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경험 축적 못하는 농식품부, ‘수의방역국’ 만들어야

과 단위 조직으론 인력·독립성 부족..담당자 잦은 교체로 AI 13년째 ‘다시 시작하는’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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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은 29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AI 현안보고에서 “농식품부 지휘체계의 방역경험이 미숙하다”며 “수의방역국으로 방역조직을 분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회의에서 여러 의원들이 일선 방역관 인력을 비롯한 방역조직 문제를 질타하는 가운데 나온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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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단위 방역조직 인원
·독립성 부족..방역조치에 축산업 영향 ‘눈치’

중앙정부인 농식품부에서도 방역조직의 규모가 작고 독립성이 부족하다는 문제는 예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현재 가축전염병 방역은 농식품부내 2개 과(방역총괄과, 방역관리과)만 담당하고 있다. 그나마 AI 방역은 방역관리과가 전담한다.

게다가 이들 방역부서가 축산업 진흥이 주업무인 축산정책국 소속이다 보니, 적극적인 방역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시각은 이날 농해수위에서도 드러났다.

H5N6형 AI 사태의 초동대처가 미흡했던 이유를 묻는 이개호 의원의 질문에 이준원 차관이 “(발생초기에는) 방역효과를 높이면서도 (방역조치로 인한) 산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조율하며 대책을 추진했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한 현장관계자는 “이번 H5N6형 AI에 대한 일시이동중지명령(스탠드스틸)만 봐도 산업적 관점에서 방역을 추진하는 농식품부의 시각을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H5N6형 AI가 가금농장에서 발생한 후 총 3차례에 걸쳐 스탠드스틸을 발령했지만 초기 1, 2회차는 굳이 주말(토, 일요일)을 택해 발령했다는 것이다.

11월 16일(수)에 가금농장에서 첫 AI 의심신고가 접수됐지만 스탠드스틸은 그 주 주말인 19일과 20일에 발령됐다. 그 다음 주인 11월 23일(수)에 위기경보단계가 ‘경계’로 격상됐지만 스탠드스틸은 그 주 주말인 26일과 27일에 걸쳐 발령됐다.

최초 발견시점에 바로 발령해야 가장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계 산업의 손해를 우려해 시점을 주말로 미룬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정책결정라인
·실무진 교체, 재발 반복되도 방역경험 단절..`방역국` 독립 필요

김현권 의원은 농식품부 정책결정라인에 가축전염병 방역경험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준원 차관이 식품산업정책실장으로서 H5N8형 AI와 구제역 사태를 담당했을 뿐, 김재수 장관과 김경규 현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이번 사태가 첫 경험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는 실무진에서도 비슷하다.

2년 내외의 주기로 보직을 순환하다 보니 AI나 구제역이 재발할 때쯤 되면 이전 사태를 담당했던 실무자는 대부분 떠난 후라는 것이다.

지난주 가금수의사회 AI 토론회에 참석한 한 업계 관계자는 “AI는 13년째 발생하는데 매번 새로운 공무원이 대응한다”며 “장관도 계속 바뀌고, 이런 저런 개선방향을 마련해도 유지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보직에 상관 없이 가축전염병 방역 경험을 갖춘 중앙 공무원과 학계, 업계가 모여 AI 방역조치를 결정하는 비상대응조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현권 의원은 “정부 내 방역업무 경험이 전수되어야 하지만 실제 지휘관들의 경험은 미숙한 실정”이라며 “수의방역국으로 (방역정책업무를) 분리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지적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2014년 H5N8형 AI와 구제역으로 큰 피해를 입은 후 여러 방역조직 개편안이 제기되기도 했다.

농식품부 내부적으로 방역총괄과, 방역관리과, 검역정책과를 묶고 동물보호과를 신설하여 ‘국 단위’ 조직을 만들자거나, 농해수위 전문위원실이 동물보호과 없이 3개 과만이라도 (가칭)방역정책관으로 모으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모두 무산된 바 있다.  

방역경험 축적 못하는 농식품부, ‘수의방역국’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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