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보다 중요한 ‘반려동물 건강수명’, 예방의학으로 늘릴 수 있다

브랜든 맥켄지 수의사, 로얄캐닌 벳 심포지엄에서 반려동물 건강수명 중요성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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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사는 것”은 인류의 오랜 목표였다. 그러나 최근에서 단순히 수명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대신 주목받는 개념이 바로 ‘건강수명(Healthspan)’이다. 건강수명은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건강하게 사는 기간을 의미한다.

반려동물에게도 ‘노화’가 중요한 이슈가 되면서, ‘반려동물 건강수명’의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Veterinary Medicine for Loyal’의 수의학 책임자 브랜든 맥켄지 수의사가 최근 강의에서 “건강 수명을 늘리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장수 전략”이라고 역설했다.

Brennen McKenzie 수의사(Director of Veterinary Medicine at Loyal & Veterinarian at Adobe Animal Hospital)

글로벌 펫푸드 브랜드 로얄캐닌(Royal Canin)이 4월 28~29일(화~수) 이틀간 프랑스 몽펠리에에서 ‘2026 벳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올해 심포지엄은 ‘반려동물 노화 관리의 새로운 미래(Enter The Age of Tomorrow)’를 테마로 열렸다.

기조강연자로 나선 브랜든 맥켄지(Brennen McKenzie) 수의사는 ‘반려동물의 건강한 노화: 수명에서 건강수명으로’를 주제로 강의했다.

그는 영어 교사와 영장류학자를 거쳐 수의사가 된 독특한 이력을 가진 전문가로, 지난 25년간 임상 경험과 역학 연구를 바탕으로 노화와 건강수명 연구에 집중해 왔다.

브랜든 맥켄지 수의사가 단순한 수명이 아니라 반려동물의 건강수명(Healthspan)을 늘리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랜든 맥켄지 수의사는 노화를 ‘시간이 지나면서 몸에 해로운 변화가 점진적으로 축적되는 과정’이라고 정의하며, 노화가 결국 장애(Disability), 질병(Disease), 사망(Death)의 이른바 ‘3D’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화를 ‘단순히 나이를 먹는 현상’으로 보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과 동물은 모두 나이가 들수록 기능 저하를 경험하지만, 같은 나이라도 건강 상태는 개체별로 차이가 크다. 예를 들어, 같은 12살의 골든리트리버도 어떤 개는 활력이 넘치고 회복력이 뛰어난 반면, 다른 개는 만성질환과 기능 저하로 힘들어할 수 있다. 단순한 연령(연대기적 나이, Chronological Age)보다 몸의 실제 상태를 반영하는 ‘생물학적 나이(Biological Age)’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맥켄지 수의사는 “연대기적 나이는 단순히 살아온 시간을 의미하지만, 생물학적 나이는 노화가 실제로 몸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노화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일각에서는 노화를 질병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노화의 원인을 연구하고 치료법 개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노화는 질병이 아니라는 주장도 많다. 노화는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나이가 든 반려동물 보호자 중에는 노화를 당연한 현상으로 생각하고 반려동물의 건강 문제를 치료하는 데 소극적인 경우도 있다.

맥켄지 수의사는 이에 대해 “노화가 질병인지 아닌지가 핵심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노화가 장애·질병·사망(3D)의 가장 강력한 위험 요인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화가 많은 질병과 장애의 원인인 것은 분명하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바로 이러한 위험 요인을 수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화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속도를 늦추고 노화의 영향을 줄이는 것은 가능하다는 뜻이다.

브랜든 맥켄지 수의사가 공유한 생애주기 그래프. 수의사와 보호자의 노력을 통해 반려동물이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기간을 확장할 수 있다(건강수명 연장). 건강수명이 늘어나면 실제 수명도 자동으로 연장된다.

‘수명(Lifespan)’은 단순히 얼마나 오래 사는지를 뜻한다. 반면 ‘건강수명(Healthspan)은 건강하고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기간이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은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운동을 하고, 술을 덜 마시고,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제 반려동물도 단순히 오래 사는 걸 넘어 건강하게 살도록 해줘야 한다.

