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임상수의사 `포화상태` 미국보다 5배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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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수 대비 수의사 수, 한국이 미국에 비해 평균 약5배 많아

반려동물 수의사는 최소 1.9배에서 최대 6.7배…산업동물은 8배

한국의 ‘동물 수 대비 임상수의사 수’가 미국에 비해 약 5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한 명의 임상수의사가 담당하는 동물 수가 미국의 5분의 1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지금까지 배출된 수의사는 총 16,797명. 이들 중 약 12,000여명이 현재 활동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대한수의사회가 2012년 8월부터 2013년 3월까지 진행한 ‘수의사 일제 신고’에는 총 11,481명이 신고를 했으며, 그 중 4,939명(43%)이 임상에 종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려동물 수의사는 3,666명(74%)이었으며, 산업동물 및 혼합동물(반려동물과 산업동물 진료를 같이 하는) 임상수의사는 1204명(24.5%)이었다.

임상수의사통계_2013
한국 임상수의사 수(대한수의사회, 2013)

미국의 경우, 2012년 기준으로 총 102,744명의 수의사가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그 중 임상수의사는 62,489명으로 전체 수의사의 62.8%를 차지했다(AVMA 2012년 Market Research Statistics). 임상수의사 숫자만 비교하면 미국이 한국에 비해 약 12.7배 많다.

미국 임상수의사 62,489명 중 48,803명(75.7%)은 반려동물 분야에 종사했으며, 산업동물에는 4,861명(7.5%), 혼합동물에는 4,284명(6.6%), 말 분야에는 3,821명(6.0%)이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수의사통계_2012

그렇다면 동물 수는 어떨까? 편의상 산업동물에는 소∙돼지∙가금류, 반려동물로는 개∙고양이만 포함시켰다.

먼저 국내 산업동물 수는 2013년 9월 통계청 조사 기준 약 1억6천만마리(소 346만5천마리, 돼지 1018만8천마리, 닭 1억3672만1천마리, 오리 1224만6천마리)로 추산된다. 이에 반해 미국 산업동물은 2010년 U.S Livestock Inventory 기준 약 98억마리(소 9천9백만마리, 돼지 6천5백만마리, 가금류 96억4천만마리)다.

반려동물의 경우, 한국은 아직 부정확한 통계수치를 보인다. 정부 각 기관의 추정치도 차이가 크다.

2012년 농림축산검역본부(당시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에서 진행한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에서 “반려견 약 440만 마리, 고양이 약 116만 마리 등 총 555만6,207마리의 반려동물이 존재한다”는 추정치가 소개된 적이 있다. 하지만 최근 농식품부는 동물등록제와 관련해 전국표본조사를 진행한 후 “3개월령 이상 반려견은 127만 마리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반려동물사육통계_2012검역본부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의 `2012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결과` 중 반려동물 수 추산치.

미국에는 2011년을 기준으로 반려견 약 7천만마리, 고양이 약 7천4백만마리가 사육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U.S Pet Ownership & Demographics, 2011). 또한 반려견을 사육중인 가정은 전체 가정의 36.5%였으며, 고양이를 사육중인 가정은 30.4%였다.

산업동물(소, 돼지, 가금류)과 반려동물(개, 고양이)만 고려했을 때, 미국은 총 99억4800만마리의 동물을 57,948명의 수의사가 담당하므로 수의사 1인당 약 171,671마리의 동물을 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 총 168,176,207마리의 동물을 4,890명의 수의사가 담당하므로, 수의사 1인당 약 34,392마리의 동물을 담당하는 것으로 추정가능하다.

결국, 미국의 임상수의사 1명이 담당하는 평균 동물 수는 한국에 비해 약 5배(4.99배) 많다. 반대로 얘기하면 동물 수 대비 임상수의사 수가 한국이 미국보다 5배 많은 것이다.

산업동물과 산업동물 임상수의사만 놓고 보면, 약 8.1배 차이가 난다. 반려동물 임상수의사가 담당하는 반려동물 수는 한국보다 미국이 약 1.95배 많다.

한국미국임상수의사통계비교
한국과 미국, 동물 수 대비 수의사 수 비교. 통계자료의 조사년도수가 2010년~2013년까지 차이가 나긴 하지만, 대략 한국 임상수의사가 미국에 비해 약 5배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한편, 농식품부는 지난 해 9월 ‘등록대상 반려동물(3개월령 이상 반려견)은 총 127만 마리’라고 추청·발표한 바 있다. 이 추정치는 3개월령 미만의 강아지가 빠지긴 했지만, 2012년 검역본부가 추산한 반려견 440만 마리를 훨씬 밑도는 수치이다.

만약 농식품부의 통계자료(3개월령 이상 반려견 127만 마리)를 적용하면, 한국의 반려동물 임상수의사 1명이 담당하는 반려동물 수는 437마리로 줄어들게 되며, 이 경우 미국과의 차이는 6.7배로 더 벌어진다.

물론 각 임상분야의 수의사 수와 동물 수 모두 정확한 통계조사는 어렵다. 하지만 이미 밝혀진 어떠한 통계자료를 대입하더라도 한국은 미국에 비해 수의사가 과잉 공급되는 국가라는 점은 틀림없다.

대한수의사회에 따르면 한국에 비해 미국 수의사 1인당 담당하는 가축규모는 4.5배이며, OECD 평균은 3.4배다.

이러한 수의사 과잉배출은 경기불황, 자가진료∙불법진료, 신규수의사의 반려동물 임상 쏠림현상 등과 맞물려 동물병원 경영을 힘들게 만드는 요인 중에 하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수의대 정원 감축이나 통폐합, 국가고시 난이도 조정 등 다양한 방안이 예전부터 제기되어 왔지만, 실현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포화상태를 넘어 과포화에 진입하고 있는 수의사 인원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범수의사적 논의와 장기적인 안목의 비전이 필요하다. 

국내 임상수의사 `포화상태` 미국보다 5배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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