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에 내몰리는 동물병원…대법, 인체용의약품 배송판매 위법

인터넷 배송으로 동물병원 인체약품 공급한 약국에 행정처분 정당 판결

등록 : 2017.01.20 09:13:32   수정 : 2017.01.20 16:35:19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약국과 동물병원이 인체용의약품을 인터넷 거래하여 택배로 배송한 행위가 불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A약국이 관할 보건소를 상대로 제기한 업무정지취소소송에서 약국의 손을 들어준 서울고등법원 판결을 뒤집고, 지난달 29일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동물병원 대부분이 동물용의약품도매상이 함께 개설한 명목상의 약국에서 인체용의약품을 배송 받을 수 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논란을 낳을 전망이다.

 

인터넷몰 거래 후 택배 배송..대법 ‘동물병원 공급에도 판매장소 제한 적용해야’

서울에 위치한 A약국은 2012년 동물병원용 인터넷 쇼핑몰 B에 입점했다. 약 1년간 동물병원에 일반의약품, 전문의약품을 포함한 인체용 의약품을 공급했다.

동물병원이 B몰에서 인체용의약품을 주문 결재하면, A약국은 의약품 전문 배송업체 C를 통해 약품을 택배로 배송했다.

이러한 판매행위를 약사법 위반으로 판단한 관할 보건소는 2013년 A약국에 업무정지 1개월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현행 약사법 제50조는 약국이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불복한 A약국은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A약국 측은 “약국이 동물병원으로 의약품을 공급하는 것은 도매상의 행위와 유사하므로 해당 조항위반을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업무정지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1심과 달리 2심은 A약국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등법원은 동물병원 개설자에 대한 약국의 의약품 유통은 제약회사나 의약품도매상이 의약품을 주문 공급하는 것과 실질이 동일하다고 판단했다.

처방, 조제 없이 의약품을 공급받았던 상태 그대로 전달하는 행위라는 것. 의약품 전문가인 동물병원 개설자에게 초보적인 수준의 복약지도도 필요 없다는 점도 판시했다.

아울러 B몰이 구매자가 동물병원인지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고 있고, 의약품전문배송차량을 이용해 배달과정의 안전성이 문제되지 않는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반면 대법원은 “동물병원으로의 인체용의약품 공급 시에도 약사법 상 판매장소의 제한은 그대로 적용된다”며 2심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 제3부는 판결문에서 “약국 개설자에게는 의약품 도매상과 달리 유통과정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시설기준이나 품질관리기준이 규정되지 아니 하다”고 지적했다. 동물병원으로의 인체용의약품 공급을 약국에만 허용하고 도매상에게는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도매상이 도매공급 못하게 한 약사법..불법에 내몰리는 동물병원

동물병원으로 인체용의약품이 공급되는 경로는 도매다. 동물병원은 공급 받는 인체용의약품을 최종소비자인 환자(동물)에게 처방 판매한다. 반려동물의 경우, 사용하는 의약품의 70% 이상이 인체용의약품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동물병원이 필요한 인체용의약품을 주변 약국에서 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부분 동물용의약품도매상이 함께 개설한 약국을 통해 인체용의약품을 공급받고 있는 실정이다.

수도권만 따져도 동물용의약품도매상 숫자는 많지 않다. 수의사들로서는 약을 구하러 일일이 멀리 떨어진 매장을 방문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동물용의약품도매상의 의약품수송차량이나 택배로 배송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임상수의사는 “약국에는 의약품 유통과정에 안전성을 담보한 기준이 규정되지 않았다는 대법 판단 자체가 현행법의 맹점을 지적한 꼴”이라며 “사람으로 치면 ‘주사제가 필요한 의사는 약국에 직접 가서 약사에게 복약지도를 받고 사라’는 이야기나 마찬가지인데 말이 되나”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악법으로 인해 동물병원은 불법에 내몰리고, 늘어난 유통과정으로 높아진 공급가는 보호자의 가격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불합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선 동물병원에 인체용의약품도매상 공급 경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지적이 몇 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2014년 동물병원 인체용의약품 공급문제가 정부와 여당의 주요 규제개혁 과제로 선정됐지만, 해당 약사법 개정안은 19대 국회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결국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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