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소모성질병 컨설팅 사업 전면 개편 예고 ‘우선 실질적 현황 파악부터’
7일 돼지수의사회 주관 첫 교육..자체 개발 전산시스템으로 체계화·투명성 확보 겨냥

국내 양돈 생산성 저하의 주범으로 꼽히는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PRRS)과 돼지유행성설사병(PED)을 줄이기 위해 민·관이 돼지소모성질병 지도지원사업(컨설팅 사업) 개편에 나선다.
우선 실질적인 현황 파악에 초점을 맞춘다. 컨설팅사업과 별도로 ‘소모성질병 모니터링 사업’을 확대하고, 올해부터 사업 과정 중 발견된 3종 가축전염병에 대해서는 이동제한을 실시하지 않도록 해 투명한 신고를 유도한다.
전파력이 강한 소모성질병은 개별 농장이 아닌 지역 단위로 근절을 추진해야 하는데, 그러자면 투명한 정보 공유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민간 수의사의 역할도 강화한다. 한국돼지수의사회가 주관하는 컨설팅사업 교육이 4월 7일(화)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서울에서 제주까지 컨설팅사업에 참여하는 돼지수의사들이 전국에서 모였다.
이날 교육 현장을 찾은 김정주 농식품부 구제역방역과장은 “소모성질병 지도지원사업을 현장에서도 필요로 하고, 돼지수의사의 참여가 확대될 수 있는 방향으로 재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PRRS 공식 발생은 20~40건인데..실제로는 돼지 절반서 검출
컨설팅 사업 중 발견된 3종 전염병엔 이동제한 안 한다
국내 PRRS 발생 현황은 불투명하다. 3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돼 이동제한으로 경제적 피해를 입을 수 있는만큼 농가가 신고를 꺼린다. 농가로부터 정밀검사를 의뢰받는 진단기관도 보고를 기피한다.
이날 발생동향을 소개한 검역본부 이경기 수의연구관은 “PED는 그나마 보험 관계로 신고가 들어오니 추이를 볼 수 있을 정도는 되지만, PRRS 신고는 매우 빈약하다”고 지적했다.
국가가축방역통합시스템(KAHIS)에 등록된 PRRS의 공식 발생건수는 연간 20~40건대에 그친다. 민간질병진단기관에서 검사한 돼지 질병 원인체의 압도적 1위가 PRRS라는 점을 감안하면, 온도차가 크다. 이 연구관도 민간질병진단기관 데이터를 인용하며 “돼지 100마리를 검사하면 50마리에선 PRRS가 나오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검역본부가 시행한 ‘돼지호흡기 질병 저감화 연구’에서는 농장 상황에 따라 더 높은 양성률을 보이기도 했다. 생산성 상위 농장은 평균 35%의 PRRS 양성률을 보인 데 반해 하위 농장에서는 평균 84%에 달했다는 것이다.
정부 실무자인 농식품부 홍금용 사무관은 “(소모성질병) 발생을 파악하고 개선하는 것이 기본 목표인데, 질병 발생수준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채로 사업을 이어갈 순 없다”며 투명성을 강조했다.
홍 사무관은 연말까지 가축전염병예방법이 개정되면 3종 가축전염병의 신고 기피를 유발하는 방역 규정이 개편될 것이라 예고했다. 그에 앞서 올해 컨설팅·모니터링 사업에서는 사업 시행 중 발견된 3종 전염병에 대해서는 이동제한을 실시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명시했다는 점을 지목했다.

투명한 발생 정보 확보가 지역 단위 근절 기반
2030년 청정농장 50% 달성 목표
이 같은 투명성은 PRRS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의 기반이 된다.
PRRS는 전파력이 강하다. 농장이 자체적인 노력으로 음성화해도 안심할 수 없다. 인근 농장에서 창궐하거나 기계적 요인으로 유입되면 더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덴마크를 비롯한 양돈 선진국들이 PRRS 근절에 지역 단위(ARC, Area Regional Control)로 접근하는 이유다.
지역 단위로 근절하려면 해당 농장들이 모두 근절의지를 갖고 감염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전제조건이다. 덴마크가 제시한 PRRS 저감의 성공 방정식도 여기에 있다(본지 2026년 3월 31일자 ‘투명한 데이터 공유·경제적 동기부여’ PRRS 근절하는 덴마크의 성공 방정식은 참고).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돼지소모성질병 방역관리 개선대책의 첫 이정표도 정보 공개다. 2027년까지 국내 모든 돼지농장의 질병 상황을 파악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모니터링 사업을 2025년 500농장에서 2027년 1,000농장으로 늘린다.
이를 기반으로 2028년 종돈장 청정화, 2030년 청정인증농장 50%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홍 사무관은 “질병을 감추는 농장에는 불이익을, 공개하고 개선하는 농장에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7년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PED·PRRS 청정 인증제를 통해 청정 농장에는 축사 현대화 사업 우선 선정이나 살처분보상금 감액 경감 등 다양한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소개했다.

