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의 진료 선택권 침해인가,시장 확대를 위한 시대의 흐름인가

펫박람회 참여하는 수의사 관련 업체 수 지속적으로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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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대한민국펫산업박람회(이하 케이펫페어, K-pet fair)가 4월 1일부터 3일까지 서울 학여울역 SETEC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SETEC에서 개최된 케이펫페어 중 역대 최다 관람객이 다녀갈 만큼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번 케이펫페어는 수의사 및 동물병원과 관련된 회사·제품이 많이 소개됐다는 점이 큰 특징이었다. 동물용의약품, 동물용의약외품, 사료,  IT 프로그램 등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가 소개됐다. 박람회에 다녀간 한 수의사는 “동물병원 관련 회사와 제품이 눈에 띄게 늘었다. 회사들이 B2C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참가 업체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워낙 많은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행사장을 방문할 뿐 아니라, 상담 요청 등 높은 관심을 보이기 때문이다. 반려동물 박람회에 처음 참가한 한 동물용의약품 업체 관계자는 “기대했던 것보다 반응이 뜨겁다”며 “4월 말에 개최되는 펫 박람회에도 참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동물병원 및 전문점 전용 제품만을 취급하는 회사들의 소비자 대상 행사 및 홍보는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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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얄캐닌코리아가 지난해 실시한 TV광고는 큰 화제를 낳았다. TV광고 뿐 아니라 유튜브 및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서도 영상이 수백만 건 이상 재생됐다. 이외에도 많은 업체들이 소비자 대상 세미나, 이벤트, 행사를 연이어 개최하고 있다.

소비자 대상 홍보는 막을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인가, 아니면 수의사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행위인가.

업체들의 소비자 대상 홍보를 두고 수의사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소비자 대상 홍보는 막을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며, 시장을 확대하는 효과가 있다는 ‘긍정적 평가’와 수의사의 제품 선택권을 침해하고 자가진료를 조장할 수 있다는 ‘부정적 평가’가 공존한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한 임상수의사는 “수의사들간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업체들이 반려동물 시장을 키우기 위해 하는 노력들을 수의사들도 적극 도와야 한다”며 “시장 확대를 위해 수의사와 업체가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는 한 수의사는 일반의약품의 예를 들며 “일반의약품 광고를 통해 알 수 있듯, 소비자들은 올바른 지식을 바탕으로 제품을 판단하기 보다는, 이미지에 따라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럴 경우 전문가들의 의학적 판단이 배제되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이번 케이펫페어에서 대부분의 동물병원 전문 업체들은 단순 상담 및 제품 홍보만 실시하고 가까운 동물병원에 방문하도록 소비자들을 유도했지만, 일부 업체가 현장에서 동물병원 전용 제품을 판매하여 문제의 소지를 제공했다.

10여년 전에 있었던 일화를 소개하는 수의사도 있었다. 한 수의사는 “10여년 전 레볼루션이 TV광고를 시행한 뒤에, 수의사 단체에서 ‘제품 선택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불매운동을 했고, 결국 한국 지사장을 교체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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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수의사회가 주관한 2015동물보호문화축제에는 많은 업체들이 참가했다

하지만 현재는 10여년 전과 상황이 변했다.

동물용의약품을 제외한 의약외품 및 사료 유통의 경우, 동물병원을 통한 유통 비율이 갈 수록 줄고 있다. 또한 수의사회가 주도하는 보호자 대상 행사도 크게 증가했다. 대한수의사회가 주최하는 동물보호문화축제, 경기도수의사회가 주최하는 반려동물문화교실, 동물병원협회가 개최하는 수의사와 보호자가 함께하는 동물건강의료박람회(KAHA EXPO)가 그 대표적인 예다. 이런 행사가 개최되면 업체들이 함께 참여하여 소비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홍보와 마케팅을 진행한다.

한 업체 관계자는 “소비자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제품과 브랜드를 홍보하는 목적도 있지만, 동물병원과 수의사를 통한 의약품·의약외품 사용만이 진정으로 반려동물을 위한 길이라는 것을 알리는 공익적인 목적도 있다”며 “B2C 행사에 대해 수의사분들이 안 좋게 생각하지 말고, 반려동물 시장을 확대하는 노력으로 봐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소비자 쪽으로 눈을 돌리는 업체들은 배척할 것인지, 아니면 시장 확대를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인지는 수의사들의 손에 달렸다. 업체들 또한 동물병원 전용 제품을 현장 판매하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아야 수의사의 신뢰를 잃지 않을 수 있다.

수의사의 진료 선택권 침해인가,시장 확대를 위한 시대의 흐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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