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에티스 노사갈등 격화‥세계수의사대회 퇴출·노사문제, `판박이`

노조 `경영진은 책임회피 일관..불매·노사갈등 자초` 비판..전직원 집회 등 쟁의수위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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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에티스(대표 최원준)가 표류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심장사상충예방약 유통문제 대응을 둘러싸고 임상수의사들의 지탄을 받고 있는데다, 안으로는 노사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조에티스 노조(지회장 김용일)는 지난 5일 대전 라온컨벤션센터 앞에서 전 조합원과 연대 단체 등 70여명이 모인 항의집회를 열었다. 당일 조에티스가 주최하는 PRRS 포스테라 세미나와 노조항의집회가 한 곳에 벌어지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노조 측은 “세계수의사대회 퇴출과 조에티스 불매 움직임을 자초하고 직원 감시 등 불법행위를 저지른 사측의 만행을 규탄한다”며 “침몰하는 조에티스의 정상화에 노조가 앞장서겠다”고 호소했다.

(사진 : 조에티스 노조)
(사진 : 조에티스 노조)


노사 입장차에 노조 지회장 감시의혹까지..분쟁 본격화

조에티스노조가 사측과의 쟁의에 들어간 것은 지난 6월 23일이다. 당일 파업 찬반투표는 95%의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됐다.

노조와 사측은 올해 1월부터 임금인상률과 내근진 승진체계 개편, 해외여행 인센티브 삭제조치에 따른 보상책 등을 두고 18차례에 걸친 교섭을 벌였다.

연평균 10%의 가파른 성장을 이룩하는 와중에 예년보다 10% 이상 직원이 줄면서 노동 강도는 올라갔지만, 그에 따른 보상이 없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하지만 기본급 임금인상률을 두고 사측(4.5%)과 노조(7.4%)의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내근직 승진체계 개편이나 인센티브 보상책에 대해서도 사측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거나 ‘글로벌 본사의 결정사항’이라는 이유로 노조와 대립각을 이어갔다.

결국 노사협상은 타결에 이르지 못한 채 지난 6월 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절차에 돌입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오히려 같은 시기 김용일 지회장에 대한 사측의 감시의혹 사건이 터지면서 노사관계는 급격히 냉각됐고, 결국 6월 23일 조합원 총투표를 거쳐 쟁의에 돌입했다.

노조 측은 “지회장이 업무상 일상적으로 대화한 것을 두고 사측은 ‘근무시간 중 노조활동’이라고 주장하며 경고조치했다”며 “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과정 중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지회장을 감시하는 사측 태도가 결국 협상결렬을 유발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쟁의 초기 정상근무를 유지하면서 내부 시스템 변경 거부 등 소규모 쟁의활동을 벌였다. 하지만 7월말 사측이 비조합원에게만 4.5% 임금인상을 적용하자 쟁의가 본격화됐다.

5일 대전라온컨벤션센터 조에티스 포스테라 PRRS 세미나장 앞에서 전조합원이 참여하는 항의집회를 연데 이어, 6~7일로 예정됐던 전직원 영업회의도 보이콧했다.

(사진 : 조에티스 노조)
(사진 : 조에티스 노조)


조에티스-수의사회 갈등과 판박이..노조, “경영진은 책임회피 일관”

조에티스노조 김용일 지회장은 “조에티스와 수의사회 사이의 갈등으로 인한 경영악화, 세계수의사대회 퇴출과 노사갈등 문제는 판박이”라며 “(사측은) 책임 있는 권한을 행사하기보단 문제를 회피하는 태도의 경영진은 리더십을 잃었다”고 꼬집었다.

임금인상율이나 내근직 인센티브 프로그램 등을 두고 사측이 ‘글로벌 본사의 권한이라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말만 반복한다는 것이다.

심장사상충예방약 약국공급 문제를 둘러싼 갈등도 마찬가지다. 올 초 공정거래위원회가 예방약 약국공급을 지시하자, 같은 처분을 받은 벨벳 측은 즉각 항소에 나선데 반해 조에티스는 ‘글로벌 본사 법률검토 결과 불가하다’며 항소하지 않았다.

그로 인해 임상수의사들 사이에서 조에티스에 대한 불매 움직임이 일어났고, 지난달 열린 2017 인천 세계수의사대회에도 조에티스는 참가하지 못했다.

노조 측은 “영업을 비롯한 현장 직원들은 (예방약 관련) 적극적인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경영진은 ‘본사 입장’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그로 인한 피해는 현장 직원들이 고스란히 떠안았다”고 토로했다.

올해 매출목표 달성을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의 영업타격을 입고 있는 것은 물론, 영업직들이 받는 정신적 고통도 크다는 것.

모든 수의 관련 업체가 참여한 인천 세계수의사대회에 홀로 빠져 전세계 1위 동물용의약품 제약사 조에티스의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노조, 파업 돌입에는 신중..`교섭요청 묵살 시 쟁의수위 높여 간다`

조에티스 노조 강명성 부지회장은 “PRRS 세미나, 영업회의 등 전직원이 참여하는 행사에 조합원이 불참하여 사측에 분명한 입장을 보였다”며 “사측이 대화의지를 보이길 기대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전했다.

조에티스 노조 조합원은 41명으로 경영진과 팀장급을 제외하면 거의 전직원에 해당된다. 그만큼 파업 돌입에는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아직까지 부분파업이나 총파업 등 근로거부투쟁은 없었다.

김용일 지회장은 “파업은 조합원, 회사뿐만 아니라 조에티스 제품이 필요한 수의사 고객들과 동물까지 피해를 입힐 수 있어 신중히 검토할 문제”라며 “일단 사측의 진정성 있는 노력을 기다리는 단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거듭되는 교섭 요청에 사측이 응하지 않을 경우 쟁의의 수위를 높여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번 노사문제와 관련해 조에티스 측 교섭위원을 포함한 사측과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조에티스 노사갈등 격화‥세계수의사대회 퇴출·노사문제, `판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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