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방역수의사 대한수의사회비 일괄 하향..내년부터 연 7만 5천원
'중앙회비만 남기자' 제안, 진통 끝에 이사회 통과
공중방역수의사에 대한 대한수의사회비가 일괄 하향 조정된다.
10월 31일(금)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한수의사회 2025년도 제3차 이사회에서는 대수 산하단체인 대한공중방역수의사협회(대공수협)가 제안한 공중방역수의사회 회비 조정안이 진통 끝에 통과됐다.
각 지부수의사회의 일반회원으로 내던 회비를 내년부터 전국 일괄 연 7만 5천원으로 하향 조정하고, 중앙회가 직접 납입받는 방식으로 변경된다.
다만 지부회비 납부를 전제한 현행 규정의 정비나 대공수협을 통한 일괄납부 등 세부 절차는 과제로 남았다. 공중방역수의사와 회비 납부 환경이 유사한 국가직 수의직 공무원에 대한 형평성 문제도 도사리고 있다.

대공수협 별도 회비 납부율은 95%인데..대수회비는 17% 그쳐
지부 소속감 결여가 원인? ‘중앙회비만 남기자’ 제안
‘수의사회 현안 대응·공방수 처우 개선에 지부 역할 있다’ 비판론 제기됐지만..
‘젊은 수의사 포용해야’ 하향 조정안 가결
대수에 따르면 최근 5년(2021~2025) 간 공중방역수의사의 평균 회비납부율은 17.6%에 그친다. 대수회비 납부를 외면하는 주요 이유로는 지부수의사회에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 지목됐다.
대수회비는 지부수의사회에 납입한다. 지부는 회원들로부터 받은 회비 중 중앙회비 분담금을 떼어내 중앙회로 올려보낸다. 공중방역수의사가 속한 일반회원의 중앙회비 분담금은 연 7만 5천원이다.
지부별로 회비는 조금씩 다른데, 일반회원의 평균 연회비는 17만 8천원이다(10~25만원). 약 10만원이 지부회비가 되는 셈이다.
대공수협은 이를 회비 납부 저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공중방역수의사들 대부분이 지부수의사회에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공중방역수의사의 근무지는 무작위 추첨을 거쳐 정해진다. 추첨을 통해 순번을 정하고, 그 순번에 따라 차례로 시도 혹은 검역본부를 택하는 방식인데, 결과적으로는 대부분 출신 대학이나 연고지를 떠나게 된다.
대공수협 이진환 회장은 “공중방역수의사들의 회비 납부율은 굉장히 부끄러운 지표”라면서도 “그만큼 납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체복무이면서 사회 초년생이기도 한 공중방역수의사들이 근무지역에 소속감을 느끼기 어렵고, 해당 지부의 수의사회원으로서 효능감을 얻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반면 공중방역수의사의 처우 개선이나 부당행위 대응 등을 직접적으로 뒷받침하는 대공수협에 대해서는 별도 회비 납부율이 95%를 넘는다. 연 6만원이라 금액이 상대적으로 낮기도 하지만, 공중방역수의사와 대공수협의 거리감이 그만큼 가까운 셈이다.
이날 대공수협은 공중방역수의사 회비 별도 규정을 3가지 안으로 제안했다. 절차는 조금씩 달랐지만 결국 중앙회비 연 7만 5천원만 남기는 방식이다.
‘지부회비를 내고 싶지 않아 한다’는 제안 취지에 일부 지부수의사회 회장들은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수의사회 차원의 현안 대응도 지역 행정기관이나 국회의원과 직접적으로 연계되어 있는만큼 중앙회-지부를 별개로 볼 수 없는데, 공중방역수의사만 회비를 구분해 내겠다는 주장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방역활동장려금 등 공중방역수의사 처우도 지자체 소관인 만큼 결국 지부수의사회의 협조가 필요한 일이라는 점도 지적됐다. 설령 중앙회비만 남긴다 하더라도 공중방역수의사의 회비납부율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는 회의론도 나왔다.
반면 갓 수의사가 된 젊은 회원들을 배려해주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수의장교로 구성된 군진지부의 김병수 지부장(대령)은 단기복무하는 수의장교들이 군진지부 가입과 회비 납부를 외면했던 사례를 들었다. 단기복무 장교들에게는 중앙회비만 납부 받는 식으로 조정해서 다시 참여를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김 대령은 “젊은 수의사들을 포용해주지 않으면 미래에 수의사회는 더 힘들어질 것이다. 젊은 인력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조직은 발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의사협회와 치과의사협회 모두 대체복무 중인 공중보건의사에게는 지부회비를 받지 않고, 중앙회에 직접 납부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도 지목됐다.
이날 이사회는 공중방역수의사회 회비의 현행 유지와 7만 5천원 하향 조정안을 두고 표결을 진행했다. 현행 유지(7표)보다 하향 조정안(11표)이 더 많은 찬성표를 얻어 가결됐다.

국가직 수의사 고움원 회비 납부 저조의 대응안은 ‘검역본부 지부’ 설립
세부 규정·절차 정비 과제 남았다
7급 수의직과 형평성 문제도 거론
공중방역수의사 회비 별도 규정안이 이날 이사회를 통과하면서 내년부터 공중방역수의사의 연회비는 전국 일괄 7만 5천원으로 적용된다.
다만 납부 방식을 정하고 관련 규정을 정비하는 등 세부 절차가 남았다. 대한수의사회 규정이 지부수의사회를 통한 회비 납부를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대한수의사회 정관은 수의사회원이 관할 지부에 신상신고 및 회비납부를 통해 입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하향 조정안이 ‘중앙회비(7만 5천원)만 남긴다’는 취지로 출발했지만, 관련 규정을 정비해야 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공중방역수의사와 마찬가지로 회비납부율이 저조했던 검역본부 국가직 수의사 공무원에 대한 대응책이 이번과는 달랐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검역본부도 전국 순환근무로 인해 지부수의사회에 소속감을 느끼기 어려운 환경인 것은 마찬가지로 볼 수 있지만, 이번처럼 회비를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대신 별도의 지부수의사회를 설립하는 방향으로 추진했다.
아직 실제로 출범하진 못했지만 ‘농림축산검역본부 지부’를 설립할 수 있도록 2023년 대한수의사회 정관을 개정한 바 있다.
이날 이사회에서 하향 조정된 회비의 납부방식을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공수협은 대공수협 연회비와 대한수의사회 중앙회비를 함께 걷어 이중 중앙회비 분담금을 올려보내는 방식을 1안으로 제안했지만, 그렇게 되면 대공수협이 다른 지부수의사회와 별반 다르지 않게 된다. 지부수의사회 인정 여부는 정관 개정 사항이고, 정관 개정은 이사회를 거쳐 대의원 총회를 통과해야 한다.
이날 이사회에서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한 이성식 경기도수의사회장은 다른 수의직 공무원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공중방역수의사와 소득이 크게 다르지 않은 7급 수의직 공무원의 회비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결국 이날 이사회는 조정된 회비 금액만 결정한 채 마무리됐다. 제반 사항 정비 문제는 차기 대수회장 선거 이후로 넘어갈 전망이다. 수의사회 관계자는 “내년부터 공중방역수의사의 대한수의사회 회비가 7만 5천원이라는 점은 정해진 것”이라며 세부 논의는 내년에 이어질 것이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