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진료 연결 소셜커머스,불법이며 의료시장 질서 현저히 해쳐˝

의정부지방법원, 병의원 연결 소셜커머스에 대해 '의료법 위반'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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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의 진료비용을 공개하고 반려동물 보호자들과 동물병원을 연결해주는 M소셜커머스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수의계 내부에서는 수의사법이 금지하는 ‘환자 유인행위’이며 동물병원 의료시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여론이 다수지만, 일각에서는 불법이 아니며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주는 서비스라는 의견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참고할 만한 의료법 판례가 나왔다. 병·의원과 광고 계약을 체결하고 환자를 연결해주던 I소셜커머스 업체 운영자와 이 서비스에 적극 참여한 의사에 대해 의정부지방법원이 각각 징역형과 벌금형을 선고한 것이다.

반려동물진료 소셜커머스 사이트 모습
반려동물진료 소셜커머스 사이트 모습

법원, 인터넷으로 진료비 할인 판매 소셜커머스에 ‘불법’ 판결

소셜커머스에 적극 참여한 의사도 함께 처벌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13년 2월부터 소셜커머스를 표방하는 인터넷 성형쇼핑몰 I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했다. I업체는 사이트에 가입한 환자들에게 성형외과, 피부과의 의료상품을 소개·중개하고, 의사로부터 건당 15~20%의 수수료를 받았다.

2013년 12월부터 2016년 7월까지 I업체는 총 43개 병원에 환자 50,173명을 유인·알선했고, 환자들이 지급한 진료비 약 34억원 중 15~20%인 약 6억 8백만원을 수수료로 지급받았다.

의정부지방법원은 이에 대해 “단순한 의료광고행위가 아니라 환자와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 사이에 치료 위임계약이 체결되도록 중개 또는 편의를 도모한 행위”라고 설명했다.

소셜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물론, 이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의사 D씨도 처벌을 받았다.

법원은 D씨에 대해 “판매대금의 20%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지급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이행한 행위는 I사이트로 하여금 장차 수수료를 취득하기 위해 환자를 소개·알선·유인할 것을 결의하도록 하기에 충분하다”며 “의료법이 금지하고 있는 사주행위에 해당한다”고 벌금 700만원형을 선고했다.

참고로 동물병원 진료 소셜커머스 M사이트 역시 15%의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트 내에서 진료비 결제, 문제 더 심각할 수 있어

피고인들은 법정에서 유사 소셜커머스 업체인 ‘K사이트’를 언급하며 자신들은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K사의 경우 웹사이트 내에서 상품 구매에 대한 대금결제가 이루어지고, K 측에서 그 대금을 받은 후 수수료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제휴 병·의원에 지급한다. 하지만, I사이트에서는 배너를 클릭하면 병·의원 홈페이지로 이동하고, 대금결제는 병·의원에서 이뤄진다.

피고인들은 “K사이트와 달리 자신들의 서비스는, 대금을 수령한 병·의원에서 약정 수수료를 추후 지급하는 구조여서 단순한 광고·홍보행위만 이뤄졌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동물병원 진료 소셜커머스 M의 경우, K사이트 처럼 사이트 내에서 선결제가 이뤄지고 이후 동물병원에 수수료를 지급한다. 이 때문에 I사이트보다 오히려 문제의 소지가 더 클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불법인 것은 물론, 환자 선택권 침해&의료시장에 부정적 영향”

법원은 I사이트를 운영한 A와 C씨에 각각 징역 1년과 징역 6개월을, I사이트를 운영한 주식회사 B사에 벌금 2천만원을 선고했다. 의사 D씨는 벌금 700만원 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이 이처럼 강력한 처벌을 내린 것은 인터넷 소셜커머스를 통한 의료서비스 연결·구매행위가 의료법 위반일뿐만 아니라 환자와 의료시장 질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판결문 내용 일부 발췌
판결문 내용 일부 발췌

법원은 “I서비스는 의료용역 상품의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의료서비스의 질이나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의 전문성이나 임상경험과 관계없이 낮은 가격에 상품을 제공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춰 영업하였다”며 “이러한 영업 형태는 의료기관들 사이의 불필요한 가격경쟁으로 이어져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를 초래하고 의료인의 종속화를 초래하여 의료법의 취지를 유명무실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환자가 의사와의 상담을 거치거나 의료행위에 대한 설명을 듣지 않고도 제한된 정보만으로 일반 상품을 구매하듯이 의료용역을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환자의 건강상태나 구체적 증상에 기초하지 아니한 무분별한 의료행위가 성행할 수 있고, 환자의 알권리나 의료행위에 관한 실질적인 선택권이 침해될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동물병원 진료 소셜커머스 M사이트에 대해 소비자(반려동물 보호자)의 알권리를 보장해준다는 의견이 있지만, 법원은 오히려 (소셜커머스로 인해) 환자의 알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서비스가 의료시장에 더 큰 피해를 준다고도 전했다.

법원은 “전파성이 강하고 그 이용에 시간적·장소적 제약이 없는 인터넷의 속성에 비추어 보면, 의료시장 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오프라인에서 음성적으로 이루어지던 종전의 ‘영리 목적 환자 소개·알선·유인 행위’에 비해 더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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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과 차이가 있지만, 수의사법에서도 환자 유인행위를 금지하고 있다(수의사법 시행령 제20조, 위 사진 참고). 또한, 수의사법과 유사한 의료법에서도 소셜커머스를 통한 진료 연결 행위를 불법으로 처벌한 판례가 나왔다.

하지만, 동물병원 진료 소셜커머스 M 사이트 관계자는 자신들의 서비스가 불법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M사이트 관계자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법무법인에 법률 검토를 받았고, 민원이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기각됐었다”라며 “법적으로 해석의 여지는 있을 수 있지만, 수의사법상 유인행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오히려, 수백~수천만원의 광고비를 쓸 수 없는 영세한 동물병원의 홍보 채널의 역할을 하는 측면도 있으며, 보호자와의 불필요한 비용 흥정이 없어지게 되는 점도 회원 수의사에게 좋은 점이라고 설명했다.

과도한 가격경쟁으로 수의료 시장 질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에는 “(자체 분석 결과) 고객은 가격만으로 선택하지는 않는다”며 “소비자들이 목말라하는 정보만을 제공할 뿐, 최종 선택은 보호자의 몫이고 실제 보호자들은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동물병원 정보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를 제기해주시면 서비스를 수정·보완할 의지도 있다”며 수의사협회와의 대화를 원하고 있었다.

현재 M 서비스에 가입된 동물병원은 전국적으로 약 100여곳으로 추정된다.

동물병원 진료 소셜커머스 업체의 영업행위가 수의사법 위반인지 여부는 고발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농식품부는 온라인 사이트를 통한 동물병원 진료비 연결·할인 행위에 대해 “수의사법의 제정 취지와 의료법 판례를 고려할 경우 온라인 진료비 할인 쿠폰 등을 발급하여 특정 동물병원으로 유인하는 행위는 수의사법 위반에 해당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 수의계 관계자는 “의료법 판례를 참고할 때, 업체는 물론 해당 서비스에 가입한 수의사도 처벌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병원 진료 연결 소셜커머스,불법이며 의료시장 질서 현저히 해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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