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물복지계획으로 동물병원 진료비 문제에 다가서다

진료비 게시, 취약층 중성화수술비 지원..서수 '합의된 바 없어'..논의 필요 지적도

등록 : 2014.06.12 13:40:12   수정 : 2014.06.12 16:09:12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서울 동물복지계획 2020」에 포함된 ‘동물병원 진료비 자율게시’와 ‘취약계층 중성화수술비 감면’이 일선 동물병원 임상수의사의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시청 측은 “서울시수의사회(이하 서수)와 협의해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서수 측은 “발표 전 구체적인 협의는 없었다”고 전했다.

서울시가 11일 발표한 동물복지계획에는 보호자 진료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이 포함됐다.

먼저, 2016년부터 동물병원이 자율적으로 기본 예방접종과 X-ray 등 기초진단 비용을 동물병원 내부(대기실 혹은 진료실)에 게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를 위해 수의사법 개정을 건의하는 한편, 서수에 협력을 요청해 회원동물병원의 자율적인 참여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저소득층 반려동물의 중성화수술비를 감면해주기 위해 참여 동물병원을 모집, 2016년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지원대상이나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장애인이 키우는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수술비 50%를 감면해주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에 대해 서수 측은 두 사업에 참여하기로 확정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사전 공감이 부족한 상황에서 발표된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손은필 서울시수의사회장은 “전문직으로서 취약계층을 돕는다는 사회적 역할에는 공감하나 시청과 서수 사이에서 구체적인 협의나 합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차후 도입을 논의한다면 분회∙이사회 등을 통해 회원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료비 자율게시와 중성화수술비 감면사업의 실현가능성은 미지수다.

진료비 게시를 위한 수의사법 개정의 경우, 이미 지난 1월 비슷한 내용으로 서영교 국회의원이 발의했던 개정안이 철회된 바 있다. 중성화수술비 감면은 감액된 비용을 시 예산으로 보전해주지 않고 동물병원에서 전적으로 부담한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두 사업 모두 이른바 ‘덤핑’ 동물병원에서 악용될 소지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동물병원진료비_한국소비자원조사

2013년 한국소비자원이 반려동물 보호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진료비가 비싸다고 대답한 응답자가 86.6%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조건적인 ‘no’는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논의가 필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여러 차례 언론보도나 소비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 ‘동물 진료비가 비싸다, 동물병원이 폭리를 취한다, 투명하지 못하다’는 막연한 인식이 보호자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한 예방∙기초진단 비용 게시문제는 동물보호단체와 소비자단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주제다.

서울시청 동물보호과 관계자는 “대부분의 동물병원이 양심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료비 고지와 관련된 시스템적인 부분 때문에 신뢰를 잃고 있다”며 ““(기본 진료비 게시가) 당장에는 거부감이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표준수가제∙보험 도입을 검토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취약계층 지원사업도 마찬가지. 수의사회 차원에서의 사회 기여는 당장의 손익을 계산하기보다 장기적인 이득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기부와 봉사는 임상수의사 관련 법∙제도 개선에 명분을 더해주고, 사회 전반의 수의사 이미지를 개선시킨다는 것이다.

서울시청 동물보호과 관계자는 “두 사업 모두 2016년에 시범적으로 도입될 계획으로 그 전까지 1년 반 동안 수의사회와 충분한 협의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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