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거점동물병원, 동물질병관리청 신설’ 대한수의사회 총선 공약 제시

반려동물 의료서비스 공공성 강화 필요..동물청 신설은 수의직 처우개선과도 직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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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수의사회(회장 허주형)가 22일 성남 수의과학회관에서 출입기자 간담회를 열고 총선 공약을 소개했다.

대수가 제안한 총선 공약은 ‘사람과 동물이 함께 건강한 국가’를 기치로 반려동물, 농장동물, 정책의 3대 축으로 구성됐다.

반려동물에서는 동물복지를 위한 동물의료전달체계 구축과 약품 유통질서 확립, 취약계층 기초진료비 지원 등 공공성 강화에 방점을 뒀다.

농장동물에서는 농장전담수의사제도, 거점동물병원 설립을 통해 농장동물 진료권을 확보하는 한편 공직수의사 감소로 인한 방역업무 부담을 민간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책 분야에서는 현재 축종별로 나뉜 정책이 산발적으로 추진된다는 점을 문제로 지목하며 통합기관으로서의 ‘동물질병관리청’ 신설을 제안했다.

부처별로 흩어진 수의업무를 따라 찢어져 있는 공직수의사의 찬밥 신세를 개선하기 위해서도 동물질병관리청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주형 회장은 “양당에 총선 공약으로 제시하고, 새 국회가 구성되면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반려동물 복지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동물병원으로’

동물병원 관련 법령, 정부조직, 약품유통 개편해야

대수는 반려동물 의료에 대해 높아진 사회관심에도 불구하고 체계적 기반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의료와 달리 동물병원은 1차, 2차 구분이 없어 보호자들이 동물병원을 선택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수의사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이라 하더라도 실제로는 진료·처방없이 구하기 어렵지 않다 보니 자가진료로 인한 오남용이 심각하다.

동물 진료에 사용되는 인체용의약품은 동물병원이 도매로 구입할 수 없고 약국에서 구입하도록 규제하고 있는데, 정작 일선 약국은 동물병원이 필요로 하는 약품공급에 나서지 않아 동물병원들이 불법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에 대해 대수는 ▲동물복지를 위한 동물의료전달체계 구축 ▲동물의료서비스 공공성 확보를 중심으로 여러 공약을 내놨다.

정부에 동물의료정책과 조직을 신설해 정책기능을 강화하고, 수의사법을 전면 개정해 동물의료제도를 체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본지 2024년 2월 9일자 ‘다음 국회에서 수의사법 전면 개정 나선다’ 참고).

수의사 처방 강화로 유통질서를 확립하고, 동물병원이 진료에 필요한 인체약을 도매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약사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아울러 아픈 동물을 조기에 찾아내 적기에 치료할 수 있도록 지역 동물병원에서 주기적인 건강상담을 받을 수 있게 정부가 보조하고, 사회취약계층에는 예방접종 등 기초진료비를 지원하는 사업 마련도 제안했다.

서울시가 2021년부터 조금씩 확대하고 있는 취약계층 반려동물 진료비 지원사업 ‘우리동네 동물병원’이 유사한 사례에 해당한다.

아울러 ‘전문기술업’인 수의업의 국가직업분류를 ‘의료업’으로 개정해 공공성을 부여하고, 의료분쟁 조정 및 의료서비스 진흥을 위한 ‘동물의료진흥원’을 설립할 필요성도 제시했다.

 

‘농장동물 관리강화를 통한 안전 K-축산 육성’

농장거점동물병원으로 민관 방역업무 분담 개편해야

농장동물 수의사는 힘들다. 대부분 1인 원장 동물병원으로 야간·휴일 근무 요구로 인한 피로도가 가중되는데다, 광범위한 자가진료가 동물약품 오남용을 가중시키며 수의사 주도적인 진료를 가로막고 있다.

신규 수의사 유입이 어려워지다 보니 고령화 추세도 심화되고 있다. 대한수의사회에 따르면 국내 농장동물 임상수의사의 평균 연령은 53.4세로 반려동물 임상(41.4세)보다 12년이나 많다(2022년 기준). 70세 이상의 노령 수의사를 공수의로 위촉할 것인지를 두고 지역에서 갈등이 일어날 정도다.

정부 주도의 방역관리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럼피스킨병까지 발생했지만 농장 방역에는 중추가 되어야 할 수의사가 없다. 정부가 농장을 직접 관리하려 하지만, 믿지는 못한다.

허주형 회장은 “우리나라는 구제역 백신예찰 물량이 너무 많다. 농장주의 자가접종에 의존하면서도 (실제 접종을 하는지) 믿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구제역 백신접종도 전두수 수의사가 하게 해야 발생도, 살처분도 적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장전담수의사제도와 농장거점동물병원 신설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거점병원에 여러 농장동물 수의사가 모이면 야간·휴일 응급진료를 돌아가면서 담당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병성감정기관 수준의 시설을 갖춰 진료의 질도 높일 수 있다.

공직수의사가 부족해지며 늘어난 방역업무 부담도 거점동물병원과 나누어질 수 있다. 브루셀라, 결핵 검사뿐만 아니라 방역 노하우를 갖춘 퇴직공무원이 합류해 예찰업무나 도축장 검사관 업무도 담당할 수 있다.

허주형 회장은 “현재 방역을 농장에게만 맡기고 있지만 결국 지난해 재발한 구제역, 최초 발생한 럼피스킨 모두 동물병원 수의사가 찾아냈다”며 “농장과 수의사의 역할을 잘 나누어야 질병관리를 보다 세밀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물질병관리 통합 기관 신설’

흩어져 찬밥신세인 수의직 처우개선에도 필요

가칭 ‘동물질병관리청’ 신설도 공약으로 제시했다. 동물질병 관련 정책을 한 곳으로 일원화하자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동물 관련 업무를 부처별로 산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농장동물·반려동물 등 수의사 주무부처는 농식품부이지만, 야생동물과 동물원은 환경부, 수족관과 수생동물을 해수부, 그 중에서도 천연기념물은 문화재청으로 나누는 식이다. 축산업과 직결된 축산물 위생관리업무는 식약처가 담당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손발도 어긋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대표적이다. 멧돼지 ASF는 이제 부산까지 내려왔고, 멧돼지 ASF로 오염된 지역에서 사육돼지 발생도 산발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수는 동물질병관리청으로 동물 관련 정책을 일원화해야 동물질병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국민보건을 향상시키고, 동물질병 R&D도 강화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동물질병관리청 신설은 수의직 처우개선에도 연결되어 있다. 공직 처우의 큰 축이 승진인데, 수의직이 올라갈 수 있는 자리가 애초에 적은데다 소수 직렬이다 보니 부처 내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수의조직의 최고층이라 할 수 있는 방역정책국장이나 농림축산검역본부장에 연이어 비(非)수의사가 임명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 관계자는 “수의직의 승진 적체가 너무 심해 내부에서도 불만이 많다. 신규는 들어오지 않고 안에서는 늙어만 간다. 이대로면 수의조직이 망가질 수밖에 없다”며 청 단위 조직에 수의업무와 수의직이 모일 필요성을 제시했다.

‘농장거점동물병원, 동물질병관리청 신설’ 대한수의사회 총선 공약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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