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약 동물병원으로만 집중된다는데…약국에서는 어떻게 구했을까?

등록 : 2016.12.07 15:37:02   수정 : 2016.12.08 11:08:36 이학범 기자 dvmlee@dailyv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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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언론사에서 <2만 5천원짜리 백신, 동물병원서 접종 땐 50만원 ’20배 뻥튀기’>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에서 인용한 자료는 동물약국협회에서 발표한 자료였다.

이 기사에 따르면, 동물약국협회가 밝힌 약국에서의 백신 판매가격은 반려견의 경우 국산 2만 5천원, 수입 5만원 정도(5회 기준),고양이의 경우 6만원 정도(3회 기준)이었다.

기사에서는 “동물병원을 통해 반려견을 예방접종할 경우 최대 5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기사를 작성한 A기자는 50만원을 2만 5천원으로 나눠서 ’20배 뻥튀기’라는 제목을 작성한 것이다.

하지만 본지에서 직접 A기자에게 확인한 결과, 기자는 ‘최대 50만원을 부담했다’는 보호자와 직접 만나거나 통화한 것이 아니라, 동물약국협회가 제공한 설문조사(197명 대상)자료에 나온 내용을 기사화 한 것이다. 즉, 50만원을 부담했다는 보호자가 실존하는 인물인지, 그리고 수입백신으로 접종했는지 국산백신으로 접종했는지 조차 직접 확인하지 않은 채 동물약국협회 자료만을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했다.

50만원을 부담했다는 보호자가 실존하는 인물이고, 5번의 예방접종 외에 다른 검사와 치료 없이 오로지 예방접종 비용으로만 50만원을 부담했다고 가정하더라도, 만약 이 보호자가 수입백신으로 접종했다면 가격 차이는 20배가 아니라 10배(50만원÷5만원)가 되어야 한다.

물론 A기자도 동물병원의 백신 접종 비용을 알아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A기자가 알아본 동물병원 중 반려견 백신 접종 비용(5회 기준)이 가장 비쌌던 곳은 50만원이 아닌 30여 만원이었다.

동물병원은 처방전을 발급할 의무가 없다?

이 기사에는 ‘동물병원은 처방전을 발급할 의무가 없다’는 내용도 나온다. 하지만, 수의사는 수의사법 제12조 3항에 의거, 처방전 발급 요구시 이를 거부할 수 없다. 정당한 사유 없이 처방전 발급을 거부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 받는다.

즉, ‘처방전을 발급할 의무가 없다’는 내용은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이기 때문에 정정되어야 한다.

 

동물약 제조사들의 동물약 공급의 동물병원 집중화가 가중되고 있다?

이 기사에는 또한 ‘동물약의 동물병원 집중도가 더욱 높아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우선 동물약 제조사들의 동물약 공급의 동물병원 집중화가 가중되고 있다’는 내용과 ‘일부 제조사들은 이미 약국가에 공급된 동물약마다 매입하는 방식으로 수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런데 왜 회사들이 약국에서 사비를 들여가며 자신들의 제품을 다시 수거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 제품들이 ‘동물병원 전용제품’이기 때문이다.

‘동물병원 전용제품’은 동물병원에서 수의사의 지시와 판단에 따라 판매되고 사용되어야 안전한 제품이라는 판단 아래 제조사들이 동물병원으로만 유통하는 제품을 뜻한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입장에서는 약국에 있는 제품을 사비를 들여서까지 다시 수거하는 것이다. ‘음성적인 경로’를 통하지 않고서는 약국에 있으면 안 되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수백만 원을 들여 약국에 있는 자신들의 제품을 구매해서 수거하고 있는 한 동물용의약품 업체 관계자는 “동물병원으로만 유통한 제품인데, 약국에서 무분별하게 팔려나가면 안 된다는 판단아래, 돈이 많이 들더라도 다시 제품을 사오고 있다”며 “판매한 제품을 회사 돈을 들여서 다시 사와야만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에는 ‘동물약국서 사고 싶어도 못사’라는 내용이 나오지만, 동물약국에서는 ‘동물병원 전용제품’까지 살 수 있으므로 이 역시 사실과 다른 내용이다. 실제로 동물병원 전용제품을 판매하는 약국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아래 사진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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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약국의 ‘동물병원 전용제품’ 구입 경로부터 파악해보자

이번 기사에는 “동물약 제조사들이 수의사들의 눈치를 보기 때문인지 약국에 공급되는 유통 채널 체크는 물론 제품을 전량 구매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동물약국협회 관계자의 멘트가 담겼다.

이 동물약국협회 관계자에게 역으로 묻고 싶다. 도대체 동물병원으로만 유통한 제품이 어떻게 약국에 있게 된 것인지. 그리고 약국에서는 그 제품을 어떤 경로를 통해 구할 수 있었는지를 말이다.

그 유통경로를 확인하기 위해 동물병원으로만 유통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한 동물약국에 전화를 걸어 해당 제품을 어떻게 구했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그 동물약국 관계자는 “알 것 없어요”라며 전화를 끊었다.

‘동물병원으로의 동물약 독점’과 같은 내용의 기사가 끊임없이 게재되고 있다. 하지만, 동물용의약품은 동물병원, 동물약국, 동물용의약품도매상 등 3곳에서 모두 구입할 수 있으므로 동물병원으로 동물약이 독점된 적은 없다. 그저 일부 ‘동물병원 전용제품’의 경우에만 동물병원에서만 판매되어야 안전하다는 판단 아래 동물병원으로만 유통되는 것이다.
 

‘동물병원의 동물약 독점’이라는 자극적인 선동이 이뤄지고 있다. 그 전에 동물병원 전용제품을 약국에서 구하는 ‘음성적인 경로’부터 정확하게 밝혀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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