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 수의사 7인이 후배들에게 전한 진솔한 이야기들 ‘어떻게 살 것인가’


24
글자크기 설정
최대 작게
작게
보통
크게
최대 크게
(왼쪽부터) 김현호, 엽경아, 김달해, 정나래, 이려, 신동민, 손형락 수의사

수의대생과 젊은 수의사를 위한 MISYB 토크콘서트가 2월 9일(일) 서울대 수의대 스코필드홀에서 열렸다.

한국수의최소침습의학연구회(KVMIS)와 서울대 수의대, 수의사신문 데일리벳이 주최하고 의료내시경 기업 칼스톨츠엔도스코피코리아(칼스톨츠코리아)가 후원한 이번 행사에서는 7명의 외과 수의사가 진솔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들 연자는 학생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최소침습의학의 여러 케이스를 소개하는 한편 수의외과에 매진하게 된 계기와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토크콘서트의 문은 해마루 이차진료 동물병원의 손형락 외과부장이 열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제목으로 내건 손 수의사는 부신 종양 외과의로서의 이야기를 전했다.

해부학적 위치와 호르몬 분비 기능을 중심으로 부신 종양 수술의 과정과 위험성을 소개한 손 수의사는 ‘계획대로 진행되는 수술은 없으며, 늘 겸손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연의 화두로 제시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서는 “환자와 보호자가 함께하는 시간을 연장하는 데 기여함에 행복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진로를 고민하는 후배 수의사와 미래 수의사들에게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하기 전에 ‘어떤 것에 행복한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부산 리본동물의료센터 김현호 외과원장은 충남대 수의대 수의외과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동 대학원 박사 과정을 이어가고 있다.

‘Dr. Evidence: 전문직이라는 이름의 무게’를 내건 김현호 수의사는 흉강경 수술을 중심으로 최소침습수술의 장점을 설명했다. 인의에서 활용하는 수술법을 수의학에 적용한 증례들도 함께 소개했다.

흉강경으로 하는 유미흉 수술, 인의 간종양 수술과 비슷한 방법으로 진행한 복강경 간수술, 그리고 디스크 환자에서 척추내시경을 이용한 감압술 예를 선보였다.

김현호 수의사는 ‘전문직’에 걸맞은 근거 기반 수의학(EBVM)을 이용한 진료의 필요성, 즉 정보를 판단하여 옳게 적용하는 것이 환자의 결과로 이어진다고 힘주어 말했다.

근거 기반 수의학을 실현하기 위한 5가지 과정을 소개하면서, 임상질문(PICO) 형식을 활용해 구체적으로 질문하는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람마다 지향하는 방향이 다를 수 있으나, 모든 수의사에게는 최소한의 직업의식과 그에 걸맞은 공부가 필요하다”며 전문직으로서의 자세를 강조했다.

일산동물의료원 김달해 마취통증의학과장은 이번 MISYB 토크콘서트에 유일한 마취통증의학과 수의사로 참여했다.

서울대 수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마취통증의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김달해 수의사는 마취과 수의사의 하루 일과를 소개하면서 강연을 시작했다.

“매일 아침 마취 진행상황과 환자를 모니터링하고 마취 계획을 수립·실행하는 일상 속에서 항상 환자가 안전하기를 바란다”면서 마취까지가 아닌 회복되기까지가 마취과 수의사로서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마취란 단순한 수면이 아니라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과학’이라는 점을 역설하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어떻게 최선의 선택을 할 지 고민한다고 전했다.

복강경이나 뇌종양 수술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응급상황과 주의점을 소개하면서, 마취과 수의사는 마취의 도입·회복뿐만 아니라 수술 안정성과 환자 통증관리 등에 다양한 책임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혼자서는 일을 할 수 없다는 마취과의 현실 속에서 환자의 생명과 더 좋은 예후를 위해서는 다른 과와 협력하는 ‘team surgery’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학업에 정진해서 자신감 있게 행동할 수 있는 수의사로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샤인동물메디컬센터 이려 외과원장은 서울대 수의대를 졸업하고 수의외과 대학원을 수료한 후 다양한 병원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공유했다.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스스로 ‘편하다’거나 ‘정체되었다’고 느끼는 것을 경계하면서 지속적인 발전을 지향하며 이직했다는 것이다.

입사와 퇴사가 반복되는 외과 수의사로서의 삶에서 기뻤거나 슬펐던 경험에 대해 “외과의로 살면서 만나는 환자를 통해 보람찬 상황을 겪으며 극복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미국에 복강경을 배우러 가서 만나게 된 KVMIS 회원들과의 사연과 더불어 학부생 때부터 다양한 학회를 참석한 경험과 세미나를 개최한 이야기를 소개하며 함께 하고 지식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을 제안했다.

