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해마루반려동물의료재단 김소현 이사장

비영리 반려동물 의료재단으로 태어나는 해마루 동물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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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7월 2일 영리법인을 금지하는 수의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7월 30일 공포됐습니다. 기존 영리법인 동물병원에는 10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졌고, 올해 7월로 유예기간이 종료됐습니다.

여러 법인 동물병원들이 개인사업자로 전환한 가운데, 해마루동물병원은 비영리 재단법인을 선택했습니다.

국내 최초의 2차진료 동물병원인 해마루동물병원이 해마루반려동물의료재단을 설립하고 비영리병원 운영에 나서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 해마루동물병원은 2000년에 2차 동물병원으로 설립됐으며 올해로 24년 차를 맞이했습니다).

데일리벳에서 해마루반려동물의료재단 김소현 이사장(수의사)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Q. 수의사 공통질문입니다. 왜 수의사가 되셨나요?

저희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아버지가 수의사(서울대 67학번)이신데, 어릴 때부터 서울대 수의대 행사를 많이 데려가 주셨어요. “꼭 수의사가 돼라”는 말씀은 안 하셨지만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에 가서 이과, 문과를 선택할 때 이과를 선택하면서 “아빠, 나도 수의사 될까?”라고 했을 때 무척 좋아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 말씀은 하지 않으셨지만 내심 기대하고 계셨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 서울대 수의대를 목표로 공부했습니다.

Q. 커리어가 엄청납니다. 수의미생물학 박사면서,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연구교수, 서울대학교 인수공통질병중점연구소 박사후연구원, 미국 워싱턴주립대학 수의과대학 방문연구원, WHO 항생제내성 감시사업 Working Group 멤버, APEC 보건실무그룹 한국 대표로 활동하셨네요. 원래부터 반려동물 임상수의사보다 기초 분야에 더 관심이 컸나요?

원래는 임상수의사가 꿈이었는데요, 방학 때 기초대학원(수의미생물학교실) 경험을 한 것을 계기로 미생물 전공을 하게 됐어요. 수의미생물학 석사를 하고, 박사과정 중에 미국 워싱턴주립대학교 수의과대학과 미국 농무부 실험실(USDA Listeriosis Lab)에 가서 연구를 했어요. 그때 했던 연구내용을 바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서울대 수의대에서 박사후연구원을 하다가 삼성서울병원으로 가게 됐어요.

Q. 수의사가 삼성서울병원이라니 신기한데요,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삼성서울병원에서 총 11년간 있었네요.

삼성생명과학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을 거쳐,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연구교수(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로 재직했습니다. 삼성서울병원에 가게 되었을 당시 삼성의료원 기획조정처장님께서 아시아태평양감염재단을 운영하고 계셨어요. 재단의 프로젝트 매니저로도 활동하면서 감염병과 항생제내성 관련 국제공동연구를 총괄 관리하고 항생제내성 국제캠페인도 진행했습니다.

당시에 WHO 항생제내성 감시사업 Temporal Advisor, Working group 멤버, APEC 보건실무그룹(Health Working Group) 한국대표 등을 하면서 국제회의도 많이 참석했었어요. 감염내과에서 일하며 인수공통감염병, 식품안전, 항생제내성 등에 대해 꾸준히 연구했었는데요, 이런 역할이 임상과 완전히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국제적인 감염병 관리 연구를 해보니 사람-동물-환경이 다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면서 ‘원헬스’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어요.

이후 2019년에 ㈜해마루 부대표와 해마루 소동물임상의학연구소장으로 해마루에 합류했고, 2021년부터 대표이사를 맡게 되었습니다.

Q. 이제 해마루동물병원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해마루동물병원이 재단법인을 선택하면서 화제가 됐는데요, 개인 동물병원이 아닌 재단법인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고민이 정말 많았습니다.

