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위헌적인 동물병원 진료비 고시제 반대한다:허주형 동물병원협회장

등록 : 2019.03.14 17:53:04   수정 : 2019.03.14 18:31:44 데일리벳 관리자

Juhyung Hur PhD

우리나라 동물병원은 정부 수립 이후 축산업 발전을 이유로, 이제는 일부 반려동물 보호자의 민원을 이유도 정부의 간섭을 받아왔다. 그 실례로 축산농가를 위한다는 이유로 전 세계에서 유일한 동물 자가진료 도입, 일반 반려동물 보호자의 진료비 완화를 이유로 진료수가제 폐지, 특정 단체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수의사처방제 도입 시 약사예외조항 삽입 등이 있다. 국가의 재정지원이 전혀 없는 동물병원에 대한 국가의 간섭은 가히 숨 막힐 지경이다.

나아가 근래에 들어서는 수의사의 고유업무까지 침범할 수 있는 동물간호사제도의 도입 시도, 위헌적인 동물진료수가에 대한 국가의 과도한 개입, 불완전한 자가진료의 폐지 및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동물병원의 경영 어려움까지 가중시키고 있다.

지금 일부 동물보호자의 민원에 따라 천차만별 동물병원 진료비라고 문제 삼고 있지만, 1998년 김대중 정부에서 동물병원 진료수가제를 폐지한 취지는 자유로운 동물병원 진료비에 대해 일반 시민들이 선택하게끔 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금 이 시각에도 예방접종의 경우, 말도 안 되는 저가에서부터 고가까지 동물보호자들이 그 가격에 맞는 동물병원에 가서 선택하는 ‘선택의 자유’가 있다.

정부 및 민간단체에서 발표된 통계자료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가장 많이 지출되는 비용은 의료비가 아니라 사료비 등 반려동물이 생활하는데 필요한 항목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심지어, 우리나라 동물병원 의료비는 여러 가지 통계자료를 비교해보아도 OECD 가입국 중 최하위를 차지하고 있고, 아시아권 국가에서도 태국, 스리랑카 등과 함께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감출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는 동물진료에 사용되는 인체용의약품의 경우 도매상이 아니라 일반 약국에서 구매토록 하여 진료비의 상승을 유도하였고, 동물진료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도입하여 무려 10%의 동물진료비 인상을 유발하였다. 나아가, 수의사처방제 도입 시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있는 ‘약사예외조항’이라는 악법을 도입하여 동물병원의 경영악화를 초래함으로써 동물병원 스스로 생존의 자구책을 마련하게끔 하여 진료비 상승도 유도하였다.

이제는 정부와 일부 정치권 인사들이 동물병원 진료비 고시제를 도입하여 사람병원에서도 의무가 아닌 동물병원 진료비를 각 동물병원에 게시하게끔 하는 발상은 과연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사회주의국가인지 자본주의 국가인지 의문이 들게 할 정도이다.

또한, 각 동물병원마다, 혹은 각 지역마다 또는 수의사 세대 간 다르게 불리는 진료항목의 통일 없이 어떤 방법으로 진료비 고시를 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는 현재 동물병원에서 행해지는 의료행위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무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러한 모순들을 뒤로하고 기어코 정부의 요구대로 폭압적인 동물병원 진료비 고시제를 시행한다면, 정부가 요구하는 동물병원 진료의 완화는 어렵다. 그러나, 정부에서 동물진료에 대한 아래와 같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한다면 어느 정도 완화의 효과는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기본적인 동물진료비에 정부의 공적자금을 투여하는 것이다.

예방접종 및 건강검진, 중성화수술 등에 공적자금을 투여하면 전체 동물병원 진료비의 50% 이상 부담 완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둘째, 동물진료비에 부과된 부가가치세를 폐지하는 것이다.

동물진료비 부가세를 폐지하면, 일시에 10% 진료비 감소 효과를 볼 수 있다.

셋째, 동물병원이 도매상으로부터 인체용의약품을 구입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동물병원은 동물진료에 사용하는 인체용의약품을 도매상이 아닌 약국(소매상)에서 구입한다. 사람병원처럼 도매상에서 구매하게 한다면, 동물병원 진료비 하락을 유도할 수 있다.

넷째, 동물 자가진료를 완전철폐해야 한다.

이를 통해, 동물병원의 경영악화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이는 나아가 직원의 채용 등 실업난 완화를 유도할 수 있으며 일부 동물병원의 과잉진료를 막을 수 있다.

지금 이 시각에도 폐업이 속출되는 동물병원의 현실을 파악하지 않고, 동물병원의 일방적인 양보를 요구한다면 향후 동물병원과 정부 간의 충돌은 불가피할 수 있다.

동물병원의 현실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조사와 임상수의사의 처우개선에 대한 대승적인 노력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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