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소·한우 질병문제의 복병 `BVD` 대응책 마련 나서야

`지속감염우 도태+백신` 독일식 전략 추천..`농가 차원 자구책 필요` 인식 촉구

등록 : 2019.06.11 06:35:25   수정 : 2019.06.10 22:40:56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한국우병학회 학술대회와 베링거인겔하임동물약품 간담회가 연이어 소바이러스성설사병(BVD) 문제에 주목했다.

BVD가 일으키는 경제적 피해에 주목한 유럽 각국이 박멸대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농가로부터 별다른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베링거인겔하임동물약품은 5일 용산 드래곤시티호텔에서 BVD 예방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했다.

BVD로 인한 경제적 피해 (자료 : 크리스티안 귀다리니 박사)

BVD로 인한 경제적 피해 (자료 : 크리스티안 귀다리니 박사)

각종 질병 악화시키는 BVD 문제..국내에선 외면 받고 있다

소바이러스성설사병(BVD)의 증상은 이름과 달리 설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불임·유산을 비롯한 번식장애와 호흡기 질환, 면역억제로 인한 기타 질병 악화 등을 유발한다.

베링거인겔하임의 크리스티안 귀다리니 박사는 “전세계 낙농·육우 산업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큰 피해를 끼치는 질병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김두 강원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도 BVD는 이미 만연돼 있다”며 “설사, 호흡기 등 증상에만 눈길을 주고 있지만, 이들 질환이 심각한 농장은 BVD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송아지설사병이 심해 폐사가 잦거나, 위생수준이 좋은데도 유방염이나 체세포 수치가 높은 젖소농가에서 BVD 바이러스가 숨어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럼에도 자가진료가 만연한 상황에서 원인 규명보다 증상 해결에만 집중하다 보니, BVD 문제의 심각성이 간과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간담회에 따르면, 국내 소 사육농장의 BVD 감염실태는 단편적인 표본 연구로만 파악되는데 그치고 있다. 국내 소 농가의 BVD 항체양성률은 50~80% 사이로 추정된다.

검역본부 연구진이 2008년부터 2017년까지 검본에 의뢰된 유산 태아를 대상으로 BVD 감염실태를 조사한 결과, 314개 농장 중 77곳(24.5%)에서 BVD 양성반응을 보였다.

유한상 서울대 교수는 “국내에서 얼마나, 어떤 유전형이 발생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조사된 바가 없다”며 “구제역 같은 주요 질병이 아니면 방역당국의 관심을 받기 어렵지만, BVD가 오히려 더 많은 경제적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귀다리니 박사는 “BVD 문제에 대한 농가의 인식을 개선하고, 대책마련을 당국에 촉구해야 한다”며 “수의학계와 농가, 방역당국이 함께 대책을 모색하며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왼쪽부터) 귀다리니 박사, 김두 교수, 유한상 교수

(왼쪽부터) 귀다리니 박사, 김두 교수, 유한상 교수

`지속감염우 색출+백신` 독일식 해법 주목

귀다리니 박사는 유럽 각국의 BVD 대응전략을 소개하면서, 한국에는 ‘독일식 전략’이 적합하다고 귀띔했다.

새로 태어나는 송아지들을 대상으로 지속감염우(PI)를 색출해 도태시키면서 백신접종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BVD가 만연한 상황에서 빠른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신 30~110일 사이에 감염된 태아 중 일부는 BVD 바이러스에 면역 관용 상태로 태어나게 된다. 이들은 BVD 바이러스에 항체를 형성하지 못한 채 평생 바이러스를 배출하는 지속감염우가 된다. 이를 색출해내지 못하면 농장 내에 BVD 바이러스를 근절할 수 없다.

귀다리니 박사는 “독일에서는 새로 태어난 송아지에서 PI 여부를 검사하고 양성일 경우 반드시 도태해야 한다”며 “이는 한정된 재원으로도 농가의 BVD 문제를 크게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지속감염우는 송아지의 귀 피부를 사용하는 간단한 검사로도 찾아낼 수 있다. 국내에서도 서울우유조합이 지속감염우 도태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김두 교수는 “대부분의 선진국은 생산자들이 스스로 BVD 대응에 나서고 있다”며 “자조금이나 보험 등으로 도태 비용을 보조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국가 지원에 기대기 보다 농가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한상 교수는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PRRS)처럼 생산자 차원에서 접근하되, 국가가 일부 사업을 지원하며 참여를 유도하는 형태가 적합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귀다리니 박사는 “유럽의 소 사육농가에서는 BVD 문제를 방치하는 것보다 지속감염우 도태에 필요한 보험료를 납부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훨씬 이득이라는 공감대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경성 경북대 교수 연구에 따르면, 국내에도 1형과 2형 BVD 모두 검출되고 있다. (자료 : 베링거인겔하임동물약품)

최경성 경북대 교수 연구에 따르면, 국내에도 1형과 2형 BVD 모두 검출되고 있다.
(자료 : 베링거인겔하임동물약품)

국내에는 반쪽짜리 사독백신뿐..백신 추가 확보 필요성 지목

BVD 바이러스는 크게 2종의 유전형(BVDV1, BVDV2)으로 구분된다. 유전형이 다르면 백신의 교차방어를 기대할 수 없다.

이날 간담회에서 인용된 연구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2가지 유전형의 BVD 바이러스가 모두 검출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공급되는 백신은 1형 유전형에 대한 사독백신이 유일하다. 그나마도 타질병과 혼합된 형태로 구성된 관납백신에 기대 ‘있으면 놓고 없으면 말고’ 식의 불충분한 접종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지적이다.

유한상 교수는 “지속감염우도 문제지만 임신소 감염에 따른 공태나 기형, 유산 등도 결국 경제적인 피해로 이어진다”며 백신접종 필요성을 지목했다.

김두 교수는 “세계우병학회에서도 BVD 백신의 글로벌 트렌드는 1회 접종으로도 방어력을 기대할 수 있는 생독백신”이라고 덧붙였다.

베링거인겔하임동물약품 측은 “어미소에 백신을 접종하면 태반감염으로 인한 지속감염우 발생률도 낮출 수 있다”며 BVD 생독백신의 국내 품목허가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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