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원, 살충제 계란 사태 진단‥닭진드기 대안 필요해

“약제관리·진드기 대안 없이는 잔류검사 안하는 살충제 성분찾기로 이어질 것”

등록 : 2017.09.08 13:51:14   수정 : 2017.09.08 13:55:57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8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살충제 계란 사태로 본 식품안전관리 진단 및 대책’ 원탁토론회를 개최했다.

현장과 학계 전문가들은 살충제 계란 사태로 드러난 안전관리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위생관리 제고, 닭진드기 퇴치 대안 마련 등 대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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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어도 유명무실한 컨트롤타워

발제에 나선 이향기 한국소비자연맹 부회장은 “농식품부와 식약처로 식품안전관리업무가 이원화되어 있고, 컨트롤타워인 국무총리 산하 식품안전정책위원회는 자체조사권이나 조사기구가 없어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박용호 서울대 교수는 “식품안전정책위원회는 실무기구가 없어 유명무실”하다면서 “유럽의 컨트롤타워가 실무기구를 갖추고 정책조정, 리스크커뮤니케이션에 앞장서는 것과 비교된다”고 꼬집었다.

하상도 중앙대 교수는 “이미 식약처로 식품안전관리가 일원화되어 있지만, 총리실이 나서지 않는 가운데 농식품부와 식약처가 경쟁적으로 상황대응에 나섰고, 그 과정에 국민혼란만 가중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산단계의 안전관리를 농식품부에게 맡긴 위탁체제를 회수하여 규제와 육성기능을 분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약품안전관리는 보건복지부 산하로, 식품안전관리 부처를 별도로 조직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동물복지는 살충제 계란 해법 아냐..위생관리
전제돼야

윤종웅 가금수의사회장은 “케이지 사육이 8% 미만인 독일, 네덜란드도 닭진드기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며 “동물복지는 장기적으로 추구할 방향이긴 하지만, 살충제 문제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낮에는 숨어 있다가 밤에만 흡혈하고 돌아가는 닭진드기의 생활습성상 방사해 흙목욕을 유도한다고 해서 진드기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상도 교수도 “동물복지형 방사사육이 계란 안전을 담보할 수 없고, 오히려 토양유래 유해물질이 혼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육환경의 위생향상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종웅 회장은 “(농장 위생향상은) 단순히 교육만으로 유도할 수 없다”며 “수의사 등 전문가나 전문방제업체가 위생관리를 대행하고 농가는 생산에만 전념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윤종웅 가금수의사회장(왼쪽)과 정상희 호서대 교수(오른쪽)

윤종웅 가금수의사회장(왼쪽)과 정상희 호서대 교수(오른쪽)

농가의 농약 접근 규제가 먼저..닭 있어도 쓸 수 있는 퇴치제 등 해법 있어야

농가가 작물용 농약을 마음대로 활용할 수 없도록 약제관리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윤종웅 회장은 “농가가 작물용 살충제를 함부로 사서 뿌려도 법적인 문제가 없다”며 “항생제와 살충제 모두 내성관리가 필요하며 인체에도 영향을 끼치는 약물이지만, 수의사에게는 농약을 취급할 권한이 없고, 농가는 전문적 지식 없이 오남용을 이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후변화로 여름이 길어지면서 진드기 문제가 심해진 데다가, 축적된 오남용으로 내성문제가 붉어지며 살처분 살포 용량도 올라갔다는 것. 그러면서 축산농가가 수의사 등 전문가 관리 없이는 살충제를 사용할 수 없도록 약제관리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계농가가 닭진드기 문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독성전문가인 정상희 호서대 교수는 “농가로서는 닭이 있는 계사에서 쓸 수 있는 효과적인 동물용의약외품이 없어 작물용 농약에 손을 댔고, 농약 사용이 만연하다 보니 새로운 의약외품 개발은 시장성 문제로 억제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며 “정부가 나서서 약품개발 연구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허가 받은 닭진드기용 살충제(동물용의약외품)는 모두 닭이 없는 빈 계사에 살포해야 하는 제품이라 농가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것.

닭이 있는 상황에서 살포할 수 있으면서도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약품이 있다면, 다른 의약품들처럼 휴약기간 설정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정상희 교수는 “유럽에서는 최근 Fluralaner 등 신약성분이 닭진드기 구제용으로 허가 받은 바 있다”며 “정부에서도 대안을 찾고 있는 상황이니 국내 도입도 서두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종웅 회장은 “1개 성분 만으로는 부족하다”며 “8개 성분을 로테이션하면서 처방하는 일본 모델처럼 여러 성분을 확보해야 내성문제에 대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용호 서울대 교수

박용호 서울대 교수

박용호 교수는 “소비자, 생산자, 정부 사이에 신뢰가 구축되지 않으면, 아무리 과학적인 방안이라도 소용이 없다”며 “정보의 투명한 공유를 바탕으로 ‘안전’보다 ‘안심’에 방점을 두는 위기대응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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