수의사가 직접 시료를 채취하고, 유전자 분석 결과를 더해 지역의 PRRS 감염 지도를 완성할 계획이다.
경기도 이천·여주, 주민참여 사업으로 PRRS 지역 단위 근절 시도
현장 수의사의 실질적 역할 강조
지역적인 자구 노력도 시작되고 있다. 이날 교육에서는 올해 경기도에서 주민참여 예산사업으로 신설된 ‘돼지 PRRS 청정농장 만들기’ 사업이 소개됐다.
시범사업 성격의 이번 사업은 이천·여주의 40개 농장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현장 돼지수의사가 직접 채혈·부검에 나서 PRRS 감염 현황을 파악한다. 전북대 김원일 교수팀이 바이러스 유전자 분석을 더한다.
피엠씨동물병원 김현주 원장은 “이천에서 PRRS 피해가 지속되고 동일지역 내 순환감염이 의심되는 사례도 확인됐다. 그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생겼다”면서 “중장기적인 PRRS 안정화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근거를 확보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의사의 역할을 강조했다. 피상적으로 농장에게 시료를 맡기는 대신 수의사가 직접 방문해 채혈 대상을 고르고 위축돈을 선별해 부검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에 힘입어 현재까지 진행된 21개 농장 중 15개 농장(71%)에서 PRRS가 확인됐다.
김현주 원장은 “참여 농장이 공개를 결심하고, 수의사가 직접 시료를 채취해 신선한 상태로 검사를 의뢰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이를 직접 담당한 수의사가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상담을 이어가는 것도 농장에 큰 의미가 된다”고 강조했다.
김원일 교수팀의 분석을 기반으로 이천 지역의 PRRS 지도를 완성하고, 농장 설문조사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하는 등의 추진 방향도 덧붙였다.

돼지수의사회 자체 개발 전산시스템 선보여
컨설팅 사업 정상화 의지..올해 개편 의견 수렴
한국돼지수의사회는 컨설팅 사업의 정상화를 그리고 있다.
농장으로부터 자부담 비용을 받지 않거나 약품 등으로 되돌려주는 관행을 철폐하고, 수의사가 제대로 농장을 방문해 실질적인 검사 결과를 도출하고, 농장이 만족할 수 있는 생산성 개선을 이끌어내며, 20년 가까이 고정된 사업비(농장당 자부담 포함 1천만 원)도 현실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사업지침 상에서도 돼지수의사회의 역할이 강화됐다. 돼지수의사회가 컨설팅 자문단을 추천할 수 있도록 하고, 이날 열린 돼지수의사회 주관 교육을 도입했다.
돼지수의사회 자체 예산으로 개발 중인 ‘돼지소모성질병 컨설팅 관리시스템’도 이날 교육에서 선보였다.
수의사가 농장을 방문해 진행하는 질병 검사(7종, 연2회)와 컨설팅 등 관련 자료를 사진과 함께 전산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시스템이다. 돼지들이 보이는 각종 증상부터 PRRS 안정화 상태까지 상세히 입력할 수 있다. 모바일 기반으로 현장에서 기록할 수도 있다.
시스템을 활용해 수의사가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발생한 정보를 현장에서 입력해두면, 별도의 추가작업 없이도 사업 결과를 보고하거나 농장 성적 개선 여부를 평가할 수 있는 형태를 목표로 한다.
박혁 돼지수의사회 정책부회장은 “돼지수의사회가 체계적으로 소모성질병 컨설팅 사업을 운영하고 농장 생산성 개선을 이끌어갈 수 있다는 걸 시스템으로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시스템 도입기에는 전산기록과 기존 보고의 이중 부담이 발생할 수 있지만, 추후 시스템 활용이 정착됨에 따라 기존의 사업 보고를 대체할 수 있도록 행정 부담을 줄이겠다는 추진 방향도 함께 전했다.
컨설팅 사업 개편 논의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이날도 정부와 한돈협회, 돼지수의사회가 머리를 맞댔다. 김정주 과장은 “사업 성과를 분석하고, 잘못 진행되어 온 부분은 개선하겠다”며 “2027년부터 적용할 수 있도록 의견 수렴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