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철 대한수의사회장 취임 100일 ‘주사기 대란부터 동물의료법 대응까지’
취임 100일 인터뷰 ‘동물의료법·진료부·전문의·엑소좀현안 추진 기틀 잡는다’
대한수의사회 제28대 집행부가 6월 8일(월) 출범 100일을 맞이했습니다. 당면한 중동발 주사기 공급 사태와 지방선거에 대응하는 한편 조직 개편과 임원 워크숍 개최를 통해 각종 현안 추진의 기틀을 다졌습니다.
숨가쁘게 달려온 대한수의사회 우연철 회장을 데일리벳이 만났습니다.

취임 100일의 소회가 어떠신가요?
취임 후 100일은 무엇을 완성한다기보다, 대한수의사회가 앞으로 어떤 원칙과 구조로 현안을 풀어갈지 정리한 시간이었습니다.
진료부 공개 문제부터 수의사 처방제, 농장동물 진료체계, 동물의료법, 전문의 제도에 이르기까지 수의계의 주요 현안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각각 대응하기 보다 수의사의 권한과 회원 보호, 공공성, 제도 개선의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회원들이 직접 겪은 의료제품 수급 불안정 문제에는 정부 협의와 자체 공급망을 함께 활용해 대응했습니다. 앞으로도 현장 불편에 신속히 대응하려고 합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의 운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요, ‘수의사의 날’을 기념해보자는 이벤트를 해보니 국회의원 분들까지 언급해주시기도 했습니다. 수의사 직역을 자연스럽게 홍보할 기회가 됐죠.
앞으로도 공보체계를 정비해 회원들이 주요 현안의 배경과 수의사회의 입장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직 모든 노력이 눈에 보이는 제도 변화로 이어진 것은 아니지만, 현안에 끌려가기보다 먼저 문제를 파악하고 대안을 준비하는 체계로 가고자 합니다. 회원들께서도 수의사회가 가는 방향을 지켜봐 주시고, 현장의 의견을 계속 보내주세요. 회무와 정책 대응에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임기 초에는 주사기 수급 불안정이 큰 이슈였습니다
회원들의 수급 상황을 파악해 농식품부, 식약처 등 관계부처와 협의하여 정부의 수급 안정화 논의에 동물병원도 포함될 수 있도록 대응했습니다.
한수약품 등 자체 공급망을 활용해 긴급 물량을 확보했고, 국내 제조업체와 별도의 공급방안도 협의했습니다. 광견병 예방백신 일제접종도 탄력적으로 운영하도록 건의해 현장 부담을 줄였습니다.
이번 경험을 계기로 유사한 수급 불안이 발생했을 때 대응할 수 있는 SOP를 만들었어요. 그 원인과 파급 효과, 영향을 가늠하며 대응해나갈 기틀이 될 겁니다.
이러한 위기대응체계를 앞으로 동물 관련 재난 재해 문제에도 확대해나갈 생각입니다.
반려동물 동반 출입업소 논란에서 촉발된 광견병 백신도 회자됐는데요
산하 원헬스위원회가 수의사회의 공식 입장을 정리하는 것으로 귀결됐습니다. 수의사가 가진 문제의식을 사회적 현안과 궤를 같이 해 풀어낸, 일종의 공식입장(Position paper)이죠.
광견병, SFTS 같은 인수공통감염병은 동물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안전과 공중보건에 연결된 사안입니다. 전문가단체에는 보호자와 국민이 참고할 수 있는 판단 기준을 제시해주어야 할 역할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감염병, 백신, 재난성 질병과 관련된 현안이 발생하면 수의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입장을 정리해 회원들이 현장에서 설명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워낙 현안도 많고 후보 시절 제안한 공약도 많았습니다. 취임 후에는 어느 정도 우선순위가 가늠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공직수의사 처우 개선과 국가 방역체계 강화입니다. 동물위생시험소의 3급 기관화, 수의직 6급 채용 확대, 수의사 수당 현실화까지 ‘3·6·9’ 과제를 중심으로 관계부처와 국회를 설득하고 있습니다.
