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수의테크니션 체온 측정·심박수 청진, 불법동물진료 아냐`

EBS 프로그램에 담긴 테크니션 불법진료행위로 업무정지 처분 받은 동물병원, 행소1심 승소

등록 : 2018.01.28 09:51:40   수정 : 2018.01.28 09:52:02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수의테크니션(동물간호복지사)의 불법 동물진료행위로 의심되는 모습이 방송으로 보도되어 관할구청으로부터 업무정지처분을 받았던 동물병원이 행정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 제1부는 19일 “동물간호복지사가 체온과 심박수를 수의사에게 보고한 행위는 수의사 지휘·감독 하에 이뤄진 진료에 부수하는 행위일 뿐 그 자체로 동물을 진료하는 행위로 볼 수 없다”며 OOO동물병원에 내려진 업무정지 1개월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2015년 EBS에 방영된 수의테크니션의 모습이 불법동물진료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2015년 EBS에 방영된 수의테크니션의 모습이 불법동물진료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EBS의 직업소개 프로그램 <내 인생의 직업>은 2015년 12월 29일 ‘동물의 수호천사 – 동물간호복지사’ 편에서 OOO동물병원에 근무하는 동물간호복지사의 모습을 소개했다.

해당 방송에 동물간호복지사가 검이경 사용, 슬개골 탈구 검사, 청진, 투약 행위 등을 하는 모습이 실리면서 불법진료행위 논란에 휩싸였다.

관할 강남구청은 2016년 3월 7일 OOO동물병원이 무자격자에게 진료행위를 하도록 한 것으로 보고 업무정지 행정처분을 내렸다.

‘반려견에 대한 신체검사나 검이경 사용은 프로그램 제작 PD의 요청에 따라 연출된 장면이지 실제 진료를 위한 행위가 아니었다’라는 OOO동물병원의 의견은 받아들였지만, 수의사가 아닌 자가 청진 후 그 결과를 판독하거나 약을 투약하는 등 진료행위를 했다고 판단해 수의사법에 따라 3개월의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에 OOO동물병원은 서울시행정심판위원회에 업무정지 처분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을 제기하는 한편, 서울행정법원으로 업무정지 처분취소 행정소송을 시작했다.

앞서 행정심판위원회는 2016년 5월 강남구청의 업무정지 처분사유를 인정하면서도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보고 업무정지 기간을 3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시켰다.


法, “체온
·심박수 측정은 수의학적 전문지식 요하지 않는 단순 기계적 행위”

2009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동물의 진료 또는 예방이란 ‘수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을 진찰·검안·처방·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로 해석된다.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수의사법이 정하는 ‘동물의 진료 또는 예방’이 진료에 부수되거나 그 기능을 좋게 하는 행위까지 포함한다고 확대해석할 순 없다”고 판시했다.

EBS 프로그램에서 동물간호복지사가 마취에서 깨어나고 있는 반려견의 항문에 체온계를 넣어 체온을 측정하고, 청진기를 가슴 부위에 대고 심박수를 측정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를 ‘동물을 진료하는 행위’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해당 체온, 심박수 측정행위는 수의학적 전문지식을 요하지 않는 단순하고 기계적인 행위에 불과하다”면서 “동물간호복지사가 마취에서 깨어나고 있는 반려견의 진료방향을 판단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측정한 체온과 분당 심박수를 수의사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은 것”이라고 판시했다.


약재 소분은 단순업무..경구투약은 주사행위와 달라

아울러 해당 프로그램에 담긴 동물간호복지사가 동물에게 먹일 알약을 쪼개고, 주사기를 이용해 흰색의 액상물질을 반려견의 경구로 투여하는 모습을 두고서도 “진료에 부수하는 행위일 뿐 그 자체로 동물을 진료하는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애초에 해당 장면이 OOO동물병원이 아닌 다른 지점에서 촬영된 것이라 처분사유로 삼을 수 없고, 설령 OOO동물병원에서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불법진료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현행 약사법은 사람에 대한 의약품의 조제에 관해서만 규율하고 있을 뿐 동물에 대한 의약품의 조제에 관하여는 특별한 규제가 없다”면서 “수의사의 처방이나 지시에 따라 동물에 투약할 약을 소분하는 것은 투약 전단계에 이뤄지는 행위로서 수의학적 전문지식이 필요없는 단순하고 기계적인 업무에 불과하다”고 판시했다.

흰색 액상물질 투여에 관해서도 “해당 물질이 의약품이라는 아무런 증거가 없지만, 설령 의약품이라 하더라도 경구를 통한 약물의 투여는 단순히 동물이 약물을 먹는 것을 도와주는 것에 불과할 뿐 수의학적 전문지식에 기초한 투약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모든 투약행위를 진료행위로 볼 수는 없고, 주사기 등을 이용한 투약처럼 수의학적 전문지식에 기초한 투약행위 만을 수의사법 상 진료행위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강남구청 측의 항소여부는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의테크니션 제도화를 위한 수의사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가운데, 제도화될 경우 이번 판결이 수의테크니션 업무범위 설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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