작업을 거쳐 실제 진료현장의 항생제 사용을 지속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는 점이 놀라웠다.

우리나라 동물병원에도 이미 많은 진료데이터가 쌓이고 있다. 하지만 개별 병원에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연결해 어떤 질환에 어떤 항생제가 사용되고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볼 수 있는 체계는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다. 국내에서 AMS를 실제로 시작하려면 이런 기반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부터 고민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 표준화뿐 아니라 데이터의 소유와 활용, 개인정보 보호 등 풀어야 할 문제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학계·동물병원·검사기관·전자차트 업체의 공동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그동안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바로 검사실에서 제공하는 항생제 감수성검사 결과를 AMS에 활용하는 방법이었다. 모든 항생제 결과를 같은 방식으로 나열하기보다 우선순위를 고려해 보여주는 tiered reporting이나, first-line 항생제 결과를 우선 보여주고 필요한 경우 다음 단계의 결과를 확인하도록 하는 cascade reporting 등이 논의되었다. 실제로 Antech Diagnostics에서는 AMS 관점에서 항생제를 분류한 tiered reporting을 항생제 감수성검사 결과에 적용하고 있었다. 수의사들이 선호하는 reporting 방식과 AMS 원칙에 맞는 항생제 선택을 유도한 방식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았다는 결과도 재미있었다. 단순히 정보를 더 많이 제공하는 것이 항상 더 좋은 선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검사 결과를 어떻게 보여주느냐 자체가 AMS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패널토의에서도 좋은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실제 처방의 변화로 이어지게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개별 수의사의 처방행태를 변화시키기 위한 방법, 병원의 문화와 경영진의 리더십, 행동과학적 접근, 보호자와의 소통 등 다양한 방법이 논의되었다.

감염관리 강의에서도 비슷한 접근을 볼 수 있었다. 손위생이나 소독과 같은 개별적인 수칙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담당자 지정, 위험 평가, 표준화된 절차와 교육, 감시와 점검을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연결해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접근이 강조되었다. 또한, PPE와 같은 개인보호에만 의존하기보다 위험원 자체를 제거하거나 노출 가능성을 줄이는 단계부터 접근하는 ‘Hierarchy of Controls’도 다루어졌다. 돌아가면 우리 병원의 감염관리 체계도 다시 한번 점검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강의를 이어서 듣다 보니 결국 연결되는 부분이 있었다.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잘 지키라고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항생제 사용을 측정하고, 필요한 정보를 실제 진료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하며, 그 결과 처방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다시 살펴보는 과정까지 필요하다. 항생제 사용뿐 아니라 감염관리 역시 개인의 노력에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이를 제대로 실행할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적절한 항생제 사용의 기준이 되는 가이드라인 작업도 계속되고 있었다. 이번 학회에서는 치과 처치에서의 예방적 항생제 사용에 관한 draft guideline과 UTI guideline revision이 소개되었고, 가이드라인을 어떤 근거와 방법으로 만드는가도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항생제 내성 관련 강의를 주로 들어서 AMS에 관한 내용이 주가 되었지만, ISCAID 전체 프로그램에서는 다양한 감염병이 다루어졌다.

이번 ISCAID에서는 FIP guideline update도 소개되었다. 모든 환자에게 하나의 치료법을 제시하기보다 환자와 보호자의 상황을 고려하는 spectrum of care의 관점에서 치료 전략을 검토하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는 ‘living guideline’을 지향하고 있었다. 이 외에도 FCoV의 진화와 전파, GS-441524를 비롯한 항바이러스 치료, 장기추적과 바이오마커 등 FIP에 관한 여러 연구도 발표되었다.

그 밖에도 vector-borne diseases, canine circovirus, feline calicivirus, sporotrichosis, aspergillosis 등 바이러스·세균·진균 감염에 관한 연구도 다루어졌다. 미국 고양이에서 발생한 H5N1 clade 2.3.4.4b 감염의 유전체를 분석해 전파경로를 추적한 연구도 있었다. 모든 발표를 들을 수는 없었지만, 프로그램을 통해 현재 반려동물 감염병 분야에서 어떤 질병과 문제들이 연구되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었다.

학회 초록을 보다 재미있는 것을 하나 발견했다. 한 초록의 disclosure에 Microsoft Copilot(GPT-5)을 초록 작성에 활용했으며, 모든 내용은 저자들이 검토했다고 명시되어 있었다. 나 역시 AI를 여러 업무에 활용하고 있지만, 학술대회의 공식 초록에 생성형 AI 사용을 직접 밝힌 사례를 실제로 본 것은 새로웠다. 생성형 AI를 scientific writing에 활용하고, 그 사실을 학술 초록에 직접 밝힌 모습을 보니 연구 환경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 앞으로 연구자들이 이를 어떻게 공개하고 책임 있게 사용할 것인지도 계속 고민하게 될 문제일 것 같다.

ISCAID는 규모가 큰 학회는 아니다. 하지만 며칠 동안 반려동물 감염병과 AMR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여전히 좋았고, 모든 강의가 너무 재미있었다. 특히 이번에는 반려동물 분야의 항생제 내성 감시와 AMS를 실제 진료현장에서 작동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연구와 시도들이 많았다. 대규모 진료데이터를 이용해 항생제 사용을 파악하고, 검사 결과의 제시 방법을 바꾸고, 수의사의 처방행태까지 연구하고 있었다. 각각은 다른 연구였지만 결국 ‘어떻게 실제 행동으로 연결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있는 노력이었다. 이번 ISCAID는 세계 반려동물 감염병의 최근 흐름을 살펴보는 동시에, 국내 반려동물 의료에서 감염병과 항생제 내성 문제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학회 일정 사이에 둘러본 더블린은 평화롭고, 또 활기찼다. 오래된 성당들과 건물들, 트리니티 칼리지와 미술관, 그리고 음악이 가득한 거리까지, 내게 더블린은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매력적인 도시로 기억될 것 같다.

-김소현 해마루반려동물의료재단 이사장 / 대한수의사회 원헬스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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