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F 간담회] `예방적 살처분 줄이고 농가 보상 늘려야`

농가가 신고 주저하면 확산 억제 불가능..원인규명해야 재입식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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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이 북한 접경지역 인근에서 산발적 발생을 이어가는 가운데, 방역당국의 예방적 살처분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16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아프리카돼지열병 대응 긴급 전문가 간담회에서도 예방적 살처분 범위는 줄이고 원인규명, 멧돼지 대책 등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거듭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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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북부 양돈농가는 진퇴양난..이동제한에 손해, 예방적 살처분에 파산 위험

이날 간담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박현식 연천군 살처분 비상대책위원장은 “발생원인이나 예방적 살처분 범위에 대한 과학적 근거도 없이 ‘한수이남 확산방지’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우면서 경기북부 농가의 희생만 강조하고 있다”며 정부의 선 수매 후 예방적 살처분 정책을 규탄했다.

연천 발생농장 사이에서는 수평전파를 의심하기 어려운 데다가, 북쪽 끝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시군 전체의 돼지를 살처분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박현식 위원장은 연천에서 1만두 규모의 양돈장을 운영하고 있다. 당국이 연천군 소재 돼지농가 모두를 수매·예방적 살처분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박 대표의 농장도 포함됐다.

이날 박현식 위원장은 진퇴양난에 빠진 경기북부 양돈농가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동제한이 길어지면서 돼지출하와 분뇨처리가 중단된 여파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적정출하체중을 넘긴 돼지들은 도축장에 내보내도 손해다. 밖으로 처리하지 못한 분뇨가 돈사 안에까지 차오르면서 폐사가 속출한다.

박현식 위원장은 “농장 안은 분뇨가 넘쳐나는 지옥으로, 똥물에 허우적대는 돼지들이 죽어나가고 있다”며 “적정체중을 넘긴 돼지가 한꺼번에 출하되면서 돈가는 폭락하고 농장은 마리당 10만원 이상의 손실을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송치용 경기도의원은 “출하도 안되고 분뇨도 처리하지 못하는 농장들이 어쩔 수 없이 수매정책에 응하고 있는 꼴”이라며 희생되는 농가에 대한 보상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박현식 위원장도 “수매에 동의하지 않으면 향후 살처분보상금을 삭감하거나 축산업 허가까지 취소할 수 있다는 식의 협박을 농가가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방역대책에 동의해 예방적 살처분이 진행되어도 농가의 어려움은 끝나지 않는다.

재입식 전망이 요원한데다 다시 돼지를 키워 매출이 발생하기까지 최소 1~2년간 대출금과 인건비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박현식 위원장은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 농가들이 돼지를 재입식해 매출이 발생하는 단계까지 생계가 보장되어야 한다”며 “지원책이 없으면 농장은 파산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발생지역 농장들의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한 박현식 연천군 살처분 비대위원장
발생지역 농장들의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한 박현식 연천군 살처분 비대위원장

살처분 대책 범위 줄여야..원인 규명해야 재입식도 가능하다

김현일 양돈수의사회 ASF비상대책센터장은 “아프리카돼지열병 SOP에 규정된 반경 500m 이내 농장에 대한 예방적 살처분으로도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공기를 통해 빠른 속도로 전파되는 구제역에 달리 직접 접촉으로 전염되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더 좁혀도 된다는 것이다.

김현일 센터장은 “강화도는 이미 지역적으로 오염도가 높다는 판단하에 전두수 예방적살처분을 결정했지만 연천의 상황은 다르다”며 “과학적 근거보다 심리적인 요인으로 살처분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미 예방적으로 살처분된 농장들이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감염됐었는지에 대한 데이터에 기반해 살처분 범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원인에 대한 규명도 시급하다. 역학조사로 발병원인을 정확히 밝혀내는 일은 어렵지만, 농가가 주의해야 할 주요 전파경로를 밝혀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구제역과 달리 북한 접경지역으로부터 10km 이내에 발생농장이 집중되는 것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멧돼지에서 ASF 양성개체가 나오고 있지만, 발생농장과의 연결고리는 아직 불분명하다.

송치용 경기도의원은 “원인 파악이 제대로 안되다 보니 과잉대응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일 대표도 “원인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섣부른 재입식은 또 다른 피해를 만들 수 있다. 원인을 밝혀야 재입식 방법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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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하면 망한다’ 인상 주면 방역도 실패..조기신고 유도할 보상책 필요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지역 농가의 피해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경기 북부의 강력한 방역조치가 오히려 타 지역 농가가 의심신고를 주저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베트남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전국적으로 확산된 주요 원인 중 하나도 신고 기피다. 초기 의심증상을 확인한 농장이 방역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돼지를 팔아버렸던 것이다. 방역조치에 협조했을 때의 보상보다 몰래 돼지를 팔 때의 이익이 더 컸기 때문이다.

김현일 센터장은 “우리나라는 중국, 베트남과 달리 신고가 빨라서 아직 초기대응이 가능한 상태”라면서도 “농가가 신고를 주저하기 시작하면 중국, 베트남처럼 되지 말란 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농가가 조기에 신고하고 방역조치에 협조할 수 있도록 충분한 보상책을 마련하는 것이 정치권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하태식 한돈협회장과 박현식 위원장은 이날 아프리카돼지열병 피해농가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농장 유형별로 살처분 보상책을 마련하는 한편, 농가들이 안고 있는 대출을 정책자금대출로 전환하여 재입식 후 정상 경영될 때까지 원금상환을 유보하고 이자를 감면해달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살처분 보상금을 시세 기준 100% 지급하고 세부평가 완료 전에 50%를 우선 지급할 방침이다. 살처분 농가의 생계 안정을 위해 최장 6개월까지 매월 최대 337만원을 지원하고, 재입식이 지연되는 경우의 지원 연장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를 주최한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사태는 대한민국 최대 현안”이라며 “오늘 제안된 방역대책 개선과 농가 지원방안 대책을 마련해 정의당이 정부, 정치권과 협의해나가겠다”고 전했다.

[ASF 간담회] `예방적 살처분 줄이고 농가 보상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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