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폴 사건에 편승한 ‘동물약 의약분업’ 주장, 본질을 흐린다

거짓선동으로 보호자 속이던 대한동물약국협회, 이번에는 의약분업 주장...정작 처방제 왜곡은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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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포폴을 불법으로 유통한 50대 동물병원 원장이 구속됐다. 최근 경기도 의정부에서 약물 운전 사고를 낸 운전자에게 프로포폴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원장의 동물병원은 동물 진료를 많이 보지 않음에도 월평균 프로포폴 처방량이 100병 이상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사건 이외에도 프로포폴을 더 많이 불법 유통했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수의계 내부에서 자정이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당 원장의 일탈에 대한 비판도 많다. 엄격한 처벌과 재발 방지를 위한 관리 및 철저한 윤리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 약사단체가 발표한 성명서 내용 중 일부

그런데, 이번 사건이 알려진 뒤 한 약사단체가 ‘동물병원 프로포폴 불법 유출 사건에 대한 입장과 동물의약품 완전분업 촉구’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해당 내용은 약학전문언론을 통해 기사화됐다.

이 단체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수의사가 의약품 구매, 보관, 투약 등 전 과정을 통제하는 구제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처방과 조제를 분리하는 동물의약품 완전분업의 즉각적인 시행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곧바로 ‘동물용의약품 의약분업’이라는 주장을 펼쳤기 때문이다. 수의가 개인의 일탈을 핑계 삼아 직역 이익을 반영하고자 하는 수준 낮은 주장이다. 이번 사안은 일부 동물병원의 관리 부실과 개인 수의사의 일탈에서 비롯된 개별 사건일 뿐이다.

이 단체는 동물용의약품 의약분업이 “동물 보호자에게는 안전한 약물서비스를, 사회에는 마약류 유출 방지를, 수의료 현장에는 투명한 신뢰를 보장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짚어야 할 문제는 따로 있다. 수의사처방제 약사예외조항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동물용의약품의 오남용 방지와 안전한 사용을 위해 ‘수의사처방제’를 시행 중이다. 그러나, ‘약사예외조항’으로 인해 처방대상 동물약품을 수의사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마음대로 판매할 수 있다. 합법이다. 인체용의약품으로 비교하면, 전문의약품을 의사의 진료·처방 없이 그냥 팔아도 되는 황당한 상황이다.

2024년 국정감사에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송파병)이 동물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산 ‘실리정’을 직접 보여주며 문제를 제기했지만 바뀐 것은 없다. 실리정의 성분은 비아그라와 동일한 ‘실데나필’이다. 사람에게도 악용될 수 있는 동물약이지만, 수의사처방제 약사예외조항 때문에 현재도 동물약국에서 합법적으로 팔 수 있다. 동물이 없어도 되고, 수의사 처방전도 필요 없다.

수의사처방제에 이러한 ‘큰 구멍’이 뚫려있지만, 해당 단체가 ‘약사예외조항을 없애자’는 주장을 한 적은 없다. 그러면서 ‘안전한 약물 서비스’를 운운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 단체는 과거에 보호자를 대상으로 거짓 선동을 했던 곳이다.

대표적으로, 반려동물 자가진료가 금지될 때 “미국에서도 안 하는 오직 개와 고양이 자가치료금지! 아이들 치료비 부담이 폭등할 수 있습니다”라는 내용으로 포털 광고를 하고, 수의사 처방대상 성분에 주요 심장사상충 예방약 성분이 포함되자 “심장사상충약 모두를 동물병원 처방독점화 시킨다고 한다. 개, 고양이 동물약 그냥 못 사게 한다!! 농림부에서 날치기 통과시키려 한다”며 서명운동을 벌였다. 약사예외조항에 따라 심장사상충약은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판매할 수 있음에도 판매할 수 있음에도 거짓말을 한 것이다.

이런 거짓 선동에 속은 보호자들이 ‘밥그릇’이라는 단어까지 쓰며 비판 글을 남기기도 했다.

약사예외조항으로 심장사상충약을 계속해서 약국에서 판매할 수 있음에도 거짓말로 선동을 펼쳤던 동물약국협회.
대한동물약국협회의 선동에 속았던 보호자들의 글. ‘동물약사’라는 아이디는 당시 이 단체 회장의 아이디다.

또한, 이 단체 회장이었던 약사는 불법으로 한 동물보호단체에 약을 택배로 배송했다. 해당 의약품들은 동물자가진료에 이용됐다. ‘안전한 약물서비스’와의 거리가 먼 행동이다.

이처럼 ‘직역 이익’을 위해 반려동물 보호자를 속이고, 회장이 의약품 택배 배송까지 했던 단체가 동물약 의약분업을 운운하는 성명을 발표하자, “직역 이익만 생각하는 단체의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흘러 나온다.

전문가 집단이라면 지금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신들의 이익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현 제도의 왜곡부터 바로잡는 것이다. 정말로 ‘동물 보호자가 안전한 약물서비스’를 받길 바란다면, 수의사처방제 약사예외조항 삭제부터 주장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프로포폴 사건에 편승한 ‘동물약 의약분업’ 주장, 본질을 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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