이 수의사는 “인생에 있어 틀린 길은 없다. 길이 구불거리고 힘들지라도 꾸준히 가다보면 올바른 길임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찾아 정직하고 겸손하게 꾸준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일산동물의료원 신동민 외과센터장이 최소침습수술(MIS)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고양이 유미흉 수술이었다. 신체적 스트레스가 큰 개복·개흉 수술보다 신체에 미치는 손상을 최소화하는 수술 기법인 MIS가 환자에게 적합하다고 판단하면서 MIS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신동민 수의사는 지난해 100건 이상의 복강경 수술을 집도했다. 다관절 복강경 아티센셜(Artisential) 기구와 3D 복강경을 활용한 기술 혁신도 추구하고 있다. 일산동물의료원은 DA VINCI 로봇도 도입해 수의학에서의 MIS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신동민 수의사는 해외 수의사 및 인의 외과와의 협업을 통해 수의학에서의 최소침습수술 표준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인의 외과에서 발전한 기술과 경험을 수의학에 적용하여, 환자들에게 최적의 치료를 제공하는 데 힘쓰고 있다.

“모든 환자가 스승이다”라는 철학 아래 ‘Rule of 3’ 원칙을 실천하고 있다. 수술 전 최소 세 가지 교재와 논문을 검토하고, 수술 후에는 세 가지 개선점을 기록하면서 지속적인 자기발전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는 “좋은 외과의사는 실력만큼 윤리적 판단과 공감 능력이 중요하다”며 인문학적 소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산동물의료원 정나래 외과 과장은 신경외과 분야에서 끊임없이 도전하며 성장하고 있다. 처음에는 큰 열정을 갖지 않았지만, 경험을 쌓아가며 신경외과 분야, 특히 뇌의 매력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처음부터 확신이 없더라도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막상 시작해 보면 길이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고민만 하기보다 직접 경험하며 답을 찾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뇌수술의 난이도는 케이스마다 다르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다. “결과가 좋지 않을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는 자세”라고 강조하며, 인의 신경외과에서 발전한 정교한 기술을 수의학에도 적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뇌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회복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도 전했다. 수술 후 빠르게 회복해 바로 산책을 하는 환자도 있고, 뇌종양을 가진 노령 환자들이 수술을 통해 항경련제와 스테로이드를 서서히 줄여 나가며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게 되는 경우도 있다. 수술을 통해 단순히 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그녀의 목표다.

정나래 수의사는 “’모든 외과의사의 마음 한 구석에는 공동묘지가 있다’는 말을 늘 되새긴다. 한 순간의 실수가 환자의 생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면서 “떠난 환자들을 단순히 안타까운 기억으로 남기기 보다 더 나은 수술을 위한 배움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MISYB 토크콘서트의 마지막 연자는 고려동물메디컬센터 엽경아 최소침습인터벤션센터장이 맡았다.

승모판 질환 환자에서 하이브리드 수술 성공 사례를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게 상세히 설명하면서 외과 수의사의 역할 분담과 보호자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엽경아 수의사는 “보호자 분들이 논문을 읽기도 하시고, 교과서를 사서 보고 오시는 분들도 많다. 우리는 그 분들이 이해할 수 있게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며 올라간 보호자의 수준에 맞는 수의사의 태도에 주목했다.

“보호자가 수술에 대해 이해하면서 사망할 확률이나 수술 난이도 등 많은 것을 이해하게 된다”면서 수의사가 고민하는 과정에 보호자도 함께 참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명한 사람에게 존경을 받고, 정직한 비평가에게 찬사를 얻고, 아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사람’을 목표로 소개한 엽경아 수의사는 ”학생들에게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눠주고 알려주고 싶다. 학생들이 자신을 좋아해줬으면 좋겠다“며 미래 외과 수의사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 MISYB 토크콘서트는 젊은 외과수의사들의 도전과 열정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각자의 분야에서 끊임없이 연구하고 발전해가는 이들의 이야기는, 미래의 수의외과를 꿈꾸는 이들에게 값진 영감을 선사했다.

박설빈 기자 deersr@naver.com

어승현 기자 ecc0825@naver.com

윤소혜 기자 sa07171@gmail.com

최윤서 기자 wendy2249@naver.com

외과 수의사 7인이 후배들에게 전한 진솔한 이야기들 ‘어떻게 살 것인가’

Loading...
파일 업로드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