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 제3기 해외동물의료봉사] 수술대에서 배운 봉사의 가치 – 정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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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 수의대 해외봉사단 NEO의 1~3기 해외봉사에 모두 참여한 우치동물원 정하진 수의사

1. 왜 우리는 휴가 대신 봉사를 선택할까?

세 번째 해외봉사를 다녀오고 나서야 문득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됐다. 왜 우리는 휴가 대신 봉사를 선택할까. 편안한 여행도 있을텐데, 굳이 시간을 내어 봉사를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굳이 힘든 쪽을 선택하느냐는 질문에 흔히 “보람”이라고 답하는 것 같다. 하지만 세 번의 현장을 거치며 느낀 것은 그보다 더 구조적인 이유였다. 수의사가 개입하지 않으면 기본적인 진료조차 이루어지기 어려운 환경. 해외 봉사는 그 현실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공간이었다.

처음 시작은 가벼웠다. 학생 시절, 수의봉사활동을 이끌어 주던 선배들에 대한 고마움이 마음에 남아 있었고, 그걸 조금이라도 돌려주고 싶었다. 노웅빈 교수님과 배유미 학생대표를 비롯한 학생들, 그리고 양하영 원장님과 여러 수의사들이 함께 각자의 자리를 채우며 협력하는 과정 속에서, 이 일이 혼자서는 해낼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됐다.

2. 캄보디아, 열악한 현장 그리고 만들어진 흐름

첫 봉사지는 캄보디아였다. 외과팀장을 맡아 중성화수술과 학생 교육을 동시에 진행했다. 현장은 예상과 달랐다. 수술대는 모래 바닥 위에 놓여 있었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았다. 장비는 부족했고, 시간도 부족했다. 그럼에도 보호자들은 몇 시간을 이동해 동물을 데려왔다.

첫날 오전은 쉽지 않았다. 학생 한 명만 어시스트를 하고, 나머지는 옆에서 지켜보도록 했다. 교육이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위험을 줄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오후가 되자 분위기는 달라졌다. 서울대학교 이인형 교수님의 지도 아래 수술 프로토콜과 역할 분담이 정리되면서, 학생들 각자 자리가 나뉘기 시작했다. 수술대 주변에 머물던 학생들도 하나둘 자리를 잡았고 현장은 빠르게 안정됐다. 오전 7시부터 밤 11시까지 이어지는 일정이었지만, 그 안에서 팀은 점점 익숙해졌다.

다음 해에는 더 빨라졌다. 수술에 참여하는 인원이 늘었고, 장비도 조금씩 보완됐다. 미리 했던 교육 덕분에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각자의 역할이 자연스럽게 나뉘었다. 다만 모든 것이 매끄럽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역할 분배가 잘될수록 더 많은 일을 해보려는 마음이 앞서 작은 충돌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과정 속에서 서로의 역할을 다시 조율해 나갔고, 팀은 점점 안정되어 갔다.

이때부터 봉사는 단순한 의료 제공을 넘어, 현장에서 실제로 돌아가는 흐름을 만들어 가는 과정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수술 건수나 성공률보다 그 흐름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일이 더 중요하게 보였다. 그래야만 의료의 손길이 닿기 어려운 동물들에게도, 그 기회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전남대 수의대 학생들을 교육 중인 우치공원 정하진 수의사

3. 베트남, 경계를 넘어 확장되는 역할

세 번째 봉사에서는 우리가 하는 일이 단순한 ‘진료’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더 분명하게 느끼게 됐다. 세 번째 봉사지는 베트남이었다. 캄보디아에서 이어지던 활동이 현지 상황으로 중단될 수도 있었지만, 방향을 바꿔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짧은 시간 안에 다시 준비해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노웅빈 교수님과 봉사단 학생들이 끝까지 중심을 잡아주었다. 덕분에 멈출 뻔했던 활동이 다시 이어질 수 있었다.

이번에는 동물원에서 함께 근무하는 강주원 수의사가 합류했다. 동물원 진료 특성상 다양한 현장에서 제한된 여건으로 진료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아 현장 대응이 더 유연해졌다.

현지는 반려동물 수 증가에 따라 유기동물 문제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었고, 이에 동물보호소 중심으로 수술과 백신 접종이 진행됐다. 환경이 달라지자, 우리가 하는 일의 의미도 자연스럽게 달라졌다. 캄보디아에서의 활동이 광견병 예방과 같은 인수공통전염병 관리에 더 가까웠다면, 베트남에서는 그에 더해 동물복지 향상까지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봉사 일정이 끝난 뒤 방문한 Vietnam Bear Rescue Center도 인상적이었다.

구조된 곰들은 넓은 환경에서 개체별 성향에 맞춰 관리되고 있었고, 행동풍부화 역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국가가 조성하고 NGO가 운영하는 구조 속에서, 구조 이후의 삶까지 책임지는 체계가 인상적이었다.

귀국 이후에는 한국동물원수족관수의사회(KAZAV) 정기총회에서 해외봉사 사례를 공유하며, 동물원 수의사의 해외 활동 가능성과 역할에 대해 논의했다.

4. 계속하게 되는 이유

동물원 수의사로 일하다 보면 치료의 ‘기회’ 자체를 가지지 못하는 경우를 자주 마주하게 된다. 실내 동물원처럼 좁은 공간에서 지내면서도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하거나, 사육곰처럼 구조된 뒤에야 처음 치료받기도 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건 단순하다. 작은 처치 하나가, 그 동물의 이후 삶을 바꾸기도 한다는 것. 이는 해외에서든, 동물원에서든 크게 다르지 않았다.

3년 차가 된 지금, 이 활동은 더 이상 ‘무언가를 해보자’는 다짐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어가야 할 나의 역할로 자리 잡았다. 선배들에게서 받았던 도움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이어져 왔듯, 그 흐름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

편집자 주) 전남대학교 수의과대학 해외봉사단 NEO 3기가 1월 28일부터 2월 6일까지 9박 10일간 베트남에서 세 번째 해외 동물의료봉사활동을 펼쳤습니다(관련 기사 : 전남대 수의대 NEO, 베트남에서 3번째 해외동물의료봉사..학술교류도 전개). 봉사활동 참가자들의 후기를 시리즈로 게재합니다.

[NEO 제3기 해외동물의료봉사] 수술대에서 배운 봉사의 가치 – 정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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