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프랑스 동물병원 탐방기 ― 수의사 이학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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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전 학회 참석차 프랑스에 방문한 김에 몽펠리에 지역에 있는 동물병원 2곳을 방문했다. 2차 진료를 실시하는 동물병원과 1차 동물병원을 순차적으로 각각 방문했다.

먼저 방문한 동물병원은 1200㎡ 규모(약 363평)로 프랑스 동남부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랑도시아 2차 동물병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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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도시아 동물병원(Languedocia veterinary clinic)은 프랑스 동남부 지역에서 가장 큰 병원이며, 프랑스 전체에서는 대략 5번째로 큰 동물병원이다. 2016년 현재 4년차가 된 이 병원에는 총 15명의 수의사가 근무하고 있는데, 그 중 6명은 전문의 자격을 가지고 있었다. 테크니션은 10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몽펠리에 지역에는 동물병원이 3개 밖에 없는데, 그 중 하나가 2차 진료를 담당하는 이 곳 랑도시아 동물병원이다. 나머지 2개 병원은 백신과 중성화 등을 실시하는 일반적인 동물병원이었다.

4명의 공동 투자자 중 한 명인 Dunie-Merigot 수의사가 동물병원을 소개시켜줬다. 그 역시 유럽수의외과전문의 자격을 갖춘 수의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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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동물병원이고 4년차 밖에 되지 않은만큼, 병원의 시설이나 규모, 장비 수준은 상당했다. CT촬영은 하루에 약 5~6케이스 정도 진행되고 있으며, 내가 병원을 방문하기 약 한 달 전에 0.25T MRI도 구입했다.

프랑스 전체에는 4개 수의과대학이 있는데, 그 중 MRI를 보유한 수의과대학은 리옹이 유일하다고 한다. 나머지 3개 수의과대학 동물병원에는 MRI 장비가 없으며, 로컬 병원까지 다 합쳐서 MRI를 보유한 동물병원은 프랑스 전체에 총 5곳이다. 우리나라보다 MRI를 갖춘 동물병원 수가 훨씬 적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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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를 담당하는 Kraijer 수의사(왼쪽)와 동물병원을 소개시켜 준 Dunie-Merigot 수의사(오른쪽)

프랑스 동물병원의 경우 불어만 잘사용하면 다른 국가 출신 수의사들도 어렵지 않게 일할 수 있다. 유럽수의안과전문의 자격을 갖추고 안과 진료를 담당하는 Kraijer 수의사(사진 왼쪽)역시 네덜란드 출신이다.

프랑스에서는 1년에 약 500명의 수의사가 배출되는데, 수의사 면허 취득이 어려워, 벨기에나 루마니에 등 다른 유럽 국가에서 수의사 면허를 취득한 뒤에 프랑스로 돌아와 일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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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aijer 수의사는 2010년 유럽수의안과학회(ECVO)로부터 수의안과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그녀의 안과진료실에는 동물들의 시력을 검사하는 그림이 벽에 걸려있었다. 재미를 위해 걸어놓은 그림이었다.

병원을 소개해 준 Dunie-Merigot 수의사의 경우 2013년 유럽수의외과전문의(소동물분야)를 획득했다. 이외에도 특수동물 등 각 분야별 전문의들이 병원에서 자신의 전공 분야를 살리면서 근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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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진료의 약 60%는 개였으며, 고양이 진료가 약 30%, 그리고 나머지 동물의 진료가 10%정도를 차지했다. 고양이 진료를 위해 고양이 진료실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었으며, 방음시설이 갖춰진 고양이 입원실도 있었다. 

랑도시아 동물병원의 하루 전체 케이스는 약 30케이스 정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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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과 습도 조절이 가능한 특수동물 입원실도 2개 있었는데, 병원을 방문했을 때 뱀, 쥐, 토끼 등 다양한 특수동물이 입원 중이었다.

프랑스에서도 우리나라처럼 동물등록제가 실시되고 있었는데, 개, 고양이 뿐만 아니라 특수동물도 동물등록 대상이라는 점이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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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방문한 동물병원은 랑도시아 동물병원에서 약 300m 정도 떨어진 1차 동물병원인 베토시아(vetocia)동물병원이었다. 랑도시아와 베토시아 동물병원은 2015년 9월부터 서로 연계하여 운영되고 있었다.

약 450㎡규모(136평)의 베토시아 동물병원은 1차 동물병원인만큼 예방의학과 1차 진료에 집중하고 있었으며, 랑도시아 동물병원은 내시경, 초음파, CT/MRI 등의 장비를 이용한 상위 진료를 실시하고 있었다. 

재밌었던 점은 2개 동물병원 모두 수의사가 보호자와 직접 상담을 했을 경우 그에 대한 상담비를 꽤 높게 청구한다는 점이었다. 베토시아 동물병원의 경우 15분 상담에 약 40유로를 받으며, 랑도시아 동물병원의 경우 15분 상담에 75유로 정도를 받는다고 한다. 수술비는 보통 1000유로 이상 나온다.

근무하는 수의사는 총 4명이었으며, 4명의 수의사도 돌아가면서 근무하고 있었다(프랑스는 근무 여건이 좋은 국가 아니던가). 4명의 수의사 중 한 명은 프랑스에서 꽤 유명한 고양이 임상가였다. 전체 진료의 95%이상이 고양이 진료라고 한다.

베토시아 동물병원은 하루에 약 50케이스를 소화할 정도로 바쁜 병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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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시아 동물병원에서는 자체적으로 생산한 제품도 판매하고 있었다. 귀세정제나 영양제 등이 동물병원 이름으로 만들어져 판매되고 있었다.

또 하나 나를 놀라게 했던 점은 바로 나이가 꽤 있는 남자 테크니션의 존재였다. 수술방에서 남자 수의테크니션이 수술을 준비한 뒤에, 여자 수의사가 수술방으로 들어가 수술을 진행하는 점이 신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장면이었기 때문이었다(수술방에 함께 들어가 수술을 참관한 수의사 역시 여자였다).

하지만 대형견이 많은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남자 수의테크니션이 꽤 많이 일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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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동물병원을 흔쾌히 소개해준 랑도시아 동물병원의 Dunie-Merigot 수의사와 동물병원 방문을 도와준 로얄캐닌 측에 감사를 전한다.

나의 프랑스 동물병원 탐방기 ― 수의사 이학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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