해마루의 시작을 함께했었기 때문에 해마루를 처음에 왜 설립하기로 했었는지 생각했고, 해마루가 지금까지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돌아봤어요. 그랬더니 해마루가 어느 정도 공적인 역할을 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됐어요. 물론 영리법인이었지만요. 국내 최초의 2차 동물병원으로써, 설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100% 2차진료만 하면서 중증·응급환자들을 치료하고 다시 1차 동물병원으로 귀원 시키는 원칙을 지켰습니다. 그걸 유지하는 게 참 힘든데 그래도 ‘1차 동물병원과 상생’이라는 초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던 것 같아요. 그리고, 수의사·수의대생 교육에도 기여한 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제가 현재 대한수의사회 원헬스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인수공통감염병이 늘어나는 환경에서 동물환자와 수의사·보호자를 잘 지킬 수 있는 시설이 국내에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의 경우,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격리치료시설을 통해 잘 관리받잖아요. 해마루가 장기적으로 동물 분야에서도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는데, 이런 일을 하기 위해서는 ‘비영리 재단법인’ 형태가 더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제가 일했던 아시아태평양감염재단이 비영리재단이었는데요, 당시 재단에서 활동하면서 재단의 역할, 중요성, 기능 등에 대해 알게 됐어요. 개인과 학교, 정부가 하지 못하는 중요한 일을 재단이 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해마루도 앞으로 재단법인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Q. 사실 수의사들에게 ‘동물의료재단’은 생소하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구성원분들을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떠셨나요?

구성원들을 이해시키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처음에 ‘비영리재단’이라고 하니까 ‘돈을 못 벌게 되는 거냐’며 우려하더라고요. 그래서 삼성의료원, 서울아산병원도 의료재단이고 수익사업을 한다고 설명하면서 “동물병원을 제대로 운영해서 수익을 내고, 그 수익으로 동물병원의 지속적인 발전과 구성원들의 발전을 위해서 사용할 것”이라고 했어요.

지금은 오히려 수의사와 동물보건사·수의테크니션이 모두 환영하고 있고, 자긍심도 커진 것 같아요. 해마루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 할 일들이 재단법인과 잘 맞는다고 인식한 것 같습니다.

Q. 또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정말 많았습니다. 작년 9월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했는데요, 저희가 거의 처음으로 시도하는 것이다 보니 도움을 받을 곳이 없어서 쉽지 않았습니다.

수의사·수의테크니션을 전부 퇴직시키고 재단으로 옮겨야 하는 과정이 매우 복잡했습니다. 전체 직원이 90여 명이었는데, 재단법인 동물병원으로 70명 정도가 옮겨졌고, 나머지 20여 명은 기존 법인에 남았습니다. 동물병원은 재단으로 이관됐지만, 아이해듀, 처방식사료 판매, 해마루 소동물임상의학연구소 등은 기존 법인에서 계속 운영합니다.

병원을 폐업하고 새로 개설 신고를 하는 것이라 병원 시설점검, 마약류 교육을 다시 받았고, 기존에 남았던 마약류도 보건소를 통해 다 폐기 처리하는 등 행정적인 절차가 많았습니다. 다행히도 2019년에 경영관리본부를 강화하면서 인사, 회계, 구매, 총무 업무를 전문화했기 때문에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경기도청과 성남시청, 성남시보건소의 협조도 필요했는데요, 모두가 ‘비영리 반려동물 의료재단’을 설립해 본 경험이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많이 알아봐 주시고 노력해주셔서 재단법인 설립을 할 수 있었습니다.

Q. 재단법인으로 바뀌었지만, 해마루동물병원 운영에는 큰 변화가 없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바뀌는 게 없습니다. 여전히 해마루는 2차 진료만 하는 병원이고, 의뢰할 때도 바뀌는 게 없어요.

비영리재단은 주주라는 개념이 없어, 특정 개인이 영리를 취할 수 없다는 것이지 수익사업 자체를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해마루도 비영리 의료재단으로 전환했다고 해서 진료비를 낮추거나 싼 진료를 할 생각은 전혀 없어요. 지금처럼 최고의 시설과 장비를 갖추고 최고의 수의사와 함께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병원발전을 위한 투자와 인적자원 투자도 계속하고요.

Q. 2차 동물병원을 처음 만들었을 때처럼, 이번에도 해마루가 ‘반려동물 의료재단’이라는 누구도 가보지 않았던 길을 처음 가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계속 고민해야겠지만, 비영리재단을 만든 만큼 2차 동물병원의 역할을 계속 유지하면서, 정부, 학교, 개인병원이 하지 못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인수공통감염병 관리센터, 특수목적견 의료지원, 중증난치질환센터 역할 확대, 연구소를 통한 중개의학 연구 등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싶어요. 학부생 실습 교육도 더욱 강화하고 장학금 지급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단기간에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겠지만, 공익적인 역할에 대한 꿈을 꾸고 있습니다. 공익법인(지정기부금단체)도 신청해놓은 상태랍니다. 앞으로 해마루의 행보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8월 23일 ‘해마루 반려동물 의료재단 출범식’이 열립니다. 이 자리에서 해마루가 왜 비영리재단을 만들었으며, 앞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한 소개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인터뷰] 해마루반려동물의료재단 김소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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