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반려동물을 키우시면 화장품 사용에 주의하세요―정설령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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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키우시면 화장품 사용에 주의하세요―정설령 수의사

사람에게는 건강에 무척 도움이 되거나 문제가 없지만 개와 고양이가 먹었을 경우 위험한 음식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식품이 포도, 양파, 마늘, 초콜릿, 카페인, 마카다미아(개), 아주까리(피마자), 자일리톨, 아보카도(논란이 있지만), 과일의 씨앗, 토마토 줄기 등입니다.

개와 고양이를 키우는 경우 사람의 손이나 얼굴을 핥는 등의 상호 교류 행위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화장품에 관심을 가지고 냄새를 맡거나 때로는 핥기도 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즉, 동물이 화장품을 섭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사용하는 화장품에는 개와 고양이에게 유독할 수 있는 성분들을 함유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문제가 될 수 있는 성분은 자일리톨, 마카다미아 넛 오일(개), 아보카도 오일, 프로필렌 글라이콜(고양이), 피마자유 등입니다. 이들 성분들은 대부분 습윤제(피부컨디셔닝제)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자일리톨

우선 자일리톨의 경우 개와 고양이가 섭취하게 되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여 저혈당증을 나타나게 하고 많이 섭취하게 되면 간부전으로 사망하게 됩니다. 저혈당증을 야기하는 용량은 몸무게 kg당 0.1g으로 미량을 섭취하는 경우에도 문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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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은 국내 시판되는 보습 크림의 라벨에 표기되어 있는 화장품 성분들을 보여 줍니다. 이 제품 라벨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자일리톨이 함유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저혈당증을 야기하는 자일리톨일지라도 극소량을 섭취할 경우 문제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지만 자일리톨은 그 자체로 개와 고양이에게 유독한 물질입니다. 그러므로 집에서 사용하는 화장품의 라벨을 꼼꼼히 읽어보아 개와 고양이가 먹어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성분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이 제품의 경우는 펌프형 제품으로 호기심이 많은 동물의 경우 펌프 꼭지에 묻어 있는 화장품을 핥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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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 역시 시판되는 화장품의 하나로 제품 앞면에 자일리톨이 함유되어 있다고 표시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사용 원료를 앞면에 표기하는 것은 그 원료의 함량이 많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이런 제품의 경우 자일리톨을 주성분으로 사용한 것이므로 사용에 더욱 주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자일리톨을 화장품 앞면에 표기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으니 혹시 원료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지 사용 성분을 충분히 검토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카다미아 넛 오일

마카다미아는 개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식품입니다. 생으로 먹거나 익히더라도 독성을 가지고 있고 어떤 성분이 문제를 일으키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섭취하게 되면 근육, 소화기, 신경계에 영향을 끼쳐 운동실조, 경련 등의 문제를 일으킵니다. 독성을 나타내는 용량은 개체마다 다양하고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 12시간 이내에 근육 경련, 체온 상승 등의 문제가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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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화장품의 경우 마카다미아 오일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제품입니다. 미량에서는 독성을 나타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독성을 나타내는 원인 물질이 규명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독성 물질이 체내에 축적할 수 있는 문제도 고려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제품의 경우 사용에 주의하여야 하는데 실수로 많은 양을 핥아 먹는 등의 문제뿐만 아니라 장기간 조금씩 섭취하여 문제를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도 생각해야 합니다.
  

아보카도 오일

아보카도는 열매, 씨, 잎과 줄기 모든 부분이 개와 고양이에게 독성을 띌 수 있습니다. 그 원인으로 퍼신(persin)이라는 물질을 지목하고 있는데 최근 사람에서 유방암세포를 죽이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이 퍼신은 개와 고양이에게 독성을 띌 수 있습니다.

아직 독성을 나타내는 유효 섭취량은 밝혀져 있지 않지만 잘못 섭취할 경우 폐수종, 심장 주위 조직의 수종 등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조류나 토끼의 경우 아보카도에 대한 민감성이 훨씬 높기 때문에 매우 주의해야 합니다. 개와 고양이의 경우는 사실 아보카도가 논란이 있는 식품인데 먹여도 괜찮다는 주장과 먹이면 안 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습니다. 먹여도 된다는 확실한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는 조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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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화장품의 라벨을 살펴보면 아보카도 오일이 함유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Apricot oil 을 함유하고 있는데 이 Apricot(살구의 종류)는 어떤 기관(ASPCA)에서는 개와 고양이에게 독성이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참조: https://www.aspca.org/pet-care/animal-poison-control/toxic-and-non-toxic-plants/apricot)
  

프로필렌 글라이콜(Propylen glycol)

이 물질은 자연에서 유래한 식품은 아니지만 반려동물 사료(반습식, 간식 등)에도 많이 사용되는 합성 물질입니다. 개의 경우는 식품의 8% 까지를 섭취해도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고양이의 경우 적은 양만 섭취해도 적혈구에 하인즈 바디를 형성하여 빈혈을 일으킨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이 물질을 고양이 식품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어떤 사료 회사는 고양이 제품에 이 물질을 사용하여 리콜을 한 사례도 있습니다.

(참조: https://www.fda.gov/Safety/Recalls/ucm471748.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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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에서와 같이 프로필렌 글라이콜은 화장품에서 보습역할을 하는 물질로 실제 여러 화장품 회사에서 매우 널리 사용하는 성분입니다. 적은 양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특히 고양이를 키우는 경우 지속적으로 핥아 먹는 등의 문제가 없도록 주의하여야 합니다.

또한 위 라벨에서 언급된 글리세린의 경우에도 식품에 사용되는 일반적인 글리세린의 경우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화장품에 사용되는 글리세린이 만일 자트로파(Jatropha)라는 식물에서 추출한 경우라면 독성을 띄게 되므로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외 아주까리(피마자) 오일도 화장품의 원료로 사용하는데 사실 아주까리의 경우 리신(ricin)이라는 물질이 매우 유독하여 극히 소량을 섭취하여도 신부전등의 문제로 사망하게 됩니다. 실제 국내에서도 개가 아주까리박을 섭취하여 사망한 사례가 있습니다. 화장품의 원료로 사용하는 피마자 오일의 경우 열처리를 하여 리신을 파괴하지만 정제가 덜 된 경우 문제가 있을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화장품에는 기타 여러 화학 물질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물론 미량에서는 안전하고 독성을 나타내기까지 많은 양의 섭취가 동반될 수 있겠지만 화장품은 식품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경로로든 반려동물이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손과 얼굴을 핥는다든지 펌프형 화장품의 경우 호기심에 꼭지에 남은 화장품을 섭취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사용하는 화장품의 라벨을 유심히 살펴보아 동물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성분이 없는 것을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겠습니다. 

글쓴이: 정설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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