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묻는 살처분` 어떻게 개선하나

매몰지 소멸 속도 높여야..열악한 살처분 여건 개선할 `부담금` 제안도

등록 : 2018.07.10 06:00:30   수정 : 2018.07.09 21:34:16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가축 살처분으로 인한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모색하는 국회토론회가 9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살처분이 파괴하는 생명존중의 가치부터 경제적 피해, 매몰지 관리, 예방적 살처분을 둘러싼 논의 등 다양한 측면을 조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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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매장·생명존중 파괴로 이어지는 열악한 여건..부담금 도입 제안

이날 발제에 나선 우희종 서울대 수의대 학장은 “생로병사의 숙명을 지닌 생명체에게 생명존중이란 단지 죽고 사는 문제라기 보다는 고통의 문제”라며 “농장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주지 않는 것이 생명존중”이라고 말했다.

평상시 도축은 물론 살처분 과정에서도 동물의 고통의 최소화해야 하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미 동물보호법이나 방역실시요령에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고,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절명해야 한다’는 원칙이 선언되어 있지만, 여전히 살처분 현장에서는 생매장이 목격된다는 것이다.

살처분 명령이 떨어지면 24시간 이내에 완료해야 한다는 방역규정과 달리 현장은 인력, 매몰지 확보 등을 문제로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재원이 부족하다 보니 동물복지를 고려하지 못한 채 매몰에만 급급하다.

이처럼 열악한 여건을 해결하기 위해 ‘부담금’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먹는샘물을 판매하는 업계가 납부한 ‘수질개선부담금’을 지하수 자원과 수질보호에 활용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유봉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축산업 구조로 인한 이득은 업계가 가져가는데 반해, 그로 인한 질병발생의 피해는 농가 외에도 공적 영역이 부담하는 부분이 크다”며 “’축산업으로 가장 이익을 보는 관련 업계에 부담금을 내게 하면, 질병예방과 살처분에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제안은 지난해 3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AI 및 구제역 대응체계 개편’을 주제로 주최한 공청회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

당시에는 ‘가축방역세’라는 명칭의 지방세 형태로 논의됐지만, 관련 업계나 원인자가 잠재적인 위험부담을 나누어 진다는 접근은 비슷하다.

살처분 매몰지 100여곳을 방문한 경험을 전달한 문선희 작가

살처분 매몰지 100여곳을 방문한 경험을 전달한 문선희 작가


매몰지 속 가축은 썩지 않는다..소멸 대책 속도 높여야

수 년이 지나도록 환경오염 위험요소로 남아 있는 매몰지 문제도 지적됐다. 이날 ‘기르던 가축을 매몰한 경험이 있다’고 밝힌 한 관계자는 “비닐로 감싸 지하에 넣어 둔 살처분 가축은 제대로 썩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관련 대책을 촉구했다.

살처분 매몰지 100여곳을 돌며 찍은 사진으로 지난해 사진전 ‘묻다’를 열었던 문선희 사진작가가 물컹한 땅, 악취, 매몰지 근처에서 잘 자라지 못하고 있는 농작물 등을 목격한 경험을 소개하기도 했다.

2011년부터 이천시내 매몰지 조성과 사후관리를 전담해온 권순원 이천시 환경보호과장은 “환경문제를 줄일 수 있도록 매몰지를 조성하려다 보니 살처분이 지연되면서 전염병 확산방지의 본래 취지를 반영하기 어려웠다”며 현장의 고충을 전했다.

권 과장은 “많으냐 적으냐의 차이만 있을 뿐 가축전염병으로 인한 살처분은 계속되고 있다”면서 늘어나는 매몰지를 어떻게 할 것인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3년의 관리기간이 끝난 매몰지라고 해서 그대로 둘 수 없다는 것이다.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 원인을 제거하고, 추후를 대비한 매몰 후보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아직 제대로 썩지 않은 사체를 발굴해 없애야 한다.

권 과장은 “현 정부 들어 매몰지 소멸대책에 예산을 늘린 것은 다행”이라며 매몰지 문제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북 의성에서 소를 기르는 김현권 의원은 이날 소결핵병으로 살처분 농가가 될 위기에 처했던 경험을 소개하기도 했다.

경북 의성에서 소를 기르는 김현권 의원은 이날 소결핵병으로 살처분 농가가 될 위기에 처했던 경험을 소개하기도 했다.


발생후 대응에 몰입된 방역..예방으로 방점 옮겨야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일련의 질병관리 과정 중 끝부분에만 매달려 있는 것 아닌가 되돌아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전염병 발생 후 살처분으로 확산을 방지하려 하기보다, 애초에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해 살처분 사태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김현권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신설한 농식품부 방역정책국을 중심으로 지난 겨울 고병원성 AI로 인한 살처분 피해를 전년대비 20% 수준으로 줄였다”며 방역·검역 전담조직 강화를 주문했다.

전염병을 막기 위한 축사 현대화는 물론 살처분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밀식사육제한, 농장간 이격 거리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문정진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은 “지난 겨울 AI는 방역대응에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면서 발생건수가 22건에 그칠만큼 성공을 거뒀다”며 “축산업계도 살리면서 살처분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는 논의가 앞으로도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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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회는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김현권·표창원·송갑석 의원실, 화우공익재단, 포럼 지구와사람, 재단법인 동천, 사단법인 선이 공동 주최했다.

토론을 주재한 포럼 지구와사람 대표 강금실 전 장관은 “오늘 참여한 국회의원 분들과 로펌 공익재단이 힘을 합쳐, 생명존중을 바탕으로 한 법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안으로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표창원 국회의원은 “생명존중의 가치와 축산업 종사자의 생존권이 함께 충족돼야 법개정이 가능하다”며 “법제화 전에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양측 의견에 귀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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