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시설 다수 소독약 희석 `엉터리` 소독효과 없는 맹물 뿌렸다

최농훈 교수 조사..유효농도 못 미치는 소독약 맹물 희석·검증체계 미흡, 부실 방역 핵심 원인

등록 : 2018.11.02 06:39:33   수정 : 2018.11.01 16:49:05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AI·구제역 방역 현장에서 소독약 부적합 사용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효농도에 미치지 못한 ‘맹물’ 소독약이 사용되는가 하면, 지나친 고농도 희석으로 사용자나 소독기계를 위협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농훈 건국대 교수(사진)는 10월 31일 건국대 수의대에서 열린 ‘축산현장 방역관리 세미나’에서 국내 축산관련 방역시설 소독약 사용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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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관련시설 대부분 소독약 희석 문제..수평전파 못 막은 핵심 원인

최농훈 교수팀은 지난해 우제류 및 가금류 축산관련시설 277개소를 대상으로 322건의 소독약 시료를 채취해 유효한 농도로 잘 희석됐는지 여부를 점검했다. .

그 결과, 허가가 취소된 제품이나 락스, 살충제 등 애초에 부적합한 소독제를 사용한 곳이 12%(33/277)를 차지했다.

게다가 적합한 소독제를 선택한 곳에서도, 유효농도를 제대로 맞추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으로 사용하는 문제가 심각했다.

우제류 시설과 가금 시설에서 적정 범위로 희석된 소독약을 사용하는 곳은 각각 3%와 14%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축산시설에서 소독약 농도는 효과가 없을 정도로 낮거나, 지나치게 높았다.

소독제 농도가 유효범위에 못 미치거나, 아예 소독약을 타지 않았거나, 부적합한 소독제를 선택하는 등 소독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곳이 절반을 넘었다.

특히 도축장이나 사료공장 등 공공 축산시설도 소독약 희석문제를 드러내긴 마찬가지였다.

우제류 및 가금류의 도축장과 사료공장 28개소를 조사한 결과 적정 농도를 유지한 곳은 단 1개소에 불과했다. 반면 소독약 농도가 너무 낮거나 아예 검출되지 않은 비율은 우제류 시설에서 72%, 가금류 시설에서 80%를 차지했다.

최농훈 교수는 “국내 대다수 축산관련시설에서 소독약을 유효농도로 희석하고 유지하는데 심각한 문제를 보이고 있다”며 “이것이 구제역 및 고병원성 AI 수평전파를 막지 못한 부실 방역의 핵심적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검역본부와 동물약품협회가 담보하고 있는 소독약 자체의 품질 문제보단, 현장에서 제대로 희석해 사용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2017년 조사된 축산관련시설 소독약 희석 실태 (자료 : 최농훈 교수)

2017년 조사된 축산관련시설 소독약 희석 실태 (자료 : 최농훈 교수)


방역기 작동방식과 관계 없이 보편적인 문제..반자동식 특히 우려

국내 방역기계가 소독약을 희석하는 방식은 크게 수동, 반자동, 자동으로 나뉜다. 최농훈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3방식 모두에서 보편적으로 소독약 희석 문제가 발견됐다.

자동식에서 65%, 반자동식에서 45%, 수동식에서 59%의 시료가 소독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저농도(미검출 포함)로 확인됐다.

최농훈 교수는 이 중에서도 ‘반자동식’에 우려를 표명했다. 반자동식은 소독약 탱크에 물은 자동으로 보충되지만, 소독제는 수동으로 투입해야 하는 방식이다.

소독약을 뿌릴수록 물만 자동으로 보충되는 방식이라 소독약 농도는 지속적으로 저하될 수 밖에 없고,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면 맹물소독으로 이어질 위험도 높다는 것이다.


차가 지나간 뒤 허공에 뿌리는 소독약 `잘 뿌리는 것도 중요하다`

최농훈 교수는 이날 “소독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잘 희석하는 것만큼 ‘잘 뿌리는 것’도 중요하다”며 방역기계를 점증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련 업체가 알아서 설치할 뿐, 방역기계가 소독 효력을 담보할 수 있는지 아무도 점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령 소독기를 지나가는 차량이 통제되지 않으면 소독을 제대로 실시할 수 없다. 멈춰 서지 않고 지나가버리면, 허공에다 소독약을 뿌리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전염원이 될 위험이 특히 높은 차량하부와 바퀴에 약액이 제대로 노출되는지도 중요하다. 소독약을 안개형태로만 분무할 경우에는 노출이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차량을 소독하는 순서도 세심히 점검해야 한다. 생축을 싣고 있거나, 세척을 먼저 하지 않아 유기물이 있는 채로는 소독약을 뿌려봤자 효과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소독약을 잘 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최농훈 교수

소독약을 잘 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최농훈 교수


소독약 유효농도 손쉽게 확인할 키트 개발 필요..`기계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최농훈 교수는 농기평 연구과제를 통해 올해도 일선 축산현장의 소독약 사용실태에 대한 점검을 이어가고 있다.

여전히 심각한 주먹구구식 소독 문제를 개선할 방안으로는 관련 농가 교육을 확대하는 한편, 도축장이나 거점소독시설 등 공공축산시설에 대한 관리를 우선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들 시설에 설치된 방역기의 물리적, 생물학적 효력을 검증하고 소독약을 제대로 희석해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소독약이 유효농도인지 여부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간이검사키트를 개발하는 것도 방법이다. 일선 소독시설에 이러한 키트가 보급되면, 유효희석배수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독이 중요한 겨울철에 많이 쓰이는 산화제 소독성분용 키트를 우선적으로 개발한다면 곧장 현장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최농훈 교수는 ▲소독제 희석농도 확인 키트 개발 ▲반자동식 방역기의 퇴출을 가장 시급한 2대 과제로 꼽았다.

최농훈 교수는 “단순히 소독기만 설치해 돌린다고 방역이 잘 될 것이라 기대하는 ‘기계의 함정’에 빠져 있다”며 현장 소독실태에 대한 면밀한 점검을 주문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일본의 방역전문가도 동감을 표했다.

일본의 방역전문업체 ‘베셀 수의사 환경위생연구소’의 우메하라 겐지 수의사는 “소독약을 뿌렸으니 됐다고 여긴다면 자기만족일 뿐”이라며 “소독 전에 유기물을 깨끗이 세척하고, 각 병원체 특성에 맞는 소독방법을 적용해 실제로 효과가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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