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학교육 국회토론회①] 수의대 교수, 미국은 160명 한국은 30명

열악한 교육, 개선 동력은..인증 법제화·국가시험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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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학교육 역량강화 국회토론회가 12월 1일(월)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수의학교육에만 초점을 맞춰 국회에서 공론의 장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삼석·조경태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한국수의과대학협회가 주관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무너지는 공공수의학에 대응하지도, 반려동물 임상 발전을 선도하지도 못하고 있는 수의대 교육 인프라의 문제점들이 지적됐다. 수의학교육 인증과 국가시험 개편, 대학동물병원 개선, 수의사과학자 양성 등을 폭넓게 다뤘다.

주요 사안별로 이날 거론된 지견을 나누어 전한다<편집자주>.

이날 토론회 첫 발제에 나선 조제열 서울대 수의대 학장

이날 발제에 나선 조제열 서울대 수의대 학장은 “한국 수의과대학의 인프라는 미국의 50분의 1에 불과하다”며 “수의대에 들어오는 우수한 인재들에게 부끄러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한국수의과대학협회(한수협) 조사에 따르면 국내 수의대 교원은 평균 32명으로 미국 수의대 평균(160명)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조 학장은 “30명으로 어떻게 기초·예방·임상수의학을 다루면서 다양한 동물 축종별, 진료과목별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겠나”면서 교원 확충을 위한 정책적·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한수협 회장을 맡고 있는 주홍구 제주대 수의대 학장은 “필수적인 수의학 교육도 하기 힘든 현재의 교원 구성으로는 다가올 인공지능(AI) 시대에 대한 대비는 꿈도 못 꾼다”면서 “한 학기에 1~2명 받거나 운 나쁘면 한 명도 충원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대학에만 맡겨선 답이 없다”고 토로했다.

사회가 요구하는 전문성을 갖춘 수의사를 양성하고, 다음 팬데믹에 대비할 수 있는 연구 역량을 갖추려면 교원 확보를 법적으로 강제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조제열 교수)

그 실질적인 방안으로 오랫동안 거론된 것이 수의학교육 인증과 수의사 국가시험 응시자격의 법적 연계다. 수의학교육 인증을 획득한 수의대의 졸업생만 국가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교원 확충이나 실기 교육 등의 교육 개선 노력을 인증기준에 반영해 동력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는 의사, 치과의사를 비롯한 보건의료계 전문직 양성 대학에는 이미 법제화되어 정착된 방식이다. 심지어 수의사는 아직인데 동물보건사 양성기관의 인증평가는 제도 도입 시부터 법제화됐다.

한국수의학교육인증원 박인철 원장은 “수의대 자체의 노력 만으로 시설·재정을 확보할 수 없다”며 이원택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인증-국가시험 연계 수의사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왼쪽부터) 박인철 수의학교육인증원장, 남상섭 수의교육학회장

한국수의교육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남상섭 건국대 교수는 “의학교육에서는 ‘평가가 학습을 촉진한다’는 명제가 널리 통용된다. 대입전형에 따라 고등학교 교육이 바뀌는 것만 봐도 ‘평가’는 큰 능력을 발휘한다”면서 국가시험의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가령 실무 역량을 갖춘 수의사를 양성할 수 있도록 대학의 변화를 강제하려면, 국가시험 실기평가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현재의 구조로는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주무관 1명이 담당하고, 대학·전공·양성 비율에 묶여 ‘신임 여성 교수면 국가시험위원회에 무조건 불려갈 판’인 현행 수의사국가시험위원회에는 ‘현상 유지’ 이상의 것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남 교수는 “제가 1991년에 봤던 국가시험이나, 내년 1월에 치러질 국가시험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50년째 거의 유사한 제도”라며 “이미 2020년과 2022년에 수행한 국가시험 관련 연구에서 현행 시험이 ‘출제 내용과 방식 면에서 국가시험 표준운영방식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결론에 다다랐다”고 꼬집었다.

수의대생들이 2022년부터 국가시험 문항공개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벌이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남 교수는 “문제를 공개하지조차 못한 수준인 건 창피한 일”이라며 “행정소송도 문제 공개 자체보다는 국가시험의 권위와 효용성을 더 높여달라는 요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의학교육인증원을 ‘수의학교육평가원’으로 확대 개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의 수의학교육 인증과 동물보건사 양성기관 인증평가에 더해 국가시험 관리를 맡기고, 향후 인증-국가시험 연계가 법제화되면 요구되는 기초수의학종합평가나 국외 수의대 졸업 수의사 대상 예비시험까지 맡겨 통합적인 인증평가기관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의학교육 국회토론회①] 수의대 교수, 미국은 160명 한국은 3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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