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회의록으로 보는 동물보건사 제도 법안심사소위 통과 과정

대한간호협회 반대로 바뀐 명칭...주요 쟁점에 대한 논의는 진행 안돼

등록 : 2019.04.08 07:10:46   수정 : 2019.04.08 13:13:19 이학범 기자 dvmlee@dailyvet.co.kr

4월 1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농림축산식품법안심사소위에서 동물보건사 제도를 도입하는 수의사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10명의 소위 위원 중 이 법안을 반대한 의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수의계 어디에서도 법안의 쟁점 사안을 위원들에게 전달하지 못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완주 농림축산식품법안심사소위 소위원장

박완주 농림축산식품법안심사소위 소위원장

동물보건사(일명 수의테크니션) 직업군의 제도화가 처음 언급된 것은 지난 2016년 3월 4일이다. 한 일간지에서 ‘미국엔 동물간호사 8만 명…정부가 나서 길 열어줘라’라는 기사에 게재되며 제도 마련의 불씨를 지폈다.

당시 해당 기사에는 ▲미국에는 수의테크니션이 수의사(6만 3천명)보다 1.3배 많은 8만명이다 ▲미국 수의테크니션은 남성 5400만원, 여성 4100만원의 연수입을 올린다 ▲한국의 경우 수의테크니션에 대한 별도의 면허나 자격증이 없다 ▲수의테크니션처럼 규제 때문에 도입되지 못한 직업만 키워도 일자리가 대폭 늘어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수의테크니션 제도가 없는 것을 규제로 정의하고, 이런 규제를 제거하여(수의테크니션 제도를 도입하여) 일자리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정부 자료에는 “동물병원 보조인력(3,000명)이 전문인력으로 양성되어, 수준 높은 진료서비스 제공 및 일자리 증가 예상된다. 미국과 같은 진료환경으로 개선 시 향후 1만 3천명 고용 창출이 추산된다”는 내용까지 담겼다.
 

하지만, 일부 수의사들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수의테크니션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반발했다. 전문 자격은 없지만, 이미 동물병원에서 수의사의 업무를 보조하는 비수의사 스텝이 있기 때문이다. 즉, 이미 고용된 스텝들의 학력과 자격이 바뀔 뿐 새로운 일자리는 생기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이런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정부(농식품부)는 2017년 1월 10일 수의테크니션을 제도화하는 수의사법 개정안(동물간호복지사 제도 도입 수의사법)을 발의했고, 이 법이 일주일 전인 지난 4월 1일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보조인력 전문화 절실…필요했던 법안” VS “동물보건사의 침습행위 허용되고 저년차 수의사 일자리 줄어들 것”

법안 통과 이후 수의계 내부에서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은 ▲제도 찬성 여부 ▲동물보건사 업무 범위 등 크게 2가지다.

동물병원에서 수의사의 업무를 지원할 보조 인력의 전문화가 필요했다며 동물보건사 제도 도입을 찬성하는 견해와 동물보건사 제도 도입 자체가 불필요했다는 견해가 공존한다.

업무 범위에 대한 논란도 있다.

법에서는 동물보건사의 업무에 대해 “동물병원 내에서 수의사의 지도 아래 동물의 간호 또는 동물의 진료 보조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정의하고 구체적인 업무 범위는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한다고 명시했다.

이에 대해 사실상 주사, 채혈 등 침습적인 행위가 포함될 것이라는 의견과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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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칭 얘기만 하다가 끝난 회의…제도 도입에 반대한 국회의원은 한 명도 없어

문제는 국회 법안심사소위 회의에서 이러한 본질적인 논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의원들은 동물보건사의 명칭에 대해서만 잠시 의견을 나눴을 뿐, ▲제도 도입이 정말 일자리 창출을 이끌 수 있는지 ▲현시점에서 동물보건사 제도 도입이 절실히 필요한지 ▲수의계 내부 합의는 이루어진 상태인지 ▲농식품부령으로 업무 범위를 정할 때 논란이 발생할 여지는 없는지 등 구체적인 얘기는 전혀 나누지 않았다.

법안심사소위 통과 이후 수의계 내부에서 큰 논란이 발생할 만큼 중요한 사안이었다면, 왜 누구도 법안심사소위 의원들에게 구체적인 상황 설명을 하지 못했는 지 의문이 생기는 대목이다. 

 

동물보건사로 명칭 바뀐 이유는 대한간호협회의 ‘간호’ 명칭 사용 반대 때문

동물보건사 명칭은 의원들이 제시한 것이 아니라 국회 전문위원실과 정부에서 먼저 제의했다. 법안 발의 당시에는 동물간호복지사라는 명칭을 사용했지만, 대한간호협회의 반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국회 농해수위 홍성현 전문위원은 “쟁점이 되는 것은 동물간호복지사의 작명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대한간호협회의 경우 동물에 대해 간호라는 개념이 적절하지 않다고 하여 개정안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럴 경우 제시될 수 있는 안은 동물보건사, 동물위생사 등”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수 농식품부 차관도 “간호협회에서 간호 자는 못 쓰겠다 그러니까, 저희들이 논의를 했는데 ‘동물보건사’로 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그런 생각”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결국, 회의에서는 명칭에 대한 논의만 일부 하다가 별다른 의견 없이 법안이 가결되고 말았다.

수의계 어디에서도 법안심사소위 의원들에게 이번 법안의 쟁점 사안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거나, 설명했다 하더라도 충분히 이해시키지 못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아래는 4월 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법안심사소위 회의록 중 ‘동물보건사 제도’를 논의한 부분이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불필요한 내용을 제외하고, 전체 내용을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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