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동물 함께 행복한 동물원으로` 동물원법 개정 논의 본격화

적정 사육기준 구체화, 유사 동물원 사각지대 해결..사육사 안전·복지 개선도

등록 : 2017.11.08 20:04:25   수정 : 2017.11.08 20:04:25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동물원과 수족관에 머무는 동물과 사람의 복지를 증진시키기 위한 동물원수족관법(이하 동물원법) 개정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국회의원과 동물복지국회포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한겨례신문 애니멀피플은 8일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동물원법 개정을 위한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한진수 건국대 교수를 좌장으로 진행된 이날 토론에서 학계, 동물보호단체, 업계, 정부 관계자들은 ‘현행 동물원법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면서 ▲적정 서식환경 기준 구체화 ▲관리감독 근거강화 ▲소규모 유사 동물원 영업 사각지대 개선 ▲사육사 등 종사자 안전·복지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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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 없는, 분량부터 반쪽자리` 동물원법..전면 개정해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득 의원은 “현행 동물원법은 동물복지를 위한 사육개선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애정이 결핍된 부실 법안”이라고 꼬집었다.

동물원법이 동물원의 등록, 휴폐원 등 행정관리에 초점을 맞추면서 적정한 사육환경 제공할 의무는 선언적 규정에 그쳤다는 것이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구체적인 사육시설 기준도 없고, 적정한 사육환경을 제공하지 않았을 때 받는 벌칙도 없다는 점은 전시동물 복지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중소규모 동물원이 뜬장에서 원숭이를 기르거나, 은신처 없는 쇼윈도식 사육장에서 지내는 사자 등 복지 사각지대가 여전하다는 것.

동물원법에는 적정한 사육환경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없고, 90여 멸종위기종을 다룬 야생생물법 조차 최소 사육면적을 제외하면 동물복지 측면에서 제공해야 할 부대시설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동물원법 제정안을 자문했던 이소영 변호사(법무법인 ELPS)는 법률의 분량부터 반쪽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안전관리, 동물복지, 생물다양성 보전 등 동물원에 주어진 과제를 제대로 다루려면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35개조), 국립생태원법(34개조) 등의 절반수준에 그친 동물원법 분량(18개조)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소영 변호사는 “(현행법이) 사육사의 인명사고, 관람 명목의 전시동물 훈련 중 발생한 학대, 폐업 업소에서 아사되도록 방치된 동물 등 동물원법 제정을 촉발한 계기들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면서 “구체적 사육기준 마련과 함께 환경부, 해수부의 행정감독권한을 규정하는 부대 입법 등 전면 개정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


찾아가는 체험 동물원
·야생동물 카페 등 사각지대 놓인 `유사 동물원`

이형주 대표는 어웨어가 최근 발표한 ‘야생동물카페 실태조사 보고서’에 실린 라쿤 카페의 실상을 예로 들며 ‘유사 동물원’ 문제을 지적했다.

현행 동물원법이 10종 50개체 이상을 사육하는 곳만 등록대상으로 지정하고 있어 소규모 유사 동물원 시설은 제도권 밖에 방치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날 발제에 나선 이항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소규모 동물체험시설은 제도권 밖에서 동물복지, 공중보건, 생태계 교란 가능성 등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시설이 여러 종의 동물과 사람이 뒤엉키는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병원체 전파 위험이 높다는 것. 폐업시 동물처리에 대한 규정도 없어, 자칫 방사된 동물이 생태계를 교란시킬 우려도 나온다.

가령 광견병을 옮길 수 있는 라쿤의 경우 어웨어가 실태조사에 나선 9개 업체 중 백신접종여부를 명시한 곳은 1개 업소에 불과했다. 야생동물 사이에서 광견병이 존재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방사된 라쿤이 매개체로 추가될 위험도 있다.

이형주 대표는 “종별 관리기준을 구체화하고, 이를 만족하지 못하는 유사 동물원들의 개선을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형주 대표가 소개한 국내 동물원의 뜬장 사육 사례

이형주 대표가 소개한 국내 동물원의 뜬장 사육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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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사가 행복해야 동물도 행복하다` 동물원 종사자 안전·복지도 과제

동물원 근무자의 복지와 안전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한국수족관발전협회 정지윤 사무국장은 “사육사가 행복해야 동물이 행복해질 수 있다”며 “관련 업계의 발전과 행정 제도가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희실용전문학교 문대승 교수는 동물원법에서 사육사의 복지와 전문성 강화를 다뤄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 교수는 “학교를 졸업하고 사육사가 된 제자들의 처우가 그리 좋지는 않다”며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출발한 사육사의 길에서 동물학대 논란이 나오는 것은 열악한 환경의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이소영 변호사는 ‘종사자의 안전이 복지의 출발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규모에 따라 일정 수 이상의 사육사를 확보해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종사자의 안전을 위한 시설관리규정도 세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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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도 자구노력 중..동물복지 시민인식 개선 출발점

서울어린이대공원 조경욱 박사는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동물들이 얼마나 수혜를 받을지는 결국 동물원의 노력에 달렸다”며 “동물을 위해 노력하고 고민하는 ‘ZOO MAN’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법제 정비와 별개로 동물원에서도 전시동물의 복지와 안전관리를 개선하기 위한 자구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다.

조경욱 박사에 따르면, 서울어린이대공원은 2015년부터 ‘교육중심 동물원’에 초점을 맞춰 동물을 직접 만지는 수업을 전면 폐지, 동물생태·복지교육으로 전환했다.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동물원 도슨트가 시민대상 동물생태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한편, 사육사들이 자체 동아리를 운영하며 동물행동풍부화와 은신처 자체제작 등 복지개선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항 교수는 “시민들이 사람과 동물의 관계를 최초로 인지하는 공간이 동물원”이라며 “교육과 전시를 통해 시민들에게 생물다양성 보전의 중요성을 알리는 것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동물원법 개정작업 내년 본격화 전망..모범적인 ‘롤모델’ 만들어야

이용득 의원은 지난달 ▲정부 동물복지종합계획 수립 ▲동물관리위원회 신설 ▲특정 야생생물의 서식환경 조사 및 관리지침 제공 등을 골자로 하는 동물원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노희경 환경부 생물다양성과장은 “현행 법에 아쉬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19대 국회에서 제정되지 못하고 폐기되는 것보다는 나았다고 본다”며 “환경부도 동물원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년 5월까지 기존 동물원이 등록을 마치고, 지난달 개시된 동물원법 개정방향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개정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동물원법 개정과 더불어 모범적인 동물원을 만들어 ‘롤모델’로 제시해야 한다는 제안도 공감을 얻었다.

한겨례 애니멀피플 남종영 편집장은 “동물원 발전을 이끌 수 있는 롤모델 동물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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