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항생제 사용 기초통계 확보 시급하다

항생제 내성 포럼 개최..동물 항생제 내성관리 문제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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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항생제 내성 포럼이 13일 여의도 CCMM빌딩에서 개최됐다. 세계 항생제 인식주간을 맞이해 대한항균요법학회가 주관한 이날 포럼은 비인체 세션에서 동물과 환경의 항생제 내성, 잔류 문제를 조명했다.

반려동물에서는 항생제 사용실태를 비롯한 기초통계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의사처방제를 정비하고 내성문제 관련 행정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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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 문제는 드러나는데..반려동물 항생제 사용실태 아무도 모른다

반려동물의 항생제 내성 문제는 대표적인 사각지대로 지목됐다. 반려동물에서 어떤 항생제가 얼마나 사용되는지 기초 통계조차 확보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가축에서 주로 사용되는 동물용항생제는 사람에서 잘 사용되지 않는 성분도 상당수다. 반면 반려동물에서는 인체용의약품을 주로 활용하다 보니 사용하는 항생제가 겹칠 가능성도 높다.

이날 패널토론에 나선 박희명 건국대 수의대 교수는 “4천여개 동물병원에서 반려동물에게 인체용 항생제를 사용하는데 그에 대한 데이터는 전무하다”며 기초 통계 필요성을 지적했다.

박희명 교수는 2017년부터 3년간 질병관리본부 의뢰로 ‘반려동물, 주변 환경 및 사람의 항생제 내성 전파기전 규명’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박 교수는 “반려동물과 사람이 가족으로서 밀접히 접촉하기 때문에, 사람과 동물이 보유한 내성균이 서로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연구 조사 과정에서 반려동물 피부에서 내성이 심한 균주가 분리됐고, 일부 병원에서는 카바페넴 내성균까지 검출됐다고 전했다.

국가 항생제 내성 모니터링 사업에 반려동물이 추가된 것은 2018년부터다.

전국 동물병원에서 개, 고양이 환자의 분변, 피부, 뇨, 호흡기 병변 등에서 1,344균주를 분리해 항생제 내성을 평가했다. 피부에서 분리한 S. pseudintermedius 등이 상대적으로 높은 내성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날 정석훈 연세대 의대 교수는 “반려동물에서 항생제 사용이 점차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기초통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질병관리본부는 반려동물에서 항생제 내성 장내세균총을 수집 조사하는 연구를 2020년 진행할 예정이다. 농식품 부처에서도 반려동물 항생제 사용실태를 조사하는 연구용역 발주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장동물 항생제 사용량 증가세..처방제 정비하고 위생수준 높여야

이날 발제에 나선 이상원 건국대 수의대 교수는 “농장은 여전히 수의사를 거치지 않고 항생제를 사서 쓸 수 있다”며 “추후 모든 동물용 항생제가 수의사 처방대상으로 지정돼야 한다”고 지목했다.

동물약품협회에 따르면 국내 동물용 항생제 판매량은 2013년 765톤으로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이후 증가세로 돌아서 지난해 960톤까지 약 25%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 가축사육두수가 소폭 늘어난 것도 요인이지만, 수의사처방제가 항생제 사용량 저감효과를 보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가는 수의사처방제 도입 전과 마찬가지로 동물용의약품판매업소에 약을 주문하고, 업소는 처방전 전문 수의사와 결탁해 형식상 처방전을 발행하는 형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곧 시행될 전자처방전 발급 의무화 조치를 바탕으로 수의사처방제가 실효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처방대상 항생제를 단계적으로 늘려갈 필요가 있다.

항생제 사용 필요성 자체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상원 교수는 “아픈 동물을 치료하지 않을 수도 없고, 항생제를 사용하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농장의 위생과 방역수준을 개선해 항생제 사용 필요성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태성 경상대 수의대 교수도 수산양식업에서 대량으로 사용되는 항생제 문제를 지적하면서 “현장에서는 (항생제를) 물고기 상태가 나빠지면 약욕 개념으로 사용하는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제제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헬스` 외치지만..담당 인력은 동물도 환경도 1~2명

항생제 내성은 대표적인 원헬스 의제로 꼽힌다. 사람과 동물과 환경 속의 항생제 내성이 서로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포럼에서도 사람 보건, 동물 보건, 환경 부서에 항생제 내성 문제에 대응할 표준실험실을 만들고, 각종 기초연구를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처럼 관련 연구사업이나 정책 추진에 행정력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채종찬 전북대 교수는 “국립환경과학원에서 항생제 내성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은 단 한 명이다. 그나마 전담도 아니고 다른 업무까지 함께 맡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원헬스 개념으로 정책을 접근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꼬집었다.

동물의 항생제 내성을 관리하는 검역본부 세균질병과도 담당 인력은 1~2명 수준에 그친다.

이제철 경북대 의대 교수는 “검역본부, 환경과학원, 해수부 등은 거의 1명이 항생제 내성을 관리하는 상황”이라며 “예산, 조직 담당부처에 적극적으로 개선을 건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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