지선이 끝났으니 당선자들에게 3급 승격을 추진해줄 것을 보다 강하게 건의하여 동력을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농식품부도 관계부처 협의에 적극 나서고 있고, 행안부도 그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습니다.
수당 현실화는 예산 문제가 수반되어 있는데요, 저희가 주장하는 인상폭이 사실 적지 않은 만큼 정부 예산안보다는 국회 차원의 노력에 무게를 두려고 합니다.
반려동물 양육가구를 늘리고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활동도 매우 중요합니다. 관련 정책포럼을 8~9월 출범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수도 일정 비용을 들이고, 반려동물 연관 산업의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노력할 수 있는 틀을 만들 겁니다.
반려동물이 사회적으로 주는 이점에 대한 연구나, 반려 문화 관련 캠페인, 펀딩을 통한 수의료 지원 등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수의계의 균형 발전’도 미룰 수 없는 우선 과제입니다. 반려동물 임상으로의 과도한 편중을 완화하지 못하면 ‘수의학’에 대한 정의 자체가 바뀔 수 있습니다. 방역·위생·안전이 수의계 내에서부터 도외시된다면, 다른 학문 분야와 융합되며 더이상 수의사의 역할이 아니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방역·위생·식품안전·산업동물·기초 R&D처럼 상대적으로 소외된 영역의 연구와 교육 기반을 함께 강화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수의학 관련 R&D 현황을 조사하는 정책연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를 기반으로 정부와 국회에 ‘동물보건의료기술진흥법’ 제정을 포함한 지원을 건의하려고 합니다.
이번 집행부에서 신설된 기구를 포함한 각 위원회가 다들 첫 회의를 마쳤습니다. 출범 이후 유명무실화되지 않으려면 각 위원회가 주도적으로 담당할 현안이나 과제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예전에는 사무처가 대부분의 현안을 정리하고 대응했다면, 앞으로는 위원회가 각 분야의 주관 단위가 되어 쟁점을 검토하고, 입장문·정책페이퍼·가이드라인 같은 기초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바꾸고자 합니다.
이사회가 단순히 사무처의 업무 추진을 심의·의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직접 시행하는 회무의 운영단위가 되어야 하는 것이죠.
이번 임원 워크숍을 거치며 반려동물보험(펫보험) 관련 현안은 반려동물임상정책위원회가 주관하기로 했습니다. 표준영수증, 진료정보 표준화, 보험사와의 협의 기준 등을 함께 정리하게 될 겁니다.
정책기획위원회는 1~2인 동물병원의 운영 현실과 권익, 제도 개선 과제를 살펴보고, 이를 실행 가능한 정책 과제로 구체화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이처럼 각 위원회의 역할과 업무를 부여하고, 실제로 작동할 수 있도록 올해 안에 기틀을 잡을 계획입니다. 각 위원회가 속도 경쟁을 하기보다, 맡은 현안의 방향을 분명히 하고 대수 전체가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본 입장과 실행 기준을 만들어가는 데 중점을 두겠습니다.

이제 현안에 대한 질의로 이어가겠습니다. 임원 워크숍에서는 동물병원 진료부 공개 의무화를 요구하는 헌법소원과 국회에 대한 대응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헌법소원과 국회 입법 대응을 나누어 보되, 둘 모두 소극적으로 넘기지 않겠다는 것이 기본 방향입니다.
사실 헌법소원은 수의사회가 직접 당사자가 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공은 결국 국회로 넘어 오죠. 대응의 실익을 냉정히 따져야 합니다.
그래도 법률적으로 다퉈볼 여지는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국내 굴지의 대형 로펌과 협력해 수의사회 의견을 적극 개진할 계획입니다.
진료부 공개 의무화에 대한 저희 입장은 그대로 입니다. 현재 제도와 현장 여건에서는 공개 의무화가 큰 문제를 가져올 수 있는만큼 불가하다는 것입니다. 공개 목적과 범위, 제외 정보, 제3자 제공 제한, 온라인 유포 금지 등 안전장치가 실질적으로 전제되지 않으면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다만 보호자의 알 권리나 진료기록 정보에 대한 요구가 있다는 점을 외면할 수만은 없습니다. 입법 저지를 기본으로 하되, 불가피한 상황에 대비한 마지노선과 대안도 함께 마련하는 등 다각도로 대응하겠습니다.
