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수의사처방제1년③]썰렁한 eVET,내년부터 의무화?

과다∙중복 처방 모니터링 가능하지만, 아직 사용량 미미..내년 의무화 추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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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수의사처방제1년①] 신종직업 ´처방전 전문 수의사´(보러가기)

[기획∙수의사처방제1년②] 실효성 핵심은 처방대상 범위에 있다(보러가기)에 이어

수의사처방제와 함께 야심차게 준비했던 수의사처방관리시스템 eVET은 1년이 지난 지금도 한산하다. 정부는 처방관리시스템 사용 의무화를 위한 수의사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eVET 전자처방전 발급 저조 ‘예상했던 규모의 1, 2% 수준’..모바일 속도 저하 등 불편 호소

대한수의사회에 따르면 올해 처방관리시스템에 등록된 전자처방전 처방∙조제 건수는 약 4만건. 하루 평균 약 180건에 불과하다. 처방제 도입 전 하루 1~2만여건으로 예상했던 것에 비하면 1~2%에 그친 수준이다.

수기(手記)처방전 발급도 가능하고, 수의사가 바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진료부 기록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낮은 수치다.

회원가입률도 저조하다. eVET에 가입한 임상수의사는 약 1,500여명으로 대한수의사회가 지난해 조사한 임상수의사 수 4,939명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아직 반려동물 임상수의사(같은 조사에 따르면 3,666명)의 참여가 적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장 수의사들은 전자처방전 사용이 힘든 이유로 ‘발급이 오래 걸린다’라는 점을 꼽았다. 입력항목이 많다는 점은 모바일 발급을 더 어렵게 만들고, 관련 데이터를 검색하는 속도도 느리다고 지적했다.

한 수의사는 “eVET 시스템이 전체적으로 느리고, 특히 전자처방전을 발급하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축주 이름을 검색하는 것은 한 세월”이라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암호화된 개인정보를 불러오는 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에 PC보다 성능이 부족한 스마트폰에서 특히 오래 걸리는 현상이 관찰된다”며 “사용속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황윤재 한국양돈수의사회장은 “전자처방전은 작성에 시간도 많이 걸리고 나이든 사람은 쓰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처방전을 발급하기 보다는 진료부로 대체하는 양돈수의사들도 많다”고 전했다.

140813 처방제3부1
처방관리시스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전자처방전으로 모니터링해야 불법 처방전 발급 등 감시 가능해

이 같은 불편함과 저조한 참여율에도 불구하고, 수의사처방제의 실효성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자처방전 사용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접 진료 없이 대량의 처방전을 발급하는 ‘처방전 전문 수의사’나 처방전 없이 처방대상 약품을 판매하는 경우를 단속하기 위해서는 처방전 발급 및 판매 현황을 모니터링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자처방전의 경우 eVET을 통해 누가 얼마나 처방을 내렸는지, 어떤 처방대상 약품이 얼마나 사용됐는지 간편하게 살펴볼 수 있다. 이미 eVET은 중복처방(동일한 약품이 동일한 보호자에게 24시간 내에 처방되는 경우)혹은 과다처방(한 수의사가 하루 10건 이상 처방전을 발급한 경우)된 전자처방전을 찾아낼 수 있도록 구축되어 있다.

반면 수기처방전은 직접 일일이 찾아보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 아직까지 별다른 단속이 없기도 했지만, 설령 단속이 진행된다 하더라도 수기처방전을 뒤져 가며 중복∙과다처방을 제대로 잡아낼 지는 미지수다. 또한 정부나 지자체 단속은 근본적으로 특정 시기에 실시하는 ‘이벤트적’ 성격을 띄기 때문에 상시적인 관리는 애초에 불가능하다.

결국 수의사처방제를 통해 중요한 의약품을 관리하고자 했지만, 전자처방전 외에는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 감시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전자처방전 등록 의무화 수의사법 개정 준비 중..내년 통과 목표

노령 수의사 지원책, 반려동물 EMR 연동 등 필요 지적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처방대상 약품의 유통관리와 실효적인 단속을 위해서는 전자처방전 의무화 등으로 사용량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올해 11월경 eVET 실습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또한 처방전을 진료부로 대체하는 산업동물 임상수의사들을 위해 eVET을 산업동물 분야의 전자차트(EMR)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고도화할 방침이다.

정부는 아예 전자처방전 사용을 의무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처방전 기재사항을 처방관리시스템에 의무적으로 등록하도록 하는 수의사법 개정을 올해 초부터 추진하고 있다. 수기처방전을 발급하더라도 그 내용을 처방관리시스템에 등록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재 개정안 초안에 대한 내부 규제심사가 진행 중이며, 내년 통과를 목표로 이르면 올해 말 국회에 발의될 예정이다.

산업동물 임상수의사들도 의무화 필요성에는 대체적으로 공감했다.

한 양돈수의사는 “현재는 (처방관리시스템) 사용이 불편해서 수기처방전을 주로 쓰고 있지만, 처방전 전문 수의사 감시 등을 위해서 전자처방전 의무화 조치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전자처방전 의무화와 관련해서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할 전망이다.

우선 PC나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노령 수의사들에 대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광견병 백신 등의 전자처방전 등록이 의무화될 경우 반려동물 임상수의사들이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현재 사용중인 차트프로그램과 eVET의 연동기능을 마련해야 한다.

   

[기획/수의사처방제1년③]썰렁한 eVET,내년부터 의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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