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찬 변호사의 법률칼럼①] 의료소송이 발생하면 경찰 조사를 받아야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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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찬 변호사·수의사

변호사가 된 후 지인 수의사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수의료소송이 발생할 것 같은데, 경찰 조사를 받게 되나요?”이다.

변호사로서 이러한 질문을 받게 되면 어디부터 설명을 시작해야 할지 당황스럽고, 나름대로 설명을 하지만 설명이 제대로 전달될까 고민에 빠지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아마도 수의사들이 수의과대학을 다니면서 수의법규 과목을 필수적으로 수강하지만, 기본적인 의료분쟁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해서일 것이다.

   

가정에서 반려의 목적으로 키우는 동물들이 사람과 더불어 살면서 가족의 일원으로 인정받는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사회적 흐름 속에서 반려동물에 대한 법적 분쟁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그 분야도 동물매매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수의료소송, 반려동물에 대한 교통사고, 유기견 문제, 동물학대 문제 등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수의사들은 수의료과오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소송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반려동물의 왕국인 미국에서는 수의사의 수의료과오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이 매년 약 2,000건 이상 제기되고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수의료소송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필자는 의료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법무법인(로펌)에 소속변호사로서 일을 하고 있는데 ‘수의사를 상대로 수의료소송을 진행하고 싶다’는 상담의뢰를 심심치 않게 받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머지않아 수의료소송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동물병원을 개업한 수의사들의 입장에서는 수의료소송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수의사 업계에서는 아직 이에 대한 본격적인 준비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 시작해야 한다.

앞으로 10회에 걸쳐 데일리벳에 이를 위한 칼럼을 연재할 예정이다. 초반 5회에서는 수의료소송에 대하여 알아보면서 어떻게 수의료소송을 미연에 방지하며, 실제로 수의료소송이 발생하였을 때 어떻게 대처해 나가면 좋을지 살펴보고자 한다. 후반 5회에서는 “수의사가 꼭 알아두어야 할 판례들”, “인터넷에서 동물병원의 평판관리” 등에 대해 연재하고자 한다.

     

위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수의료소송이 발생하면 수의사는 경찰조사를 받아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수의료소송은 수의사가 진료를 하며 발생한 주의의무 위반에 대한 민법 제390조 채무불이행책임 또는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책임을 묻거나, 수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위자료를 청구하는 것이다.

즉, 수의료소송은 반려동물 소유주가 수의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인 ‘민사소송’이다. 여기서 민사소송이란 서로 대립하는 이해관계의 당사자인 수의사와 반려동물 소유주 사이에 벌어지는 법정다툼을 말한다.

물론 수의사가 진료를 하면서 동물학대 행위를 했다면 동물보호법 제8조(동물학대 등의 금지) 또는 형법 제366조 재물손괴죄로 처벌될 수는 있겠다. 하지만 수의사가 동물을 학대한다는 전제 자체가 성립될 수 없을 것이기에 이는 다룰 가치가 없는 문제다.

     

이에 반해 경찰조사를 받는 ‘형사소송’는 국가가 어떤 국민에게 형벌권을 발동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절차다.

경찰이나 검사가 피의자를 수사한 결과를 토대로 검사는 피의자를 형사재판에 회부할지 결정하게 되는데, 피의자를 형사재판에 넘기는 것을 ‘기소’라고 한다. 검사의 기소에 의해 ‘피의자’는 ‘피고인’으로 신분이 바뀌게 되고, 형사소송에서 대립하는 당사자는 ‘검사’와 ‘피고인’이 되는 것이다. 판사는 검사와 피고인의 다툼을 보고 검사의 기소가 옳은지 여부를 판단하여 피고인에게 판결을 선고한다. 이것이 ‘형사소송절차’이다.

얼마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고 신해철씨 의료분쟁사건’에서 고 신해철씨의 수술을 담당했던 의사는 경찰조사를 받았다. 이는 형법 268조(업무상과실 치사상)가 ‘업무상 과실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死傷)에 이르게 한 자’를 처벌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업무상과실 치사상죄는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범죄이므로 동물을 상대로 한 수의사의 수의료행위는 업무상과실 치사상죄로 처벌할 수 없다.

    

이처럼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은 목적과 기능이 전혀 다른 절차다. 민사소송절차는 국가가 개인 상호간에 개입하여 어느 한 당사자가 다른 당사자에게 ‘법적인 권리’가 있음을 확인하는 절차다. 형사소송절차는 국가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국가가 어떤 개인에게 형벌권을 행사할 것인지 결정하는 절차다.

반려동물 소유주가 수의사를 상대로 수의료소송을 제기한다고 하면서 ‘교도소에 보내주겠다’거나 ‘경찰조사를 통해 동물병원 문을 닫게 만들 것이다’고 협박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 최악의 경우 민사소송을 통해 주의의무 또는 설명의무 위반으로 반려동물 소유주에게 손해를 배상할 수는 있겠지만, 이 또한 많은 부분 준비를 통해 막을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음 칼럼에서는 수의사의 진료 상 주의의무와 설명의무에 대하여 알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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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찬 변호사의 법률칼럼①] 의료소송이 발생하면 경찰 조사를 받아야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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