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고 40cm 이상 반려견 입마개 착용? ˝효과 없고 갈등만 유발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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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반려견 안전관리 대책에 ‘체고 40cm이상 반려견을 관리대상견으로 지정하고, 엘리베이터, 복도 등 건물 내 협소한 공간과 보행로 등에서 입마개 착용을 의무화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에 대한 긴급진단 토론회가 열렸다. ‘체고 40cm’를 기준으로 한 대책은 효과가 없고 사람 간 갈등만 유발시킬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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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토)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긴급진단 토론회 – 40cm 개입마개 이대로 좋은가’는 내사랑리트리버, 다음강사모, 동물권단체 케어가 주최했으며, 김한정 의원실, 서울시수의사회, 한국일보가 후원했다.

이 날 토론회는 ‘반려견 안전관리 대책, 올바른 방향’을 주제로 개최됐지만 토론회 내내 ‘체고 40cm 이상의 반려견을 관리대상견으로 지정하는 내용’에 대한 비판과 비합리성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40cm 개 입마개 철회해야…선진국에서는 맹견법 폐지·재검토되는 중”

발제를 맡은 동물권단체 케어의 박소연 대표는 “반려견 안전관리 대책의 전면 재검토와 40cm 개 입마개 착용 철회를 요구한다”며 “선진국에서는 이미 맹견법이 폐지·재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가 “해외 사례를 참고하여 체고 40cm 이상의 반려견을 관리대상견으로 지정하려고 한다”고 밝힌 부분에 대해 “농식품부가 참고한 해외 특정 사례는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스테인 안달루시아 주, 싱가폴인데 입맛에 맞게 특정 부분만을 편집·가공하여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체고 40cm 반려견 입마개 착용’에 반대 95%

최경선 다음강사모 대표는 온라인을 통해 시민 5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설문조사 결과 ‘반려견 체고 40cm이상 입마개 적용’에 대해 응답자의 95%가 반대 입장을 밝혔다.

펫티켓 위반 사항을 적발하여 신고할 경우 포상금을 주는 ‘신고 포상금제도(일명 개파라치, 펫파라치 제도)’에 대해서도 86%가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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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사례 직접 찾아보고 조사한 보호자들…’정부보다 보호자가 더 낫다’

손수민 내사랑리트리버 대표는 자신이 직접 문의하고 찾아 본 ‘해외 사례’를 들고 나왔다. 정부가 마련한 대책과 그 근거자료가 얼마나 잘못됐는지 입증하기 위해서였다.

손수민 대표에 따르면,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에 개를 체고와 몸무게에 따라 분류하는 기준이 있었다.

독일 베스트팔렌 주는 위험한 개들을 3가지 범주로 분류하여 훨씬 철저하고 강력하게 통제한다. 세 가지 범주는 각각 특정 품종(Certain breeds), 위험한 개(Dangerous dogs), 큰 개(Large dogs)였으며 큰 개의 기준을 체고 40cm이상, 체중 20kg이상으로 규정했다.

우리나라 정부가 발표한 관리대상견 기준(체고 40cm 이상)과 동일한 기준이었다.

하지만 독일의 경우 큰 개에게 입마개 착용 의무를 적용하지는 않았다.  손수민 대표는 “독일 베스트팔렌 주에서 입마개 착용이 의무화 된 개는 특정 품종과 위험한 개로 분류된 경우”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특정 부분만을 편집, 가공하여 적용했다는 박소연 대표의 주장과 동일한 설명이었다.

해외 사례를 사비를 들여서 조사한 보호자의 자료가 소개되자 ‘정부보다 보호자들이 더 낫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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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는 없고, 갈등만 부추길 것”

손수민 대표는 이번 대책이 효과는 없고 갈등만 부추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대책에는 전문 검증기관의 검증을 받을 경우 ‘체고 40cm 이상의 개’라도 관리대상견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예외 규정을 뒀지만 이런 조항이 오히려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즉, 검증을 받고 관리대상견에서 제외되어 입마개 착용을 정당하게 하지 않더라도 “왜 큰 개인데 입마개 안 채워요?”라고 지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큰 개가 다른 사람에게 위협을 주기 때문에 입마개를 채워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잃게 된다.

또한, 제도 시행 이후 아예 반려견의 산책을 포기하거나 묶어두기만 하는 경우도 늘어날 수 있고, 현실적으로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입마개 착용을 하지 않은 채 불법으로 산책시키는 경우도 생길 수 있으므로 대책 자체가 효과가 없다고도 덧붙였다.

“목줄 미착용만 없어도 다 해결될 일”

이 날 토론회에 참석한 반려견 보호자들은 “목줄만 잘 채워도 다 해결될 수 있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즉, 현재 동물보호법에 규정되어 있는 것처럼 반려견과 동반 외출시 목줄만 채웠어도 개물림 사고 등을 예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손수민 대표는 “차라리 1년간 목줄 미착용 단속을 대대적으로 해보자”라고 권유하며 그럴 경우 이번 대책 없이도 개물림 사고 및 관련 민원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서울시의 목줄 미착용 단속 건수는 단 34건이었으며, 인천시의 경우 지난해 단속 건수가 3건에 불과했다. 경기도 성남시의 경우 목줄 미착용을 대대적으로 단속했더니 단속 실적이 늘었고 개와 관련된 민원이 줄어들었다.

손수민 대표는 이어 “결국 개물림 사고는 사람의 잘못이기 때문에 사람이 책임지고 사람이 해결해야 한다”며 “반려견 견주도 사고 전후로 책임지는 풍토를 만들고 견주 스스로 펫티켓을 잘 지켜나가자는 캠페인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최영민 서울시수의사회장은 정부의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최영민 회장은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에서 담당하고 있는데, 인력과 자원이 부족하고 여론에 떠밀리듯 대책을 만들다보니 이런 상황이 생겼다”고 전했다.

한편, 농식품부 축산환경복지과 최정미 팀장은 “오늘 나온 의견을 다시 검토하여 대책에 대해 재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답했다.

이학범 기자 dvmlee@dailyv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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