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농장 80% 폐업했다더니..대량 학살 후 보상금 먼저 받고 사체 판매
개식용종식법 제정 전부터 지적되던 ‘남아있는 개 처리 문제’, 결국 비극으로 이어져
개식용종식법 제정 이후 개농장 폐업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빨리 폐업할수록 보상금이 커지는 정책 덕분에 개농장 폐업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 번에 개들을 대량 학살한 뒤 보상금을 받아 놓고, 사체를 냉동창고에 보관한 뒤 판매까지 한 사건이 발생했다. “개농장 폐업 후 개들이 갈 곳이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지만, 소극적으로 대응한 정부 태도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개식용종식법 유예기간 종료 11개월 앞두고 군산 불법 개도살 추모식 열려
3월 29일(일) 전북 군산에서 불법 도살로 희생된 개들을 위한 추모식이 진행됐다.
<군산 개도살 사건 추모 시민행동>이 개최한 이날 행사에서는 냉동창고에서 확인된 개 206마리에 대한 염습이 진행됐다. 이 가운데 28마리는 시민들의 직접 동물장례식장으로 옮겨 장례를 치렀다. 나머지 개들도 순차적으로 동물장례식장으로 보내질 예정이다.
이번 추모식은 죽임을 당한 채 냉동창고에 방치돼 있던 개들을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 참여한 50여 명의 시민들은 “개식용 산업으로 희생된 개들의 죽음을 끝내 외면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추모식에서는 비글구조네트워크 김세현 대표가 소설가 예소연 작가의 추모사를 낭독했고, 어독스 엄지영 대표가 시민들이 보내온 개들의 이름을 낭독했다. 이름이 불릴 때마다 시민들이 앞으로 나와 직접 이름을 적고 헌화하며 희생된 개들을 추모했다. 이후, 가수 예람의 추모 공연과 시민들의 자유 추모 발언이 이어졌다.

개식용종식법 통과됐지만, 폐업 개농장 개들은 갈 곳 없어
“갈 곳 없다”는 지적에 정부는 소극적으로 대처..결국 현실로 이어진 비극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정부의 소극적인 대처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개식용종식법)은 지난 2024년 2월 제정됐다.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7년 2월부터 식용 목적의 개사육, 도살, 유통이 모두 금지된다.
이 기간에 전폐업해야 하는 개식용 관련 업체는 무려 5,898개에 달한다(개사육농장 1537개, 도축업 221개, 유통업 1788개, 음식점 2352개).
정부는 유예기간을 6개 구간으로 나누어 폐업이행촉진지원금을 차등 지원하는 방식으로 조기 폐업을 유도 중이다. 1구간에 폐업하면 마리당 60만원을 지급하고, 마지막 6구간에 폐업하면 마리당 22.5만원만 지급된다.
개식용종식법 제정 전 개농장에 있는 개는 총 46.8만 마리로 추정됐는데, 폐업 지원금이 차등 적용되면서 개농장의 폐업 속도도 빨라졌다. 빨리 폐업할수록 돈을 더 받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3구간(~2025년 12월 21일)까지 폐업한 개농장이 78%(1,204호)이며, 폐업한 개농장의 개는 393,857두로 전체의 84%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당초 예상보다 폐업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개 식용 종식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조기 폐업 인센티브 등 정책효과,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독려가 합쳐진 결과”라며 “이런 추세가 유지된다면 당초 목표 시점인 2027년 2월까지 개식용 종식이 차질 없이 이행될 것”이라고 자화자찬했다.
정부가 폐업률 ‘숫자’에만 집중하는 사이, 대량 학살된 개들
문제는 폐업한 개농장의 개들이 어디로 가느냐다.
개식용종식법 시행 전부터 “개농장 폐업 후에도 개들이 갈 곳이 없어 개농장에 남아 학대당하는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그럼에도 정부는 ‘최대한 입양 보내고 안락사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지자체가 보호·관리하고 안락사는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지자체 동물보호센터 공간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개농장 폐업 후에도 개들은 다른 개농장으로 가거나 기존 개농장 시설에 남아서 관리될 수밖에 없다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정부는 “업계는 그간의 관행과 국내·외 입양, 반려견·경비견 등으로의 분양, 소유권 포기 후 지자체 이관 등 다양한 방식을 찾아 자율적으로 폐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정부의 이 같은 소극적인 대응이 이번 사건과 같은 비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행강 박운선 대표는 규탄 발언을 통해 “개식용 종식을 일찍 할수록 보상금이 많아지는 구조 속에서, 한 번에 많은 개를 죽여 보상금을 더 많이 받고, 냉동창고에 보관한 채 판매까지 이어가는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개식용 종식법 시행 전에 남아 있는 개들이 이런 방식으로 죽어가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군산 개도살 사건 추모 시민행동’ 역시 “정부는 개들이 동물학대로 죽임당하는 현실을 멈춰 세워야 하며, 개식용 종식 특별법 시행 전까지 남아 있는 개들이 더 이상 학대와 도살로 내몰리지 않도록 적극 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군산 개도살 사건 추모 시민행동’에는 약 100개 단체가 참여 중이다. 수의사단체 중에서는 국경없는 수의사회와 버려진 동물을 위한 수의사회(버동수)가 동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