반려동물은 노년기 상당 기간을 만성질환과 기능 저하 속에서 보낸다(Poor Health). 걷기 어려워지고, 활동량이 줄고, 사회적 교감도 감소한다. 이런 상태에서 오래 사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단순히 생존 기간만 길어지는 것을 행복한 삶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멕킨지 수의사는 “수의사와 보호자의 노력을 통해 (수명이 똑같다고 하더라도) 반려동물이 건강한 상태(Good Health)에서 보내는 기간을 늘릴 수 있다”며 “동물을 영원히 살게 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우리의 목표는 생애주기 그래프의 곡선을 한쪽으로 밀어내어 반려동물에게 더 많은 시간 동안 더 나은 삶의 질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려동물의 건강수명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이었다. 심지어 건강수명을 늘어나면 수명 자체도 자동으로 연장된다.

그런데, 여기서 사람과 반려동물 사이에 큰 차이가 존재한다.

반려동물의 경우, 사람보다 ‘건강수명’이 실제 ‘수명’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사람과 반려동물은 모두 건강수명이 연장되면 몸이 건강해지므로 오래 살 가능성이 커진다. 반려동물은 여기에 더해 ‘안락사될 가능성’도 줄어든다.

멕킨지 수의사는 “보호자들은 반려동물의 삶의 질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판단할 때 안락사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반려동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건강과 웰빙을 유지하면 (안락사되지 않고) 환자들의 수명도 연장된다”고 말했다.

이어 “삶의 질 이외에도 치료비에 대한 경제적 부담, 정서적 부담, 반려동물의 생을 마감하는 날을 기다리는 슬픔 등 많은 요인이 안락사를 고려하게 만든다”며 “반려동물의 건강수명을 높이면 이러한 요인들을 모두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의 중에 실시한 설문조사. 로얄캐닌 벳 심포지엄에 참석한 수의사 대부분이 ‘건강수명 연장이 수명 연장보다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반려동물의 건강수명은 어떻게 늘릴 수 있을까?

멕킨지 수의사는 ‘영양 관리’, ‘신체 활동(운동)’, ‘예방의학’, ‘신약’ 4가지를 건강수명을 늘릴 수 있는 4가지 기둥으로 꼽았다.

첫 번째는 영양이다.

비만은 노화를 가속화하고 각종 만성질환 위험을 높이는 대표적 요인이다.

맥켄지 수의사는 과체중 개들이 정상 체중 개보다 기대 수명이 짧고 만성질환 위험이 크다는 연구 결과와 칼로리를 제한한 개들이 평균적으로 2년 더 오래 살고 건강한 기간도 더 길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면서 “영양이 노화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고 전했다.

두 번째는 운동(신체활동)이다.

신체 활동은 근육과 심혈관 기능 개선은 물론, 인지기능 유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람에서는 최소 권장 수준의 운동만으로도 사망 위험이 크게 감소하는 것이 증명됐으며, 반려동물에서도 활동량 감소가 노화 관련 질환과 연결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멕킨지 수의사는 활동량이 많은 반려견이 인지기능장애 발생률이 낮았다는 조사 결과를 소개하고 “운동은 건강과 기능, 회복력을 유지하는 가장 강력한 건강수명 연장 방법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세 번째는 예방의학이다.

그는 “수의사들이 어린 강아지, 고양이에게는 예방접종, 구충 등 예방의학을 활발히 권장하지만, 노년기에는 질병 치료 중심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며 “정기 건강검진, 부스터 예방접종, 스케일링 같은 예방 조치가 건강수명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전했다.

멕킨지 수의사는 광견병 예방 접종을 꾸준히 받은 개들이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이 더 낮았다는 연구와 정기적으로 스케일링을 받은 반려동물이 치아 건강뿐만 아니라 수명도 더 길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예방의학은 어린 시절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평생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네 번째는 ‘신약’이다.

그는 “아직 반려동물의 노화를 방지하는 약물이 개발되지 않았지만, 머지않아 관련 신약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며 “언젠가 약물이 반려동물의 건강수명을 늘리는 도구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맥켄지 수의사는 “건강하고 기능이 좋은 시기를 유지하는 기간을 늘리고, 질병으로 인한 고통의 시기를 생애 말기에 최대한 짧게 집중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수의사로서 반려동물에게 이렇게 해줄 수 있다면, 분명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다. 단순 수명만 늘려서 대부분의 시간을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보내는 것보다 훨씬 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람보다 중요한 ‘반려동물 건강수명’, 예방의학으로 늘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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