국민에게 왜 수의사들이 진료부 공개를 우려하는지 더 세밀하게 설명하고, 회원들과도 지부 설명회나 논의를 통해 인식차를 줄이면서 수의사회 차원의 입장과 대응 기준을 정리해 나갈 계획입니다.
전문의 제도화 방향도 임원진의 추인을 받았는데요, 기존에 자체적으로 전문의 제도 도입을 준비하고 있거나 이미 운영 중인 학회와의 협의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번에 수의사회가 추인한 도입안이 향후 불변한 것은 전혀 아닙니다. 수의사마다 그려온 전문의의 모습이 다르고, 이미 자체적으로 운영한 경우도 있는 만큼 대수가 일방적으로 정해 추진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구체적으로 논의하려면 기준이 필요하니, 가장 중요하고 기초적인 원칙을 만든 거죠.
가령 사람처럼 다수가 전문의인 체계가 아니라 소수의, 의뢰 진료(리퍼)를 받을 수 있는 실력을 가진 스페셜리스트를 양성하는 체계를 전제했습니다. 또한 일정한 수련과 케이스 경험, 시험과 인증을 통해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점도 명확화했습니다. 학문적으로 연구를 많이 하고 논문을 많이 썼다고 전문의가 될 수는 없는 거죠.
전문의 제도 도입을 수의사회 전체가 함께 논의해야 하는 것은 동물의료체계를 구축하는 데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타율에 맡기지 않고 수의사회가 자율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수의계 내부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잘 알고 있지만, 전문직역의 대표 조직으로서 방향성을 가져야 합니다.
이 같은 추인안을 통해 수의사회 집행단위에서의 의견이 어느 정도 조율된 만큼, 이제는 기존 제도를 준비·운영해 온 학회와 수의과대학, 임상수의사들과의 의견 교류를 통해 완성된 체계를 갖춰나갈 겁니다.
그리고 그 주체는 우산조직인 KBVS입니다. 각 전문학회가 KBVS에 참여하여, 일선 수의사들이 인정할 수 있는 공통 원칙과 기준을 만들어가는 방식입니다. 그러면 각 전문학회가 그 안에서 과목별 수련, 케이스 기준, 시험, 인증 방식을 제안하고 조율하는 구조로 가려고 합니다.
가령 내과처럼 이미 자체 수련프로그램과 시험을 운영해 온 분야는 그 기준과 운영 실태를 충분히 살펴보고, 향후 만들어질 엄브렐라 조직의 원칙에 부합한다면 제도 안에서 인정·조정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 같은 세부 논의가 수의계 내부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직역의 대표 조직으로서 방향성을 가져야 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전문의 제도는 동물의료체계를 구축하는 데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타율에 맡기지 않고 수의사회가 자율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요즘 들어 축적된 정부의 무대응이 다른 현안에 대한 해법 모색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점을 느낍니다. 수의사처방제를 13년 방치하면서 불법이 상식이 되니, 진료부 공개 의무화를 요구하며 ‘제3자 공개는 불법으로 만들어 단속하겠다’고 한들 믿을 수가 없습니다. 엑소좀이 아직 허가 받지 않았으니 쓰지 말라고 하기엔, 고양이전염성복막염(FIP) 치료 용도로 사용되는 물질(GS441524)은 이미 오래 전부터 쓰여 왔습니다.
수의사처방제나 GS441524 사례처럼 정부의 관리 공백이 오래 지속되면, 불법과 편법이 현장의 관행처럼 굳어집니다. 다른 제도나 현안에서도 정부의 관리·단속 약속을 신뢰하기 어려워집니다.
처방제와 관련해서는 불법 처방전 발행, 명의대여, 사무장 동물병원, 약품 유통과 연계된 편법 행위가 수의사 전체의 신뢰를 훼손하지 않도록 현행 법이 실제로 작동하는 구조를 만들어 갈 계획입니다.
다만 지부와 현장 수의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제도 보완이 필요한 부분과 바로잡아야 할 관행을 구분하고, 회원 보호와 처방제 정상화를 함께 고려해 단계적으로 추진하겠습니다.
