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백신, 항원뱅크·긴급백신으로 골자‥`최대한 쓰지 않겠다`

정부 AI 백신접종시스템 공청회 개최..인체감염 위험 두고 시각차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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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백신 도입여부를 결정할 정부 정책검토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살처분정책 만으로 억제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긴급백신으로 도입하기 위해 2~5종의 백신주를 비축하는 방안이 주 골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9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고병원성 AI 항원뱅크 비축 및 백신접종 시스템 구축방안을 주제로 공청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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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주 2~5종 CLADE 각 5백만수분, 항원뱅크 2018년 6월 구축

이기중 농식품부 조류인플루엔자방역과장은 현재 정부가 고려하고 있는 AI 백신접종 시스템 구축방안을 소개했다.

비축한 백신주와 야외발생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 간의 유전적 상동성이 95% 이상이면서 효능평가가 완료됐다는 전제 하에, 현행 살처분 정책 만으로는 전국적인 확산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링백신 방법으로 적용하는 긴급백신 정책이 주 골자다.

원종계나 멸종위기종, 동물원 조류 등 보존가치에 따라 우선순위를 달리하며, 구체적인 도입여부는 상황 발생 시 가축방역심의회 권고에 따라 농식품부 장관이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확정한다.

우선적으로 비축하는 사독백신주는 2종이다. 베트남 분리 H5N1형에 해당하는 CLADE 2.3.2.1C와 국내 발생한 H5N6형인 CLADE 2.3.4.4C형이다. 여기에 국내 유행한 H5N8형에 해당하는 CLADE 2.3.4.4A와 2.3.4.4B, 베트남 분리 H5N6형인 2.3.4.4D 확보를 추가적으로 진행한다.

CLADE 하나당 500만수 물량을 비축하되, 완제품이 아닌 항원뱅크 형태로 보관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11월 도입시스템 안을 확정하면 내년 6월까지 뱅크 구성을 완료할 예정이다.

해외에서 이미 개발된 고병원성 AI 백신 6종에 대해서는 “(해당 백신주가) 국내 발생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와의 유전적 상동성이 95% 미만으로 국내에서 활용할 만한 제품은 없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사독백신으로 긴급백신, 실효성 의문 지적도..`백신보다 차단방역 집중` 정부 입장 드러내

사독백신을 유사 시 긴급백신으로 활용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여전했다.

사독백신이 최초 접종 후 추가 접종까지 포함해 최소한 2~4주의 항체형성기간을 요구하는 데다가, 뱅크에서 완제품으로의 생산기간과 농가로의 공급, 자체 접종 소요시간 등을 고려하면 ‘긴급’하게 AI 확산을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초 발생농가가 최초 신고농가가 아닌 경우가 많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가령 고병원성 AI 가금농가 발생을 확인하자 마자 링백신을 적용한다 해도, 이미 백신도입 범위 바깥에 AI 바이러스가 돌아다닐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전국 확산이 우려되는 경우, 전파속도 빨라 확산 위험 높은 경우, 장기간 감염으로 토착화가 우려되는 경우 등 정부가 백신도입 기준으로 제시한 조건들도 이미 고병원성 AI 발생이 어느정도 진행된 상황을 전제한 것들이다. 최초 발생의 확산을 억제한다는 링백신 접근법과 상충된다.

백신 신중론 측에서 “국내 상황에서 백신도입은 결국 전국적인 상시백신화를 의미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 공청회에서도 안영기 대한양계협회 AI백신 TF위원장은 “사독백신은 긴급백신으로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며 “지난 4월 정부 TF가 출범할 당시 제시한 안에서 바뀐 것도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공청회에 참가한 한 업계 관계자도 “정부안대로 뱅크를 구축해도 실효성 있게 활용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업계와 국회 안팎의 백신 검토 요구에 구색은 맞추되, 살처분과 예찰 강화, 수평전파 차단 등 현행 차단방역정책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평했다.

윤종웅 한국가금수의사회 회장은 “AI 재발 위험성이 높은 지역에 국한한 시범적용 형태로라도 겨울이 되기 전 백신을 미리 사용해보면서 효능과 백신 후 예찰 등을 적극적으로 시험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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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감염 시각차 여전 `백신과 연관 없다 VS 안 쓰면 우려할 필요도 없다`

AI 백신도입 여부를 가를 가장 큰 쟁점은 인체감염 위험이다. 이날 공청회에서도 찬반 입장차는 여전했다.

서상희 충남대 수의대 교수는 “백신 때문에 사람에게 더 감염이 잘되는 쪽으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변이한다는 과학적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며 “위생이 안 좋은 생축유통시장에서 대량의 바이러스에 노출되면서 인체감염이 발생하는 중국의 상황과 우리나라는 다르다”고 말했다.

송창선 건국대 수의대 교수도 백신도입이 AI 바이러스의 인체감염 진화를 촉발한다는 시각에는 부정적이었다. 고병원성 AI 백신 도입에도 불구하고 인체감염이 발생한 이집트를 예로 들면서, 오히려 백신접종이 미흡한 소규모농가와 생축유통시장에서 변이주가 출현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반면 홍정익 질병관리본부 위기대응총괄과장은 “AI가 상재화된다면 인체감염 위험을 낮추기 위한 백신정책을 대비할 필요가 있겠지만, 비상재화 상태에서 백신대응은 시기상조이며 타 차단방역 정책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재홍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긴급상황에 대비한 항원뱅크 구성에는 공감대가 있다”면서도 “동남아 등 상재국에서 백신을 쓰면 인체감염 가능성을 억제할 수 있겠으나, AI 청정국에서는 백신을 쓰지 않고 막으면 인체감염 문제를 아예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오는 11월까지 추가 의견수렴을 거쳐 고병원성 AI 항원뱅크 구성과 백신접종 시스템을 최종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백신주 구성 등 일부 세부내용을 제외하면 이날 공청회에 발표된 초안이 대체로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AI 백신, 항원뱅크·긴급백신으로 골자‥`최대한 쓰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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