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법 개정안 공포, 314일 동안 걸어온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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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702수의사법

영리법인 동물병원 개설제한..동물진료법인은 재단법인(비영리)에 한정

지난 7월 2일 본회의를 통과한 영리법인 동물병원 개설을 제한하는 수의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7월 30일 공포됐다. 지난해 9월 개정안이 발의된 지 314일 만이다.

이번 개정안은 동물진료업을 목적으로 설립한 법인(동물진료법인)은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은 재단법인에 한정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삼고 있다. 동물진료법인은 동물 진료 외의 부대사업으로 수의학 조사연구, 동물진료정보시스템 개발 운영, 부설주차장 운영만 할 수 있다.

수의사법 개정안이 통과절차를 밟은 314일 동안 많은 고비가 있었다. 국회 입법 절차에 따라 수의사법 개정안 추진 과정을 간략히 정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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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안을 발의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10명 이상이 찬성하여 제안하거나, 정부가 대통령 명의로 제출해야 한다. 이렇게 제출된 법률안은 국회의장이 해당 법률을 소관하는 국회 상임위원회에 회부하여 심사를 받게 한다.

이번 수의사법 개정안은 홍문표 새누리당 국회의원(충남 예산·홍성)을 대표로 16명의 국회의원이 2012년 9월 20일 발의했다. 개정안은 이튿날인 9월 21일 수의사법 소관 상임위원회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당시 농림수산식품위원회)로 회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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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안이 통과되는 것의 반 이상은 해당 상임위원회, 그 중에서도 법안 심사를 담당하는 소위원회를 통과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상임위원회에 회부된 법률안은 먼저 전체회의에서 전문위원의 검토, 대체토론을 거친 후, 해당 법률안을 심사하는 상임위원회 내 소위원회로 회부되어 보다 면밀히 검토된다. 해당 소위원회에서는 법률안 각 조항을 심사하는 축조심사와 찬반토론을 거쳐 법률안의 폐기, 수정, 의결 여부를 결정한다. 소위에서 의결된 법안을 전체회의에 다시 상정하여 의결하면 위원회 심사 절차가 끝나게 된다.

수의사법 개정안은 2012년 11월 6일 농해수위 전체회의에 상정되어 검토보고, 대체토론을 거친 후 농해수위 법률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됐다. 11월 12일 열린 법률안심사소위에서는 수의사법 개정안 의결을 놓고 몇 시간에 걸친 토론이 진행됐다. 경제민주화, FTA체결 후 외국영리법인 진출 방어 등 개정안 입법취지에 소위 내 국회의원 대부분이 동의하는 상황에서 발의자인 홍문표 의원과 김선동 의원 등이 원안 의결을 강력히 주장했지만, 오정규 당시 농식품부 제2차관이 법안통과를 유보해달라는 의견을 제출해 진통을 겪었다.

오 전 차관은 수의사법 개정에 대한 정부 차원의 검토와 수의사간 논의가 부족하다며 준비과정을 거친 후 2013년 2월 임시국회에서 다시 논의하자는 주장을 끝까지 굽히지 않았다. 결국 개정안은 통과하지 못하고 법률안심사소위에 계류됐다.

이후 대한수의사회는 홍문표의원실과 협조하여 개정안 통과를 위한 공청회 개최, 대규모 임상수의사 설문조사 등을 진행했다. 특히 올해 1월 22일 국회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수의사법 개정 관련 공청회'에는 평일임에도 1,200여명의 수의사 및 수의대학생이 참석해 헌정기념관 개관 이래 최대 인파를 기록했다. 

하지만 공청회의 열기가 무색하게도 올 2월 임시국회는 박근혜정부 인사청문회 및 정부조직개편안 처리 갈등으로 인해 파행으로 치달았다. 수의사법 개정안 통과 논의는 4월 임시국회가 열리고서야 재개될 수 있었다.

4월 17일 다시 법률안심사소위에 상정된 수의사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이번에는 부칙과 관련한 갈등이 나타났다. 개정안에서는 기존의 영리법인 동물병원이 개설주체를 변경하는 것에 3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했는데, 이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법률안심사소위 내 일부 국회의원이 10년을 주장하는 가운데 점심시간이 되어 정회했는데, 이 때 당시 인사청문회 논란이 있었던 윤진숙 해수부장관 지명자에 대한 장관임명이 강행됐다. 이에 대해 농해수위 소속 야당 국회의원들이 반발하여 의사일정에 불참할 것을 결의했고, 수의사법 개정안은 논의가 진행중인 상태로 또다시 계류될 수 밖에 없었다.

2개월이 지나 6월 임시국회가 열렸고 농해수위 법률안심사소위원회는 수의사법 개정안을 다시 상정했다. 반복되는 계류처리로 개정안 통과 가능성이 점점 사라져가는 상황에서, 대한수의사회와 홍문표의원실 등 추진단체는 유예기간 관철보다 법안 통과 자체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 유예기간을 10년으로 늘리는 수정안을 받아들였다. 이 같은 판단을 토대로 치열한 물밑작업이 펼쳐진 결과, 6월 19일 11시 57분 경 법률안심사소위에서 수정된 수의사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소위원회 통과를 위해 대한수의사회장을 비롯하여 소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지역구의 수의사회지부장 등 많은 수의사들이 7개월에 걸쳐 힘써 얻어낸 결과였다.

소위원회를 통과한 개정안은 6월 24일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별다른 진통 없이 의결되어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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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사법위원회는 각 국회상임위를 통과한 법률안을 상정해 법률안 내용의 위헌여부, 타법률과의 저촉여부, 법률간 균형유지, 조항간 모순 유무를 심사하고 법률안에 사용된 법률용어를 정비하는 역할을 한다. 

수의사법 개정안은 7월 1일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되어 별 다른 수정사항 없이 원안대로 의결됐다.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법률안은 본회의에 상정되어 질의, 토론, 표결을 거쳐 처리된다. 수의사법 개정안은 7월 2일 오후에 열린 6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 상정되어 재석의원 214명, 찬성 191명, 반대 3명, 기권 20명으로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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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과된 법안은 정부로 이송되어 대통령이 해당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은 정부가 발행하는 관보를 통해 법률을 공포한다.

법안은 법 조항 외에 부칙을 두어 해당 법이 언제부터 효력을 가질지를 명시하는데, 이번 수의사법 개정안의 경우 공포하는 즉시 효력을 가지도록 마련됐다.

7월 30일 개정 수의사법이 공포됨에 따라 현재 동물병원을 개설한 영리법인은 유예기간 10년 내에 개정된 법률에 부합하는 동물병원개설주체로 변경해야 한다. 

새로 동물병원을 개설하려는 동물진료법인은 유예기간과 상관없이 개정된 수의사법에 따라 비영리 재단법인 형태로 설립해야 한다.

 

수의사법 개정안 공포, 314일 동안 걸어온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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