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아의 행동문제도 의학이다③]’행동학적 변화’는 질병의 첫 임상증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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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아의 행동문제도 의학이다③]행동학적 변화는 질병의 첫 임상증상일 수 있습니다.

지난달에 어머니가 전화를 하셔서 ‘비아가 자다가 이불에 오줌을 한 번 쌌고, 오줌을 두 번 정도 화장실이 아닌 곳에 쌌어.’라고 하시며 걱정을 하셨다. 평상시에 워낙 화장실을 잘 가리는 아이였기에 나도 놀랐다.

물론 13살이지만, 꾸준히 항산화제를 먹이고 어머니가 직접 자연식을 만들어 먹이는 아이라 치매는 오지 않을 거라 생각하며 마음을 놓고 살았었는데, 가슴이 철렁하는 소식이었다. 우리 비아에게도 치매(인지장애증후군)가 왔구나……

주말에 친정에 가서, 비아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가서 건강검진을 하였다.

특히 영상진단학을 전공한 후배 병원에 가서 방사선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꼼꼼하게 진행하였다. 신장에 작은 결석이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어서, 혹시나 크기가 커진 것은 아닐까 걱정을 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더욱 절망적인 결과를 전달받았는데, 방광에 종괴가 있다는 것이었다. 특히, 방광삼각에 0.5X0.7cm의 종괴였다. 당장 충남대학교의 서경원 교수님께 말씀 드리고 더욱 정밀한 검사를 위해 그 다음날 충남대학교부속병원으로 내원했다.

결과는 방광이행상피암종(TCC) 추정.

다행히 지난주에 서울대부속동물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잘 회복하고 있다. 물론 2주후부터는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고, 재발이 안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살아야 한다.

만약에 우리 어머니가 비아가 화장실 실수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면…… 나는 행동의학 수의사인지라 우선 ‘인지장애증후군(치매)’을 의심했었다. 만약 추가적인 검사보다는 치매 치료만 했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해진다.

갑작스런 행동학적 변화가 있는 경우에는 순수한 행동문제로 보기보다는, 대부분 다른 질병으로 인하여 행동 변화가 유발되었다고 생각하고 진단에 접근한다.

무엇보다 갑작스런 공격성과 화장실 문제의 경우에, 초진 상담 후 원래 환자가 다니던 동물병원의 원장님께 꼭 정밀한 건강진단을 의뢰하고, 그 이후에 행동의학 치료를 진행한다. 갑작스럽게 보이는 행동문제는 다 이유가 있다. 뇌가 아픈 아이보다는 몸이 아픈 아이일 수 있다.

내분비계질환으로 인하여 화장실 문제와 공격성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외과적 질환에 의해서도 마찬가지로 화장실 문제와 공격성 문제 그리고 정형행동이 생길 수 도 있다. 그밖에 피부과 질환에 의하여 정형행동이 시작될 수 있고, 다양한 내과적인 질환으로 인하여 행동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비아처럼 종양에 의하여 행동문제를 보일 수 도 있다. 비아는 혈뇨 또는 기타 방광질환 관련 임상증상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 이전에 행동학적인 변화를 보였다.

비아는 다시 한 번 나에게 질병의 가장 첫 임상증상은 ‘행동학적인 변화’라는 것을 상기시켜 주었다.

그리고 정기적인 건강검진은 사람에게도 중요하지만 동물에서 마찬가지로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나로 하여금 더욱 더 공부하게 만드는 나의 사랑하는 동생 비아가 꼭 암을 이겨내고 우리 가족과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바란다.

김선아프로필

[김선아의 행동문제도 의학이다③]’행동학적 변화’는 질병의 첫 임상증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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