엑소좀 문제와 관련해서는 ‘수의사가 지식과 경험, 임상적 판단에 따라 치료에 필요한 물질이라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수의사회의 기본 입장입니다.
이는 동물 혈액 제제 문제와도 맞닿아 있는데요,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체계와 수의사의 입장은 좀 다를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안전성·유효성이 확보된 제제를 쓰는 것이 윤리적이며 정당한 진료’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수의사에게는 그렇게 제도적으로 허락된 제제 자체가 많지 않다보니 어느 정도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면 쓸 수 있어야 한다고도 볼 수 있는 거죠.
다만 현재 상업적으로 유통되는 미허가 엑소좀은 인허가 절차나 수의사법 시행령 해석과 충돌한 소지가 있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그 책임이 회원 개인과 동물병원에 집중될 수 있는 상황이라 매우 우려됩니다.
수의사회는 회원들이 불필요한 법적·행정적 처분을 받지 않도록, 우선 농식품부와 시행령 해석, 윤리위원회 판단 범위, 면허처분 가능성 등을 명확히 확인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신중한 안내를 드리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현장에서 수요가 있는만큼 엑소좀이나 줄기세포와 같은 신물질을 수의사가 합법적으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도 계속 관여하겠습니다.
수의사법 전부개정 혹은 동물의료법을 제정하기 위한 정부 연구용역 결과가 나왔다고 들었습니다. 실제로 정부 입법안이 확정되면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는만큼 지금이 중요한 시점인 듯 합니다. 이번 임원 워크숍에서도 관련 논의가 진행됐는데요, 향후 추진 방향이 궁금합니다.
동물의료법은 단순히 수의사법 명칭을 바꾸거나 진료비 공개·진료기록 열람 같은 개별 규제를 논의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정부 연구용역안이 나온 이상, 이는 동물의료를 별도 법체계로 다루려는 현실적인 입법 흐름으로 봐야 합니다. 공식 정부안이 나온 뒤에는 대응 여지가 크게 줄어듭니다.
동물의료법은 규제 중심 법안이 아니라 수의사의 진료권·처방권, VCPR, 진료기록 보호, 보조인력의 경계, 공공동물의료, 농장동물·방역, R&D 기반까지 담는 기본 법체계로 가져가야 합니다.
표준진료비나 가격 통제형 표준수가제는 반대 입장이 분명하지만, 표준영수증·진료내역 설명·보험 청구에 필요한 최소 정보·진료코드 정비는 별도 사안으로 구분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수의사회, 공직, 임상, 농장동물, 학계, 법률전문가가 참여하는 TF 또는 워킹그룹에서 조항별로 수용·수정·반대·추가 요구사항을 정리하고, 임원·지부 의견을 반영한 대수 공식 수정의견서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대응해갈 계획입니다.
정부안에 끌려가지 않고, 수의계가 동물의료법이 갖춰야 할 철학과 기준을 제시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회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수의사회가 모든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할 수는 없지만, 현안에 끌려가기보다 먼저 쟁점을 정리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단체가 되고자 합니다.
진료부 공개, 동물의료법, 전문의 제도, 동물보건사, 펫보험, 엑소좀·신물질 사용 문제처럼 혼란이 큰 현안에 대해서는 대수의 기본 입장과 대응 기준을 정리하겠습니다.
위원회와 TF가 현안을 맡아 입장·정책페이퍼, 가이드라인, 회원 안내자료 같은 결과물을 만들고, 사무처는 이를 정부·국회 협의와 회원소통으로 연결하는 구조를 정착시키겠습니다.
수의사회 현안은 중앙회나 집행부만으로 풀 수 없습니다. 진료부 공개, 처방제, 공직수의사 처우, 동물의료법, 전문의 제도처럼 민감한 사안일수록 현장과의 소통이 중요합니다.
앞으로는 지부장회의뿐 아니라 분회장들과의 간담회, 타운홀 미팅 등을 통해 각 지역과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를 더 직접적으로 듣고 싶습니다. 회원들이 단순히 설명을 듣는 자리가 아니라, 각자가 가진 고민과 현장 문제를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함께 방향을 찾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